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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22. 2016

건축가의 주유천하 V 전라 鳴玉軒 명옥헌

일곱. 담양의 삼승一洞之三勝과 溪山風流 계산풍류 07 마지막

; 계산풍류의 마무리 


오희도(1584-1624). 

본관 나주. 

오 씨의 대부분은 해주 오씨고 나주오씨는 7개의 오 씨 중 인구 2만 5천명으로 랭킹 4위 집안이다. 

호 明谷 명곡(밝은 계곡). 

1601년 과거 1차 예비시험인 사마시 합격하고 1602년 부친상으로 3년 시묘에 들어간다. 

1614년 과거 2차 예비시험인 진사시 합격한다. 

시간이 흐르며 청초한 마음이 흐려진 조선 제15대 왕 광해군은 이복동생인 적자 영창대군을 방에 가두고 방바닥을 계속 달궈 쪄 죽이는 증살한다.

서자의 콤플렉스라고 하기에는 8살 막내에 대한 건 광인의 행동이다. 

권력에 지친 명곡은 외가댁인 순천 박 씨의 집성촌 담양군 고서면 선덕리로 낙향한다. 


忘齋망재라는 정자 짓고 안빈낙도(모든 걸 잊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한다.  


능양군이 광해의 인면수심을 뒤엎으려 군자금도 모으고 쿠데타에 동참할 지역 유지들을 설득하러 전국 유람에 나섰다. 

임진왜란의 영웅 고경명장군의 고향을 찾았다. 

고경명장군의 손자 월봉 고부천이 맞이한다. 

掌令장령(지금의 감사원 감사관)을 끝으로 안빈낙도 중인 월봉.

군신유의君臣有義.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리가 있어야 하다고, 두 임금을 섬길 수 없어 거절한다.

능양군은 말머리를 후암마을로 돌렸다.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취가정,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의 동네.

능양군은 후암마을 입구 은행나무에 말을 묶고 망재에서 명곡과 마주 앉았다.

거절.

다음날 다시 찾았다.

거절.

다음 날 또 찾아 三顧草廬삼고초려(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그의 누추한 초가집을 세 번찾은 일). 

수락. 

1623년 인조반정이 일어나고 능양군은 조선 제16대 왕 등극한다. 

약속대로 명곡 한양 입성한다. 

인조가 문묘를 찾고 謁聖文科 알성문과(임금이 성균관의 문묘에 참배한 뒤 보이던 문과). 

당연히 명곡은 합격하고 다음해 천연두로 세상을 떠난다.  

명곡의 넷째아들 오명중(1619-1655) 벼슬길에 나서지만 1651년 정시과거 낙방한다. 

3년마다 달랑 33명만 뽑는 식년문과에 급제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후암마을로 낙향하여 1652년 고향마을에 부친에게 바치는 정자 건립하고 현판을 걸었다. 

鳴玉軒명옥헌(흐르는 물소리가 옥이 부서지는 소리로 들리는 집). 

전라남도기념물 제44호. 

흐르는 계곡의 물을 담아 위아래로 두개의 연못을 만들었다. 

方池圓島形 방지원도형(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난 법, 네모난 연못은 땅, 연못 중앙의 둥근 섬은 하늘). 

연못 주위에 배롱나무를 잔뜩 심으니 이곳은 완전 극락이다. 


7월부터 9월 말 까지 백 일간 쉬지 않고 꽃을 피우는 백일홍. 


물 빠진 연못

 - 황지우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紫薇나무가

나의 화엄 연못, 지상에 붙들고 있네

이제는 아름다운 것, 보는 것도 지겹지만

화산재처럼 떨어지는 자미 꽃들, 내 발등에 남기고

공중에 뜬 나의 화엄 연못, 이륙하려 하네

가장자리를 밝혀 중심을 비추던

그 따갑게 환한 그곳;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中心樹, 폭발을 마치고

난분분한 붉은 재들 흩뿌리는데

나는 이 우주 잔치가 어지러워서

연못가에 眞露 들고 쓰러져버렸네

하, 이럴 때 그것이 찾아왔다면

하하하 웃으면서 죽어줄 수 있었을 텐데

깨어나 보니 진물 난 눈에

다섯 그루의 노송과 스물여덟 그루의 자미나무가

나의 연못을 떠나버렸네

한때는 하늘을 종횡무진 갈고 다니며

구름 뜯어먹던 물고기들의

사라진 水面

물 빠진 연못, 내 비참한 바닥,

금이 쩍쩍 난 진흙 우에

소주병 놓여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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