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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offee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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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Dec 31. 2023

coffee break...別歲 별세

; 세상世이 아닌 한해歲를 보낸다…시간의 소중함에 대한 소고

사람의 죽음을 말하기도 단어, 죽음을 말하는 별세와 음이 같은 別歲별세는 한해를 보낸다는 의미입니다.

東國歲時記 동국세시기에 중국 촉나라 풍속을 기록한 대목에 섣달 그믐날 잔치를 베풀어 술과 음식으로 서로 맞이하는 것을 別歲별세라 했고, 밤에 불을 밝히고 자지 않는 것을 守歲수세라 하여 이 풍속이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였습니다.


친구가 천리 길 떠나려 하여 작별하려니 오히려 망설여진다

사람은 가도 돌아올 수 있지만 세월 가는 건 어찌 쫓을 수 있나

세월에게 편안한 곳을 물으니 멀리 하늘 끝에 있다고 하네

이미 동으로 흘러간 물을 쫓아도 바다에 가면 돌아올 날이 없네

동쪽 이웃에서는 술이 막 익었고 서쪽 집에서는 돼지가 살쪘다니

잠시 오늘 하루를 즐기면서 이 해가 다하는 슬픔을 위로해본다

묵은해 가는 것을 탄식하지 말게, 새해도 와도 더불어 간다고 하네

가고 또 가는 것을 돌아보지 말게, 그대에게 노쇠함만 돌려줄 터이니


故人適千里 臨別尚遲遲 고인적천리 임별상지지 

人行猶可復 歲行那可追 인행유가복 세행나가추 

問歲安所之 遠在天一涯 문세안소지 원재천일애 

已逐東流水 赴海歸無時 이축동류수 부해귀무시 

東鄰酒初熟 西舍彘亦肥 동린주초숙 서사체역비 

且為一日歡 慰此窮年悲 차위일일환 위차궁년비 

勿嗟舊歲別 行與新歲辭 물차구세별 행여신세사 

去去勿回顧 還君老與衰 거거물회고 환군노여쇠 

수월봉 낙조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으로 시문서화(詩文書畵)에 모두 능했던,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소식(소동파)는 1062년 그믐에 지은 別歲(별세)는 세모의 풍속에 대해 지은 궤세, 별세, 수세) 이렇게 삼연작 중 하나입니다.

소동파는 세모에 서로가 방문하여 대접하는 것을 ‘饋歲 궤세’라고 하고, 음력 섣달 그믐날 밤을 집안 식구가 앉아서 술을 마시며 밝히는 풍습을 ‘別歲 별세’라고 하며, 제야에 자지 않고 날을 밝히는 것을 ‘守歲 수세’라고 하며 세모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해 이 세 시를 지어 동생에게 보낸니다.


생소한 말이기는 하지만 뭔가 새기기에 좋은 음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새로운 2024년 甲辰年갑진년을 맞이하기 전날, 아쉽고 번잡스러워 정신없고 수 많은 생각과 일들이 교차했던 2023년 癸卯年 계묘년을 보내는 이 시간들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사람은 떠나도 다시 돌아올 수 있지만 세월은 떠나면 어찌 쫓아갈 수 없다는 소동파의 시가 세모의 마지막 이 짧은 시간을 묵상하게 하네요.


우리가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젊은 때는 오늘 지금이다.

내일보다는 오늘이 젊으니까.

지난 세월은 이미 과거지사, 그 것은 내가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아님으로 나에게 허용된 시간이 아니다.

- だいおうじょう, 永 六輔 고통 없이 편안한 죽음, 에이 로쿠스케

차귀낙조

연말 함께 하지못한 이들에게 이덕무의 글을 대신해 보냅니다.


해마다 만나는 섣달 그믐날인데 그 그믐날이 또 오늘 저녁일세

세월은 어찌 그리 빠른가  서글퍼라 스스로 무료하네

푸닥거리 곳곳에서 북소리 둥둥거리고 부엌에 제사올리려 등불이 멀리 반짝인다
 매화도 한 시절뿐인 듯 남은 꽃잎이 사람을 향해 나부끼네 
 마음을 같이한 몇몇 벗들이 산 넘어 서로서로 맞이한지라

손 잡고 뜰 사이를 거닐면서 북두를 바라보고 새벽을 짐작하네 

늙어갈수록 착한 덕을 쌓고 젊음이 사그라듦을 한탄하지 않기를…


年年逢除日 除日又今宵 년년봉제일 제일우금소

日月何太駛  惆悵自無聊 일월하태사 추창자무료

祠神鼓鼕鼕 祭竈燈迢迢 사신고동동 제조등초초

梅花亦幾時 餘蕊向人飄 매화역기시 여예향인표

三四同心子 隔岡相與邀 삼사동심자 격강상여요

携手步庭際 五更占斗杓 휴수보정제 오경점두표

老大修令德 莫歎朱顔凋 노대수령덕 막탄주안조

우도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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