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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ffee break

coffee break...4 넉 사 四, 죽을 사 死

; 일제잔재...

by Architect Y

7월4일, 미국독립기념일이죠.

사실, 강렬했던 톰 크루즈 주연, 올리브 스톤 감독의 7월 4일생이라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지나치는 여름날의 하루였을것입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예일대를 중퇴하고 월남전에 참전해서 무공훈장까지 받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해 오래도록 방황한 전력이 있기 때문에 월남전 3부작 플래툰(1986), 7월 4일생(1989년), 하늘과 땅(1993)을 통해 집요할 정도로 전쟁의 실체를 낱낱이 밝혔는데 이 영화는 그의 연출작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었습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는 과거 레슬링 선수로 지낸 경험을 살려 실존인물 론 코빅의 디테일을 완벽할 정도로 재연해서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데 성공했죠.

7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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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화 이야기가 아니고 4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4를 죽음과 연결시켜 기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에 앞서 중국과 일본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나 일본보다 이런 부분에 더욱 민감합니다.

큰돈을 번다는 의미의 파(fācái·发财)와 발음이 비슷해 사족을 못쓰는 8빠(bā·八)에 반대로 흩어진다라는 의미를 지닌 散(sàn)(산)과 발음이 같은 3은 三(sān)(산)도 싫어하고 화, 분노 등의 뜻이 있는 气(qì)(치)와 발음인 7七(qī)치도 싫어하지만 죽음을 뜻하는 死(sǐ)(스)와 발음이 비슷해서 4 四(sì)(쓰)를 한국과 일본보다도 더더욱 지독하게 혐오할 정도로 싫어해 금기가 심합니다.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일본도 4를 죽음을 뜻하는 사(死)로 연상해 꺼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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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런 맥락으로 4의 사용을 자제합니다.

이런 관념은 엘리베이터나 건물의 층수가 잘 가다가 4층이 갑자기 F로 바뀐다든지, 병원과 빌딩에는 4층을 F로 표시하거나 아예 4층이 없는 경우등 4가 들어간 숫자를 기피함으로서 생활속의 불편함을 만듭니다.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주민등록을 한 여성의 경우 주민등록번호의 뒤 일곱 자리 중 일부가 4444(모든 곳에 4가 있고, 4자리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한 사례가 있고, 이에 따라 더이상 4444와 같은 조합이 나오지 않도록 주민등록번호 생성 규칙을 조정하였습니다(2012년)

2005년 5월 확정된 아리랑 위성의 발사 계획에 따르면 아리랑 위성 발사 시기는 1호(1999년) - 2호(2006년) - 3호(2008년) - 5호(2009년) 순으로 4호가 빠져 있습니다.

아리랑 1호의 수명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2호의 발사시기가 늦어져 4호의 필요성이 없어져 4호를 발사하지 않은 것이나, 일설에 의하면 4자가 '죽을 사(死)'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4호를 건너뛰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KT의 통신 위성 무궁화 위성도 4호를 건너뛰고 5호를 발사했습니다.

군대에서도 육군의 제14연대는 주로 공산주의 장병들로 편성된 연대로, 여수·순천 사건을 일으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 진압된 직후, 처벌로 제14연대는 강제해체되고 제4연대의 서수는 20번으로 바꾸었으며, 숫자 4가 들어가는 모든 숫자는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었는데 이 조치는 지금도 유효하여, 해군 장보고급 잠수함 4번째 잠수함인 SS-065 박위의 제식 명칭은 SS-64가 아닌 SS-65입니다.

대한민국 공군 또한 숫자 4가 들어가는 비행단급 부대는 없습니다.

사실 아파트는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공동주택 중에는 4동, 4층, 4호, 4단지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1990년대에 지어진 공동주택에는 이들이 없는 사례가 흔합니다.


그런데 이런 4를 금기시하는 문화는 갑자기 등장한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4를 싫어하게 된 것은 10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20년 전인 2005년 국가보훈처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실시한 ‘일제잔재 뿌리뽑기 캠페인’에서 4를 죽음과 연관시키는 현상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생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의 4에 대한 공포증이 우리나라에 퍼지더니 6.25전쟁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까지 겹쳐 우리나라에서도 4는 불길한 숫자가 됐고. 이러한 4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기성세대의 입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4가 나쁜 수로 쓰인 적이 거의 없는데도 4를 부정적인 수로 쓰는 언론 매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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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로부터 4를 죽음의 숫자로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숫자 4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서울에는 사대문이 있었고 이를 둘러싼 낙산, 인왕산, 남산, 북악산을 내사산(內四山)이라 불렀으며 조선왕조실록은 4질을 만들어 4곳(정족산,태백산,오대산,적상산)에 보관했습니다.

또한, 선비의 고결한 인품을 잘 나타낸다하여 매난국죽 네 가지 식물을 골라 사군자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어떤 글이든 제목을 네 글자로 붙이는 한문권의 전통에서 수많은 사자성어가 탄생하기도 했고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한 번 보고 인식할 수 있는 숫자가 어른이나 아이 상관없이 약 4개라고 밝히고 있어서 전화번호를 국번과 뒷번호로 나눠 4자리씩 끊어 읽는다는 것입니다.

버스 번호가 4자리를 넘지 않는 것이나 차번호판이 4자리로 되어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숫자 4가 가진 특성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돼 있는데. 4개의 다리를 가진 동물이 두 다리로 걷는 사람보다 허릿병에 잘 걸리지 않는 데는 숫자 4의 안정의 원리가 들어 있습니다.

각종 건축물이나 책, 컴퓨터, 카드 등 다양한 제품의 설계가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는 것도 사각형이 안정성이 높고 여러 개를 겹쳐 쓸 때 가장 공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도형이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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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독립한지도 8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국토와 주권은 되찾았으나 잃어버린 문화는 아직도 되찾지 못한것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금부터라도 4라는 숫자는 죽을 사(死)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고 도리어 좋은 뜻이 많이 담겨있는 행운의 수라고 생각하는 고유문화에 따라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수로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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