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질(?) 결심
영화를 본 뒤 느낌에 헤어짐, 떠남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송서래(탕웨이 扮)는 모래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이과두주 한 병을 들이킨 후 밀물이 올 때까지 기다린 뒤 천천히 구덩이 속에 차오르는 바닷물과 함께 사라집니다.
뒤늦게 바닷가에 도착한 장해준(박해일 扮)은 물이 차오른 바다에서 서래를 찾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해준은 뭔가 다짐한 표정으로 운동화 끈을 매고 서래를 찾으며 그렇게 영화는 사라진 서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는 해준을 파도가 덮치는 걸 끝으로 막이 내립니다.
칸 Festival de Cannes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영어 제목은 Decision To Leave 입니다.
Leave는 직역 할 경우, 헤어지다는 의미보다 떠나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사람과 헤어지는것을 표현할때 parting, break up, 혹은 split을 사용하는경우가 많지만 영화는 분명 헤어짐보다 떠난다는 의미가 강한 Leave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의도였을까요?
한자와 연결하때 Leave는 '이별(離別), 이혼(離婚), 이륙(離陸), 거리(距離)'등에 사용되는 離리와 연결되고 흩어지거나 헤어진다는 parting, split은 离리에 가깝습니다.
떠나다 離 리는 헤어지다 离 리에 새 隹 추가 더해진 것인데 텃새인 꾀꼬리가 봄가을에는 산속에서 살다가 가을에는 먹이를 따라 평야지대로 떠나가는(离) 새(隹)라는 것을 나타내어 떠나다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것입니다.
당연히 헤어지다 离리는 짐승발자국유(禸; 짐승의 발자국)部와 山(산), 凶(흉)의 합자로 짐승(맹수)들이 흩어져 살아가듯이 '헤어지다’라는 의미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서래가 스스로 묻힌 위치 바로 옆에서 그녀를 찾아 헤매이는 해준을 통해 완전히 떠났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의도로 ‘헤어질’ 결심(?)이었을까요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은 칼로 베어버린 떠남이었지요.
‘헤어짐’이 수평적, 반복적이라면 ‘떠남’은 수직적, 일회성일것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의도가 그렇든 아니든 떠남, 이별, 헤어짐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으로 설을 앞둔 세모에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세모로부터 이어지는 설에는 돌이키고 돌아갈 준비를 해야 겠지요
离; Decision To Leave
歸; Preparation to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