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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문 CCⅢ 유한계급론-베블런효과

; Thorstein Veblen

by Architect Y

샤넬의 클래식 백의 가격이 한화 1,500만원을 넘겼다는 기사 속에 등장한 베블런 효과라는 영어로 고전을 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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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계급론.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of Institutions


가격이 오르는 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인 Veblen Effect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 Thorstein Bunde Veblen이 1899년 출간한 저서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 An Economic Study of Institutions 유한계급론(有閑階級論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말한 데서 유래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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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을 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힘의 열등함을 보여주는 표시였고 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본질적으로 천박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 만큼 여가가 있다는 것은 힘의 우월함을 보여주고 또 자신이 그런 천박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만족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 3장 과시적 여가 중


기본생활비 이상의 소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남는 자금을 자신의 삶을 좀 더 현명하고, 똑똑하고, 사려 깊게 살아가려는 유익한 용도에 사용하지 않고 자신도 남들 못지않게 많은 가처분소득(可處分所得)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 남에게 자신이 부자라는 인식을 각인시키려는 충동과 동기를 가리켜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라는 신조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소비는 자신의 에고ego를 더 크게 보이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 사람들은 돈, 시간, 에너지를 아낌없이 소비한다는것입니다.

사치성 소비가 문화의 다른 분야에까지도 번져가는 것은 큰일이라고 베블런은 경고하는데 이에 대한 아주 극단적인 사례로 베블런은 중국 유한계급이 여성들의 발을 꼭꼭 묶어서 작은 발을 만들어서 노동의 능력을 아예 빼앗아버린 전족纏足 풍습을 들고 있습니다.

노동이라면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표시로, 중국 여성들은 발이 기형이 되는 고통과 형벌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것이죠.

그래, 그 전족한 여자와 그녀가 속한 계급은 천박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같은 귀족 계급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에게 자랑스럽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고 말 하고 잇는것입니다.

또다른 극단적 사례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과도한 도덕적 정력을 탕진한 끝에 자신의 목숨을 잃어버린 어떤 프랑스 왕을 예로 들고 있는데 왕의 의자를 옮겨주는 직책을 맡은 관리가 옆에 없었기 때문에 왕은 불이 났는데도 아무 불평 없이 의자에 앉아 있다가 그만 불에 타죽고 말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왕은 가장 고귀한 자신의 몸이 비천한 노동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왕이 있었는지는 역사적으로 체크해 봐야 하지만, 체면 차리기를 좋아하는 중세의 유럽 왕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고도로 조직화된 산업사회에서는 결국 재력이 없으면 평판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재력을 과시하여 평판을 얻기 위한 수단은 유한과 재화의 과시적 소비이다.

따라서 하층계급에서도 가능한 한 유한과 과시적 소비를 사용하고, 낮은 계층의 경우 그 대부분은 아내와 자녀에게 위임된다.

나아가 낮은 계층에서 아내가 유한의 표면적인 꾸밈조차 하지 않게 되어도, 재화의 과시적 소비는 여전히 아내와 자녀에 의해 행해진다.

일가의 주인도 과시적 소비라면 어느 정도 가능하고, 실제로도 하는 경우가 많다.

- 4장 과시적 소비 중


후대에 올수록 물산이 풍부해지면서 과시적 여가보다는 과시적 소비가 유한계급의 주된 특징이 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유한계급 이론은 양날의 칼입니다.

부유한 상류계급은 낭비적인 소비로 금전적으로 열등한 하위 계급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반면에, 하위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도 남들 못지않은 금전적 지위를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수입의 한도 혹은 그 이상까지 소비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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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런은 유한계급의 행태에 대하여 순전히 경제적 관점에서 기술할 뿐, 미학적, 도덕적, 심리적, 종교적 관점은 배제했다고 말합니다.

베블런이 말하는 경제적 관점이란, 노력, 시간, 재화, 서비스의 투자, 소비, 소득을 살펴보는 관점 혹은 이런 것들이 낭비인가, 아니면 유익한 투자인가를 살펴보는 관점입니다.

그는 과거의 애니미즘에서 유래하는 신인동형론적 사고방식(즉, 주종관계에 의한 신분제)으로는 경제가 발전할 수 없으며 그보다는 산업과정 및 기계적 과정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할 때 발전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한계급의 약탈적이고 신분 과시적이며 신인동형론적 행태는 그런 경제적 관점과 배치됩니다.

그런 비경제적 관점이 의복, 종교, 스포츠, 여성, 대학 등의 문제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책의 전반부에서 유한계급의 이론을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그 이론과 관련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베블런은 현대(19세기) 경제 이론이 지적으로 정적이고 쾌락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경제학자들은 사회의 경제적 행동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적 연역에 의존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어떻게 사회적, 문화적으로 행동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경제 발전이 영국 귀족의 정태적 경제학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소비는 미국의 역동적인 개인주의 문화에 반하는 비미국적인 활동이며, 따라서 눈에 띄는 소비는 사회적 진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주류경제학에서의 인간의 소비행위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하며 소비에 미치는 외부적이고 사회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지만 베블런은 소비가 극도로 타인을 의식하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행위라고 말합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고 노동에서 자유로운 비생산적인 신분들은 자신의 재산을 과시하고 계층간의 격차를 표현하고 분리하기 위해 과시적 소비를 경쟁적으로 하는데 그런 계급을 유한계급이라고 하는것이죠.

인간의 문화를 4단계로 구분하는데,

1단계 평화적 원시 문화,

2단계 약탈적 야만 문화,

3단계 유사-평화적 야만 문화,

4단계 현대 산업문화로 구분하여 약탈문화 초창기에 발생한 유한계급은 개인 소유권의 결과로 생겨났다고 보며 금전적 경쟁, 금전적 생활수준, 금전적 취향, 문화처럼 금전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재산의 명성의 근거로 삼아 노동을 천시하고 품위와 명성을 중시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 품위와 명성에 대한 추구와 동경은 모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로 나타나는데 그런 인간의 욕망과 심리들이 라이프 스타일과 유행을 만들어 내며 동시에 그런 방식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척하고 혐오하게 합니다.

유한계급론에는 어려운 수식이나 도표가 없다. 사회서적 같은 경제학서적이며 이해하기가 결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일반 경제학처럼 딱딱하게 다가가지 않습니다.

유한계급의 생성과 발전 그리고 사회제도에 미치는 그들의 강한 영향들과 힘의 행사들을 다양한 범위에서 보여주며 그들이 문화 전반과 관습에 미치는 힘들을 돋보기로 들여다 보듯 세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사회를 내다본 베블런의 예상은 빗나갔지만, 그가 풍자한 유한계급(자본가 계급)의 행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여 ‘갑질’이라는 용어로 바뀌어 여전히 득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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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몇가지 용어를 파악하고 있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유한계급 leisure class: 노동 면제와 보수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사회 내의 한 계급.

유한계급은 야만 시대에는 약탈을 가치 있는 일로 여겼고, 후대인 유사-평화의 야만시대에는 폭력보다는 기만에 의지하여 약탈을 했다. 이 계급은 약탈의 요소가 전혀 없는 일상적인 일, 즉 생산에 종사하는 일은 비천하게 여겼다. 자신들이 충분한 부의 축적으로 노동에서 면제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과시적 소비, 대리적 여가, 금전적 경쟁 등 다양한 행위를 한다.


과시적 소비 conspicuous consumption(낭비): 유한계급의 대표적 행위. 자신이 돈이 많고 그래서 생산 노동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행위.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명예롭게 여기는 네 가지 일은 통치(정부 관리), 전쟁(전사), 종교적 예배(사제), 스포츠(사냥)이다. 후대의 문화로 넘어오면서 돈을 많이 가진 자가 자신의 금전적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다.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를 순전히 경제적인 관점(낭비인가 아닌가)에서 파악하여 미국의 백만장자들이 대학, 병원,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도 과시적 소비의 일종이라고 진단한다.


대리적 여가 vicarious leisure: 야만 문화의 초기 단계에서 많이 벌어진 행위이며 후대로 내려올수록 과시적 소비가 대리적 여가를 대체했다.

가부장의 아내나 가부장의 하인들은 주인을 대신하여 여가를 누리게 되는데 이 때의 일차적 목적은 주인이 이런 여가를 허용할 정도로 금전적 능력이 있고 또 사회적 명성이 높은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약탈적 기질 predatory propensity: 야만 시대의 대표적 인간성으로 주로 폭력과 기만에 의해 남의 것을 빼앗는 기질을 말한다.

과거 전통 사회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명예는, 전쟁에서 비상한 약탈의 능력을 발휘하여 얻은 명예이거나 혹은 정치에서 거의 약탈적인 효율성을 발휘하여 얻은 명예이다.


금전적 경쟁 pecuniary emulation: 유한계급이 주도하는 금전 문화의 핵심적 특징.

차별적 비교를 바탕으로 사회적 명성을 얻으려는 경쟁인데, 내가 가진 부가 남보다 더 많다고 하는 확신에서 나오는데 축적된 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더욱 크게 하려는 욕망이 작용하여 금전적 경쟁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소비의 근본적 동기는 경쟁이라고 보는데 그 중에서도 금전적 경쟁이 유한계급의 주된 특징이다.


일솜씨 본능 workmanship instinct: 평화를 좋다고 보고 무익한 삶이나 소비를 불쾌하게 여기는 본능으로 강력한 자기표현의 욕구이다.

일솜씨 본능 때문에 인간은 생산적 효율성과 일용에 도움이 되는 것을 우호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 본능은 모든 사람에게 깃들어 있으며 모든 상황에서도 그 존재를 드러낸다. 따라서 어떤 소비가 아무리 낭비적일지라도 거기에는 이 본능에 부응하는 측면(경쟁에서의 승리)이 있다. 이 본능은 약탈적 기질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오래된 것이다. 일솜씨 본능에서 약탈적 기질이 특별하게 발전되어 나왔으며, 비록 그 기질이 무척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일솜씨 본능보다 뒤늦게 나타난 후대의 변종이다.


애니미즘과 신인동형론 animism and anthropomorphism: 애니미즘은 종교의 원초적인 형태의 한 가지로, 자연계의 모든 사물에 영혼이 존재한다는 생각이나 신앙을 말한다.

신인동형론은 인간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anthropos와 형태를 가리키는 morph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다. 인간적인 특징을 비인간적 존재에게 부여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신이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상이다. 베블런은 이 책에서 신인동형론 종교가 애니미즘이 고도로 발달된 형태라고 보면서, 유한계급의 주종 관계 이론이 종교에 투사된 것이 신인동형론이라고 진단한다. 베블런은 또한 신분제, 신인동형론, 그리고 보수주의를 애니미즘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사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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