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계절에 돋보이는 믹솔로지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화려하지만 허황된 삶을 산 남자의 이야기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영화화한 The Great Gatsby (위대한 개츠비 2013)를 보면 내내 열감이 느껴지며 시원하고 청량한 음료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쩌면 작품속 개츠비가 사랑한 데이지와 데이지의 남편이 함께하는 시공간 속에서 등으로 땀이 흘러내리는 무더위와 그 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 스크린 밖으로 튀어나와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이사이에 긴장감을 완화시킬 시원한 칵테일이 등장합니다.
#1 데이지가 남편 톰에게 차가운 음료를 만들어달라고 말을 하고 개츠비는 톰이 만든 네 잔의 Gin rickes 진 리키(;진이나 버번에 라임 주스와 탄산수를 기미한 칵테일-하이볼) 중 한 잔을 집어 들죠.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F. 스콧 피츠제럴드가 가장 좋아했던 칵테일이라고 하는 후문도 있습니다.
진과 라임주스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달콤 쌉싸름하고 청량한 칵테일 '진 리키(Gin rickes)’.
#2 "하이볼로 하시겠습니까?" 웨이터가 묻자 "좋은 레스토랑인데." 울프심은 이렇게 말하고 천장에 그려진 천사 그림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역시 맞은편 거리 쪽이 더 좋아!", "응, 하이볼."하고 개츠비는 대답합니다.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은 간단하지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칵테일 중 하나인데 영화 속에서 개츠비가 마시는 하이볼은 기다란 잔에 가득 채운 얼음과 함께 등장합니다.
이 장면에는 플라워 프루츠 칵테일(flower fruits cocktail)과 함께 등장합니다.
#3 뉴욕의 플라자 호텔 스위트 룸에서 데이지는 남편 톰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 카운터에서 Mint julep 민트 줄렙(버번에 민트 잎을 넣고 설탕과 설탕이 녹을 정도의 소량의 물과 부순 얼음을 넣고 저은 칵테일-하이볼)을 만들 얼음과 민트를 가져오라고 해요. 민트와 버번 위스키, 설탕을 넣어 만드는 민트 줄렙은 위스키와 민트를 섞어 만든 시원한 칵테일입니다. 작품 속에서는 개츠비와 그가 사랑하는 데이지, 그리고 데이지의 남편 톰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민트 줄렙'이 등장해요.
"톰, 위스키 좀 따 줘요." 그녀가 말했다. "민트 줄렙을 만들어 드릴게요. 그러면 자기 자신이 그다지 바보스러워 보이진 않겠죠. 이 민트를 좀 봐요!"
요즘은 경리단 길을 중심으로 치솟던 수제맥주의 인기는 10년만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직접 칵테일을 만드는 믹솔로지(Mixology) 문화가 확산되면서 하이볼에 대한 소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죠.
지난해(2022년) 위스키 수입액은 2억 6684만 달러(약 3477억 원)로 전년 대비 52.2% 증가해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위스키는 2014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2021년 코로나19로 증가세로 돌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위스키를 탄산과 함께 섞어 마시는 하이볼 또한 현재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군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하이볼바도 서울에는 제법 많이 성업중이고 대세인지라 편의점 하이볼도 그 종류가 어마어마합니다.
하이볼은 일반적으로 술과 탄산을 섞어 마시는 음료로 기본적으로는 스카치위스키에 탄산수를 섞는 스카치 앤 소다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그냥 먹기에는 너무 독하고, 맛이나 향도 없어 주스나 탄산을 섞어 마시는 형태가 보편적이죠.
하이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탄산음료는 영국인들이 일찌감치 관심을 가진 음료였습니다.
유리를 입으로 불어 만드는 사람들은 탄산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병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은 1655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병에 든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는데 기여했습니다.
이후 100여 년간 탄산음료는 큰 인기를 얻었고 빠르게 산업화되며스파클링 와인은 특히 영국 상류층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들은 때부터 (얼음은 업지만) 브랜디 위에 탄산수를 섞어 먹었고 합니다.
하이볼하면 생각나는 나라는 역시 일본이죠.
2000년대 일본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는데 당시 바텐더들이 하이볼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제조하면서 일본은 하이볼의 천국이라 불립니다.
칵테일바보다는 일본 음식을 하는 곳이나 일식선술집에서 먼저 퍼져 나간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일본의 주류 기업인 산토리가 개발한 레시피를 대중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산토리는 하이볼을 위스키와 탄산수를 1:4 비율로 섞는 레시피를 쓰는데 이 레시피가 국내에서도 알려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에는 흔한 펍이나 바의 수제 맥주가 엄청난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위스키와 칵테일, 하이볼이 대세죠.
미국에서 대중화된 하이볼이지만 일본에서도 하이볼은 칵테일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죠.
사람들은 자판기에서 하이볼을 구매할 수도 있고 칵테일 바에서 자신의 입맛대로 하이볼을 주문할 수도 있습니다.
유리잔의 온도, 크기에서부터 음료를 휘젓는 횟수도 각기 다르며 각 바마다 자체 규정이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은 원래 あべやろう 아베 야로가 그린 만화책이 원작입니다.
간판도 따로 없이 ‘めしや:밥집’이라고만 쓰여있는 포렴(布簾; のれん 노렘, 술집이나 복덕방의 문에 간판처럼 늘인 베 조각)을 내걸고 밤 12시에 문을 열어 아침 7시에 문을 닫는 식당을 배경으로 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이어지죠.
근본적으로 밥집이지만 심야에 영업하기 때문에 술도 판매하는데 손님들은 맥주를 마시지만 하이볼과 일본주(사케), 그리고 손님에 따라서는 희석술(?), 미즈와리(水割り)도 마십니다.
여기서 소개된 하이볼은 마스터가 식당을 찾아온 한 젊은 여성에게 권하며 등장합니다.
일본식 닭튀김인 ‘가라아게’를 주문하는 그녀가 맥주를 마시지 못하자 마스터는 위스키에 소다수를 섞어 하이볼을 만들어 줍니다.
이후 그녀는 가라아게와 하이볼을 함께 마시는 심야식당의 단골이 되죠.
더위에 생각나는 하이볼 스토리를 막바지 여름을 보내며 엮어보고 바도 구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