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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pr 15. 2023

느린 여행, 제주 두번째 이야기

; (홀로 걸으며) 마음을 들여다 보기

두번째날의 일정은 오전 산행을 잡았습니다.

그래,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려 했는데 지난밤 잠을 설쳐대는 바람에 뒤척이게 됩니다.

예약해놓은 등반을 그냥 쨀까를 고민하다, 벌떡 일어납니다.


은희네 해장국 노형점


오전 산행 예약이 되어 있어서 (5시30분-8시) 새벽밥을 먹으러 갑니다.

제주에서 새벽밥은 흔치 않은데 미풍해장국이 5시부터 였는데 판데믹상황으로 5시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터라 빠르게 수배했더니 은희네 해장국 노형점이 24시간 이었습니다.

탑동 맥도널드는 뭔가 부족해서 은희네 해장국으로 갑니다.

본점만 이용했는데 노형점은 24시간이라 어쩔 이겠죠.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면 뚝배기에 해장국과 밥이 따로, 따로국밥 형식으로 등장합니다.

해장국에는 콩나물, 우거지, 당면, 선지, 쇠고기, 머리고기 등이 듬뿍 들어가 있고 국물은 아주 얼큰합니다.

찐한 미풍해장국보다 조금더 경쾌한 육수에 고기는 얇게 슬라이스한것이라 이 또한 호불호가 없을 듯 합니다.

더 매운 걸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여기에 마늘 다진 게 따로 나옵니다.

깍두기는 조금 인공적인 단맛이 납니다.

이건 마이너스네요.

날 달걀을 내어주는데 갑자기 하동관을 소환하게됩니다.

새벽 4시정도라 마지막 술 한잔을 위한 안주라면 달걀을 풀어도 괜찮지만 아침으로는 너무 걸죽하네요.

일출을 보거나 이른 아침 산행이 있는경우 그런대로 새벽밥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는 추천합니다.


올레꾼들의 입소문으로 엄청 커진 은희네 해장국이 서울 26곳, 경기 인천 38곳을 비롯해 전국에 91매장으로 육지를 점령하고 성업중입니다. 

프랜차이즈화 하면서 소송이 걸리기도하며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결국 육지의 은희네 해장국은 제주 본점에서 시작된것은 맞습니다.

이집의 이 은희 대표의 둘째가 같은 동네 친구와 함께 8년 전 시작을 했는데 지나치게 확장되는것을 반대하던 이대표와 프랜차이즈간 문제가 불거져 권리에 대한 소송을 하고 있는 중이기는 합니다.


한라산성판악코스 등반 


한라산 탐방 예약시스템이 시작된지 3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2020년 2월부터 도입된 탐방 예약시스템이 시작된 이래로 이번이 4번째 등반입니다.

그 전에는 매년 2~3회씩 올랐으니까…30회 정도 정상까지 등반 했는데, 대부분 즉흥적으로 올라갔던것에 비하면 이제 제주 방문때 작정하지 않고는 백록을 볼수 없다는게 불편하지만 무분별하게 입산하며 발생되는 여러 문제를 생각한다면 찬성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번엔 성판악코스 5시30분-8시 그룹으로 예약했습니다.

성판악코스는 1일 1,000명, 관음사코스는 1일 500명으로 제한 합니다.

한라산 동쪽코스인 성판악탐방로는 속밭, 사라오름입구,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큰 무리는 없으나 왕복 19.2km를 걸어야 합니다.

일반인 기준,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3시간, 정상 9.6 Km, 4시간30분이 소요 됩니다.

속밭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

이번 산행은 오전에 마치기위해 동행없이 홀로 산행을 선택했습니다.

예상 시간은 등반3시간, 하산2시간 총 5시간으로 잡고 오전 11시에 산행을 마치고 점심 전에 돌문화공원과 제주대학박물관입구의 돌하르방을 보는것을 생각했습니다.

가물어었던 날씨가 지난주 폭우를 뿌리는 통에 백록의 담수량이 기대가 되었는데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운무에 폭풍 비스므레한 바람까지…

그래도 기분 좋은 산행으로 맘이 좋습니다.

절대 깰 수 없는 90분대 등반은 기억 속으로 흐려지기만 하네요.

그래도 2시간벽은 유지 합니다.

5시35분 출발, 정상 도착 7시 30분, 

바람이 심하니, 비가 물싸대기를 연거푸 날려주는 통에 정상에서 20분만 체류했습니다.

오늘도 1등찍고 하산합니다.

성판악 입구 도착시간 9시50분.

한라산 정상


제주시 돌하르방 돌문화공원(21),
제주대학박물관입구(11,12,13,14)


산행을 마치고 점심 먹기 전 시간이 있어서 두곳의 하르방을 돌아봤습니다.

우선 돌문화박물관의 1기는 새로 만든 돌하르방 외부 전시공간에 함께 전시된것으로 1963년 조사 당시 허리가 부러진 채 유일하게 원래 자리에 남아있던 1기는 탐라목석원을 거쳐 현재 제주돌문화공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와 함께 있던 1기는 분실돼 지금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성문 앞쪽 약 35m 지점에 세워진 아래 사진 속의 돌하르방 4기 가운데 2기는 서울로 옮겨져 경복궁 민속박물관내에 생뚱하게 서있고 나머지 2기는 용담동 옛 제주대학으로 옮겼다가 1980년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가 신축돼 제주대학교 정문으로 옮겨졌으며, 최근에는 제주대박물관 앞으로 옮겨 세웠습니다.

이곳의 4기 돌하르방 기단석에는 ┑,┏ , ● 형태의 구멍이 파여 있는데, 모두 정낭을 꽂아 넣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스시테이카이센동


이제 점심먹기위해 이동합니다.

메뉴는 카이센동.

제주신라 일식당 ‘히노데’에서 13년간 근무한 양준영셰프의 독립.

이름은 옆길로 새지않고 정도만을 걷겠다는 의미로 ‘頑’의 일본어 음을 따 테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임팩트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무리 없이 진행한 스시 오마카세.

가성비도 좋고 분위기도 괜찮았는데 런치 비스트로를 카이센동 위주의 구성으로 오픈한 이래로 지금은 캐주얼 브랜드로 런칭한 스시테이 카이센동만 운영합니다.

그래, 이번엔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이곳으로 정했습니다.

스시오마카세의 여운이랄까요, 식전 차완무시를 준비하네요.

카이센동에는 우니 연어알 참돔 참치뱃살 학꽁치 참치속살 연어 문어 고등어 한치 장어 광어 삼치 삼치타다키 단새우 자숙새우 계란말이가…ㄷㄷㄷ 양에서 그리고 맛에서 두번 놀랐네요.

오랜만에 얼굴 디밀었다고 양셰프님이 삼치 가마살을 구워 내주시네요.

맛 있습니다.

이제 찌뿌둥한 몸을 끌고 숙소에서 씻고 한 시간 정도 쉬다가 제주 시내의 마지막 하르방으로 이동 합니다.


숙소 휴식



제주시 돌하르방 자연사박물관(3,4),
삼성혈(7,8,9,10),
시청(15,16) 
자연사박물관 2기 

숙소에서 2시간정도 쉬고 저녁전 시내 돌하르방을 마저 찾았습니다.

자연사 박물관 입구의 2기는 서문밖 8기 중 관덕정으로 옮겨진 6기중 80년대 중반 4기를 빼고 2기만 옮겨진것입니다.

삼성혈 입구 4기는 남문밖 8기 중 2기가 먼저 옮겨진것이고 후에 다시 2기가 자리를 찾은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2기는 동문 밖 8기 중 도청에서 지금의 시청 앞으로 옮겨진 것입니다.

까망꼬숑


산행 후 저녁 식사는 흑돼지입니다.

제주를 떠오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흑돼지일텐데…제주의 수많은 음식 들 중에 무항생제 최상급의 흑돼지를 메인 메뉴로 한 흑돼지 오마카세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검다는 제주 방언 까망과 프랑스어 돼지인 꼬숑을 합한 옥호, 까망꼬숑에서 보이듯 랑스의 전통 있는 유명 사립 요리학교인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셰프가 제주에 자리를 잡으며 만들어진 곳입니다.

무항생제 최상급의 흑돼지를 숙성시킨 구이 요리를 즉석에서 직접 제공하여 즐길 수 있는 흑돼지 오마카세 CUISINE입니다.

오픈된 셰프 전용 아일랜드 bar에서 기존 재료 손질을 하고, 고객과 소통하여 커스터마이징한즉, 고객에게 맞춘 최상의 식감을 살린 흑돼지 구이 코스요리를 특별히 제공합니다.

총 열가지 코스가 준비되는데 흑돼지를 눈 앞에서 구워주는것을 빼면 파인다이닝이라해도 손색 없을만큼 만족스럽스비다.

시작을 알리는 표고 채수향이 감칠맛을 전해주는 표고 게살 스프는 여타의 오마카세 시작인 차완무시와 확실히 대비가 됩니다.

두번째로 준비해준 해산물 샐러드에는 전복 돌문어 명란에 상큼한 레몬 오일과 블루베리 소스가 입맛을 자극합니다.

드디어 고기가 구워지는데, 목살, 오겹살, 항정살, 가브리살로 하나씩 차분히 굽기 시작하며 다른 코스가 준비됩니다.

두달간의 라마단(?)을 끝내고 첫 음주를 시작하는데  와인 소믈리에이기도하신 셰프의 추천도 좋지만 아무래도 흑돼지라 소주를….ㅎ

다음에 준비된 음식은 감태위에 버섯과 돌문어를 얹고 육회와 치즈 그리고 배를 갈아 올렸는데 추천하고 싶은 킥이 배즙이네요.

요즘 감태를 너무 많이들 사용하는데, 감태는 김과 달라 거친 식감과 쌉사름한 뒷맛에 오히려 다른 맛을 해칠수 있어 사용하기에 조심해햐 합니다.

배즙과 조화는 정말 만족스럽네요.

다음은  방어 세비체로 케비어를 올렸고 발사믹에 바질페스토, 올리브오일이 조화롭습니다.

이제 구이가 중간중간 나오기 전 소스가 준비되는데, 말돈소금, 와사비, 홀그레인, 부드럽게 간 멜젖, 크림소스위 레드페퍼.

잊을뻔한 사이드, 양파장아찌와 백김치도 입안을 정리하는데 일조합니다.

고기를 먹고나니 모밀로만든 육수소바로 고기 후를 까끔하게 정리 합니다.

이어 한입식사로 광어, 참치뱃살, 한우초밥이 정점을 찍네요.

디저트로시가 비스켓 후 샤인머스킷을 올린 레몬셔벳은 다시 방문해 달라는 맛이네요.

네오클래식한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어우러진 플레이팅에 고기 맛의 풍미를 더한 저녁이 만족스럽습니다.

서브해주신 셰프는 조근식셰프고 1인 77,000원입니다.


라운지 38


저녁 만찬을 마치고 잠시 늦은 시각에 제주시의 밤을 한 시야에 담아낼 수 있는 곳에서 조용히 마티니 한잔으로 동행의 시간을 흘립니다.

사람이 너무도 간사합니다.

무식한 중국자본과 더 무식한 제주 행정이 빚어낸 괴물, 제주시에 세워진 드림타워를 강하게 비판하고 맹 비난했는데, 이곳을 이리 많이도 방문합니다.

드림타워의 38층에 엄청난 조망을 시그니쳐로 내세운 바, 라운지 38은 저녁에서 밤까지 이어지는 ‘바’보다 낮시간의 ‘카페’가 주 영업입니다.

그래, 스윽 분위기만 느끼면 좋을곳입니다.

음... 칵테일은 크게 기대하지 않으시고 분위기 마신다는 생각으로 방문하시면 그냥저냥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하얏이니까.


보드카 마티니

벨루가 마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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