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의 송장들에게 전하는 조언, 샐리 티스데일
2019년 여름, 죽음에 대한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 죽음과 함께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라 1,2위를 다투던, 죽음이라는 주제로 써내려간 책 한권이 책장에서 10년 전 Shelly Kagan 셀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를 꺼내 들게한 죽음이라는 주제로 써내려간 책 한권.
일반적으로 죽음은 현실적인 모습을 묘사하기보다 형이상의 이야기를 통해 말 하는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책은 원어, Advice for Future Corpses 미래의 송장들에게 전하는 조언 (and Those Who Love Them)에서 읽혀지듯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다못해 책의 부록 페이지에는 독자 여러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죽음 계획서와 좋은 죽음을 위한 제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정도이니…
죽음의 공포에 휘둘리고 있지만 정작 죽음이 무엇인지 애써 탐구하려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죽음을 피해야 할 무언가로 여기는 전통적인 태도 때문에 그렇다고들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쩌면 섬뜩할정도로 현실적인 묘사로 2시간만에 완독했습니다.
고 이어령교수는 2019년초 투병사실을 고백하며 ‘암 걸리고나니 오늘 하루가 전부 꽃, 예쁜 줄 알겠다’라는 말을 하며, 그 해 10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이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
한국말이 얼마나 아름다워요.
죽는다고 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애초에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죽음을 늘 인지하고 살아가는 시한부 환자들은 처음에는 매우 초연하게, 현실적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려고하지만 폐암 선고를 받고 난 후, 서른여섯 젊은 의사 폴 칼라니시가 남긴 2년 간의 기록 ‘숨결이 바람 될 때’에서 혼자 남을 아내 루시에게 재혼을 권하는 등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고하지만 이런 수용적인 태도는 고통에 의해 잠시 나타나는 엔도르핀처럼 오래가지 못한다고 샐리 티스데일은 말합니다.
연명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환자의 의중을 알 방법이 없지만 우리는 누워 있는 환자의 생각을 짐작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하고 기계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것은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CPR 사용으로 평온한 죽음의 가능성이 무산된다. 이는 대단히 나쁜 결과로 간주된다.
- 3장 좋은 죽음 91p
우리는 그날을 가능한 한 늦추고 싶어 한다.
엄마나 아빠가 '기계에 의지한 채' 살아 있기를 바라지 않을 거라 고 확신하면서도 우리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다들 우리에게 얼른 결정하라고 다그치지만 우리는 결정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런 결정을 내려본 경험이 전혀 없다.
우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결정을 내 려야 할지도 모른다.
- 8장 마지막 몇주 175p
병든 노부모를 누가 모시느냐, 간병비는 누가 감당하느냐 등도 자주 거론되는 문제고, 이런 문제를 현명하게 처리하지 못해 형제간의 분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죽음은 한 가정을 파괴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저자는 탄생은 선택할 수 없으나 투병생활을 연명할 것인지, 나의 장례식은 어떻게 치룰 것인지, 죽음 이후 시신을 어떻게 할 것인가까지 죽어가는 과정은 선택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이 책임질 수 있는 마지막 대상이며, 그 몸을 어떻게 처분할지는 당신이 내릴 가장 개인적 인 결정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상실감에 빠진 가족들에게 떠넘기지 마라.
가족들 사이에 의견이 갈릴 수도 있고, 그간에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원치 않는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남은 가족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 속내를 감추거나 미안해하지 마라.
- 10장 시신 226p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는 죽음에 대한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자 샐리 티스데일은 완화의료 분야에 오래 종사하면서 많은 죽음을 지켜봤고, 죽어가는 사람의 가족을 지켜봤습니다.
저자 역시 죽음은 낯선 것이었으나, 이 과정에서 죽음이 편안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좀더 이성적으로 '죽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은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현실적, 실질적 조언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죽음의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그들이 죽은 이후에 어떤 식으로 애도를 표할까요?
죽음은 과연 슬프기만 한 것일까요?
죽어가는 당사자가 아닌 그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으로서 어떤 태도와 관점을 가지면 좋을지 솔직하고 담백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애통은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은 일이 자꾸만 벌어진다.
다 거짓말처럼 느껴지고 약을 먹은 것처럼 멍하다.
흔히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차분하거나 흥분하거나 격분하기도 한다.
다 끝났다는 생각에 암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병수발을 하느라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병원 대기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일이 다 끝났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안도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놀라 죄책감에 휩싸인다.
너무 혼란스럽다.
너무 어렵도 힘든 업무를 떠안을 것 같다.
- 11장 애도 270p
터놓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전에 의견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는 것이 죽음에 대한 준비라라는 의미에서 일본에서 매년 열린다는 '라이프 엔딩 산업전 Life Ending Industry Expo'이 흥미로웠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죽음이라고 하면 임종을 앞둔 사람이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모습을 떠 올리지만 그런 죽음은 흔치 않습니다.
'좋은 죽음'을 바랄 것이 아니라 '적합한 죽음'을 고민해 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어떤 죽음이 우리 삶과 어울리며, 살고 싶었던 방식을 죽음에도 반영할 수 있을 지……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었다.
- 더글라스 페어뱅크스 주니어 Douglas Fairbanks Jr., 마지막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