; 2022년(임인壬寅년)을 보내는 글
묻노니 오늘밤은 어떠한 밤인가.
어린아이들의 기쁨은 크겠지만,
해를 더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해를 줄이는 것이니 늙어가는 마음속 생각이 적지 않다.
마치 천 리 먼 곳에 벗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슬프다.
푸른 촛불의 그림자가 바야흐로 길기만 하구나
책바보(看書癡 간서치) 이덕무가 21세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탄식한 글입니다.
나처럼 많은 이들은 이룬 것은 없고 나이만 먹어가니,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내면서 즐거운 마음이 드는 이는 많지 않을것입니다.
이덕무는 그 젊은 나이에도 제야의 밤을 반성의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누가 친구가 아니랄까봐 그의 벗인 연암 박지원 또한 회한의 글을 지었네요.
몇 가닥 수염 갑자기 돋았건만 육척의 내몸은 전혀 커진 것이 아니네
거울 속의 얼굴은 해마다 달라져도 철없는 생각은 지난해의 나 그대로이네.
무심한 세월은 빠르기도 하죠.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고, 쏜 화살 같다고 하는가 하면, 좁은 문틈으로 달리는 말을 순간 보는 것처럼 휙 지나간다고들 합니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31일.
묵은해가 내던져진 물건처럼 훌쩍 떠나버리는 이즈음이면 허망한 상념에 못 견뎌하지만 어쩔 것인가, 새해는 코앞에 닥쳐와 있고 또 한 살 먹고 늙음을 향해 나아갈밖에요.
이덕무는 한해의 마지막 한탄으로 끝을 내지 않고 한 해를 보내면서(歲時雜詠세시잡영)이라는 시에서는 송년의 아쉬움과 더불어 새해의 다짐을 읊었습니다.
싫어도 세월은 흘러가게 마련이고 반갑지 않은 손님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어쩌면 지난 시간에 연연하고 있을 만큼 여유롭지 않은 것이 우리네 삶인지도 모르겠네요.
새해에는 이런저런 감상 대신 새로운 계획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 봐야겠습니다.
이덕무가 그의 벗, 석여에게 섣달 그믐날 건넨 노래를 나의 모든 벗들에게 전해 봅니다.
年年逢除日 除日又今宵 년년봉제일 제일우금소
日月何太駛 惆悵自無聊 일월하태사 추창자무료
祠神鼓鼕鼕 祭竈燈迢迢 사신고동동 제조등초초
梅花亦幾時 餘蕊向人飄 매화역기시 여예향인표
三四同心子 隔岡相與邀 삼사동심자 격강상여요
携手步庭際 五更占斗杓 휴수보정제 오경점두표
老大修令德 莫歎朱顔凋 노대수령덕 막탄주안조
해마다 만나는 섣달 그믐날인데 그 그믐날이 또 오늘 저녁일세
세월은 어찌 그리 빠른가 서글퍼라 스스로 무료하네
푸닥거리 곳곳에서 북소리 둥둥거리고 부엌에 제사올리려 등불이 멀리 반짝인다
매화도 한 시절뿐인 듯 남은 꽃잎이 사람을 향해 나부끼네
마음을 같이한 몇몇 벗들이 산 넘어 서로서로 맞이한지라
손 잡고 뜰 사이를 거닐면서 북두를 바라보고 새벽을 짐작하네
늙어갈수록 착한 덕을 쌓고 젊음이 사그라듦을 한탄하지 않기를…
2022년 12월 31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