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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r 20. 2024

coffee break...행복의 날

; Happy(Happiness)≠幸福행복(?)


오늘은 2012년 유엔 고문 Jayme Illien제임 일리엔이 제창하여 국제 연합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유엔 결의로 채택되어 2013년 '전 세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기념하기 위해 '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 국제 행복의 날'을 제정하고 이를 기념하기 시작하며, 전 세계 정부에 사람들이 안전, 평안,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조치를 촉구하는 날입니다.

그래 매년 이날 UN 산하 자문기구인 UN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UN SDSN·U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는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150여 개국 행복 순위를 발표합니다.

이 보고서는 약 150여 개국의 국민 1000명에게 최저 0점~최고 10점 중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인식' 등 6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행복지수를 산출한다. 덧붙여 3개년 데이터를 토대로 국가별 행복 순위를 매기고 있습니다.

2021년엔 62위, 2022년엔 57위(5.935점)에 이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6.058점으로 52위에 랭크 되었습니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23위와 24위로 2012년 보고서 발간 후 처음으로 20위권에 들지 못했고 행복도 1위는 핀란드(7.741점)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단 하루도 듣지 않고 보내기 힘들 만큼 무소부재의 단어죠. 

우리 삶의 가치, 성공과 실패, 정신적·정서적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도 행복일것입니다. 

지금의 우리는 개인주의적이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며, 회복 탄력성이 뛰어나고, 자기 주도성을 드러내며, 낙관적이고, 감성 지능이 높은 선량한 시민이 되라고 끊임없이 강제됩니다. 

세계행복보고서; 행복하다는것은 무엇을 말하는것일까요?


행복지수, 순위 이야기는 미디어, 사회관계망을 통해 들어 보기는 했지만  UN에서 조사한 설문의 내용은 건강과 장수, 경제력, 복지, 공정사회, 상호배려, 자율권이라는 6가지 항목으로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첫번째 건강과 장수항목은 건강하게 얼마나 오래 생존할지를 예측하는 기준으로 망률과 어떤 일정한 기간 내에 발생한 환자 수를 인구당 비율로 나타낸 이환율을 조합하는 등 건강 측정치들을 합해 산출합니다.

두번째 경제력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표시하는데 개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경제수준은 개인이 자신의 소득, 고용 상태나 건강과 같은 경제적 이슈에 대한 만족도로 결정되지만 국민 평균소득이 7만달러를 넘어가면 그 이상 소득이 증대해도 행복지수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복지는 어려움을 겪을 때 얼마나 사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지표로 정서적 심리적 도움을 주는 것을 포함해 어려움을 겪을 때 얼마나 사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지표로 실질적 도움이 필요할 때 필요한 물건 또는 필요한 정보가 얼마나 제공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네번째 항목인 공정사회항목은 부패 정도가 낮고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지표가 올라가는데 행정처리 등에 있어 ‘급행료’가 만연할수록,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등이 일반화할수록 정부와 사회의 청렴도와 시민 상호 간 믿음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돌봐주는 공동체에서의 관대한 수준을 의미하는 다섯번째 상호배려는 약자 등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기부나 자원봉사 등이 활발할수록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주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의 정도를 나타내는 자율권은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서, 필요할 경우 외부의 도움을 받아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살피는데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느냐가 중요합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라는 개념과 조금은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는 않은가하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원래 우리말에는 幸福행복이라는 단어가 없었고, 이 개념 자체가 서구에서 수입된것이기에 그렇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행복의 어원을 따지면 그리스어 'eudaimonia'가 영어에서 'happiness'가 되고 일본어에서는 '幸福'이 되었다가 한국어에서 '행복'이 되었습니다.

1808년 10월 4일, 영국 해군 군함 페이튼호가 네덜란드 배를 수색하러 나가사키항에 들어온 Phaeton Incident 페이튼호 사건 이후 1811년 최초의 영일사전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초등학교용 영어 교과서인 諳厄利亜国語和解*(あんげりあこくごわげ; 영어일본어해설)에 처음으로 幸福이 등장합니다.

諳厄利亜国語和解 제3권에 happiness를 설명하면서 발음은 ヘピネス(헤삐네츠)로 표기하고 뜻은 ‘幸福’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같은 책 제10권에서 이렇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Sir, i Thank you an Eternal friendship and wish you always to simply Fortune, fare well.

我汝に生前の交誼恩沢を謝し 常に君の幸福加倍して健在せんことを 祝するなり

선생님, 영원한 우정에 감사드리며 항상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렇듯 일본인들은 영어 happiness를 번역하는 초기인 1811년부터 한자어 幸福이라고 번역하였고, 幸福은 happiness뿐만 아니라 fortune과 luck에도 함께 사용하였지만 이 책들은 일본에서 사라집니다. 

막부가 쇄국정책을 채택하면서 유일한 교역항 나카시마에서 사용되는 네덜란드어만 통용됩니다. 

반면, 영어는 쇄국체제 유지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교역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아 이 책들은 네덜란드어 통역사들만 학습용으로 소장하게 됩니다.
 그러나 happiness를 幸福이라고 번역한 것은 꾸준히 이어져 1854년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한 일본의 강제 개항 이후 영어책에도 happiness는 幸福으로 번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한섭 교수가 쓴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에 우리나라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1895년 국민소학독본 제3과에 처음 등장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족과 같이 상쾌한 집에 사는 것이 참 幸福이라. 

다만 그 幸福으로 만족하지 말고 더욱 상쾌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일본에서 어떤 사유 과정을 거쳐 happiness를 행복이라고 번역하였는지, 그 번역 배경에는 어떤 철학의 사상이 개입하였는지, 혹시 다른 경쟁 번역어는 없었는지 등은 전혀 알 수 없지만 '큰 재산이나 행운'을 뜻하는 fortune과 '운'을 뜻하는 luck 모두 행복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최초 번역자들은 happiness란 다분히 '운'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것으로 생각되며 이는 행복은 우리가 열심히 살면 하늘에서 내려주는 축복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렇다면 정작 서양에서는 어떨까요.

14세기 후반에 운이 좋은, 운이 좋아서 유리한 상황에 있는, 번영하는이라는 의미와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는 잘 풀리는이라는뜻의  hap (명사+ -y 에서 유래했습니다. 

매우 기뻐하는이라는  의미는 14세기 후반에 처음 기록되었고 이런뜻으로 사용된것은 1520년대부터입니다. 

그리스어부터 아일랜드어까지, 유럽어의 대부분은 처음에 운이 좋은의 의미였습니다. 

예외는 웨일스어인데, 거기서 사용되는 단어는 처음에 지혜로운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에게 삶은 뭔가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견디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성공적으로 잘 견디어 낸 사람만이 운 좋고, 축복받은, 행복한 사람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생각은 소크라테스에 의해 부정되었고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선언되었습니다. 

바로 행복을 권리로 본 것입니다.


일본이 아닌 중국에서의 행복이라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동서양의 행복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차이를 볼 수 있는데 幸은 소전체(전서의 하나로 진시황제때 만들어진것으로 도장에서 많이 보임)에서부터 등장하는데 지금의 형체와는 달리 夭(일찍죽을 요)와 屰(거스를 역)으로 구성되었습니다. 

夭는 사람의 정면 모습(大·큰 대)에서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놓음으로써 ‘죽음’을 상징했으며, 거꾸로 선 사람의 모습으로부터 ‘거꾸로’라는 의미를 그렸습니다. 

그래서 죽는 것(夭)과 반대되는 개념, 즉 ‘不夭(불요)’를 幸이라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幸에는 이렇듯 ‘죽음(夭)을 면하다’는 뜻으로부터 幸福이라는 뜻이 담기게 되었는데 그 뉘앙스가 건강(삶)이라는것으로 미루어 판단할 수 있을듯 합니다.

다시 해석해 본다면 건강하게 잘 사는 ‘well being’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 Daniel Kahneman 다니엘 카네만은 행복(happiness)과 만족(satisfaction)을 구분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실은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행복은 순간적인 경험이며 곧 사라지는 감정이지만 만족은 긴 시간 동안 자신이 바라는 종류의 삶의 향해 노력하며 삶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얻어지는 감정이라고 말합니다.

2017년 경제학자 Tyler Cowen 타일러 코웬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Conversation with Tyler 타일러와의 대화’에서 카네만은 두 감정 중 하나만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하나를 누리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낮고 행복하지 않은 이유……


BBC 등 외신은 '2024 국제 행복의 날'을 맞아 친구, 취미, 가족, 운동 등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고 나누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2024년 3월 20일, 국제 행복의 날을 보내며 자기규제로 만들어지는 소확행이 아닌 우리나라 책에 최초로 등장한 幸福처럼 '가족과 같이 상쾌하게 사는 것’처럼 건강한 행복을 찾아보는것은 어떨까요.


*諳厄利亜는 영국을 뜻하는 라틴어 Anglia의 일본어식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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