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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Mar 23. 2024

coffee break...春寒料峭乍晴陰 춘한요초사청음

; 춘분, 꽃샘추위에 흐렸다 맑았다.


지난 20일이 춘분이었습니다.

입춘이나, 경칩에서보다 봄의 기운을 느끼기에 좋은날입니다.

하지만 가끔 올해 강원도처럼 이 시기에 눈이 오거나 꽃샘추위가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 봄이 왔지만 옷깃을 여미는 경우가 있습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1년 중 농사일을 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며, 또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며 겨우내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농부들의 손길도 분주해지는 시기인 춘분 전후는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이 있듯 이 시기에 농가에서는 봄보리를 갈고 춘경(春耕; 이른 봄 싹트기 전에 봄비료를 뿌리고 난 후 이랑사이의 제초와 복토를 겸하여 얕이 갈아내는 일)을 하며 담도 고치며 한 해를 준비 합니다.

머리의 이야기처럼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이 여기서 나왔고, ‘꽃샘추위’, ‘꽃샘바람’이라는 말 역시 꽃이 필 무렵인 이 때의 추위가 겨울 추위처럼 매섭고 차다는 뜻에서 비롯되는 등 이 때를 전후해 많은 바람이불고 깜짝추위가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춘분 당일의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년을 점치기도 했는데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춘분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면 열병이 들어 만물이 자라지 못한다 하여 구름이 많고 어두운 것이 좋다고 여겼고, 춘분 구름 색이 푸르면 충해를 입고, 붉으면 가뭄, 검으면 수해, 누런 색이면 풍년이 든다고 점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날이기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중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몸에서 하나된 교회는 주님의 재림을 같은시간에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3세기에 동방교회와 서방교회는 부활절 날짜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습니다.

부활절 날짜를 하나로 하는것이 종말의 때에 교회의 통일성을 보증하는것으로 여겼기때문이죠.

155년경에는 부활절 날짜를 둘러싸고 로마교회 지도자인 Anicetus아니케투스와 서바나교회 감독(현재의 교황)인 Polycarp폴리갑 사이에 논쟁이 일어 났고 이후 197년 경에 유월절 논쟁은 다시 촉발되는 등 부활절문제는 결국 이 문제로 기독교제국이 분열되는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Constantinus I 콘스탄티누스 황제(로마 제국을 재통일시키고 수도를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겼으며 밀라노 칙령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공인한 황제)가 소집한 Councils of Nicaea 니케아 공의회에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기독교인이 유대인의 유월절 역법과 축제를 따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결정 내렸고 이에 3세기 전반 이래로 기독교인들은 부활절 시간표를 작성하기 위해 자신만의 역법을 사용하기 시작하여 니케아 공회는 부활절 날짜를 춘분이 지난 만월 후의 일요일로 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부활절은 유동적으로 3월 22일과 4월25일 사이의 시간에 오게 되었는데 이 날짜는 양력 개념인 24절기인 춘분과 음력개념인 보름을 함께 계산에 넣은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니케아 공의회 이후에도 부활절 날짜는 일치하지 못 했습니다.

콜롬부스 달걀세우기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에피소드입니다.

춘분에는 태양이 적도를 지나고 지구의 중력도 고르게 분포되기 때문에 달걀 세우기가 가능하다는 그럴듯한 설명을 곁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가끔 달결 세우는 행사를 춘분에 열기도 하고 알래스카대학의 켄 그레이 예술학과장은 1985년 춘분날 동료 20명과 함께 무려 170개의 달걀을 세우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해안사의 장경각은 둥그런 입구와 그 속으로 비치는 햇살, 너머로 보이는 형이상학적인 가람 기왓장의 선들, 뭔가 대장경판에 담긴 비밀을 알려줄 듯한데 실제로 작은 비밀이 담겨 있는데 춘분과 추분 오후 3시경이면 3분간 연꽃이 땅에서 피어난다고 합니다.

사실, 장경각 입구의 동그란 문으로 들어선 햇살이 맞은편 지붕 기와 사이로 내려서면서 땅에 연꽃 모양의 햇살이 생기는것이죠.


왕조실록에는 춘분을 기준으로 조석 두끼를 먹던 밥을 세끼로 먹기 시작하고, 추분(秋分)이 되면 다시 두끼밥으로 환원해 해가 짧은 겨울 동안 세끼밥을 두끼로 줄여 양식을 아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합니다.

조석 두끼밥 먹다가 세끼밥을 먹기 시작한 날이 밤낮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요, 두끼밥으로 환원하는 날은 밤낮 길이가 같다가 그날부터 낮이 짧아지는 추분(秋分)이었습니다. 

바로 여름 세끼밥이 점심(點心)이죠. 

점심이란 말이 정사에 처음 나온 것은 왕조실록의 태종 6년으로 심한 가뭄이 계속되자 임금은 급하지 않은 백성의 부역을 감해주고 각 관청에서의 점심을 폐하는 전갈을 내렸습니다. 당시 관청에서 먹던 점심은 요즈음 같은 식사가 아니라 간단히 모여 먹는 다과(茶菓)입니다. 

이렇게 낮에 모여 회좌(會座)하는 것을 다시(茶時), 밤에 회좌하는 것을 야다시(夜茶時)라 한 것도 바로 이에서 비롯되엇습니다. 

곧 사헌부 등 중앙관서의 티타임을 점심으로 불렀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조식으로 흥하고 미식으로 망했다는 로마제국에서도 2식을 했죠.

밥이야기, 춘분이라 하니 냉이, 쑥, 돌나물, 머위, 미나리등 봄나물이 많이 생각 납니다.


냉이를 버터에 살짝 볶으면 냉이 향이 풍부하게 올라옵니다.

쑥은 쑥수육(잡내제거와 쑥향이 은은합니다-오븐200도로 50분)도 좋고, 바지락쑥국도 시원하고 좋습니다.

돌나물은 아삭이고추에 고춧가루, 소금, 설탕, 다진 마늘, 다진 파와 고추소박이하면 밥도둑입니다.

머위는 맛을 잘 우려내야 하는데 굵은멸치 한줌과 함께 토장에 양파, 대파, 두부넣어 간단히 머위멸치찌개를 먹으면 고향의 나른한 봄생각이 떠오릅니다.

미나리는 향을 가득 느끼려면 메밀국수와 비벼서 비빔국수를 하면 최고입니다.

아, 봄나물은 아니라도 요즘 멍게가 좋은데, 아삭한 식감이 특징적이고 염분이 높은 세발나물과 참기름 약간과 볶은깨를 으깨 넣고  버무려 먹으면 멍게의 쫄깃함과 세발나물의 아삭함이 조화를 이룹니다.


미나리는 江上春강산춘, 생미역과 달래는 山海菜산해채, 이런식으로 접시마다 이름을 붙이고 진달래, 개나리 버들개지도 곁드려 운치를 돋구었다.

좋은 가양주에 가야금 한가락 춤 한마당까지 있으면 흥이 이에서 더함이 없었을 것이다.

醉翁취옹의 뜻이 술에 있지 않다더니 나의 식도락은 먹는 맛에만 있지 않고 풍취에 있다.

- 조지훈, 개춘연 잔치에서


마지막 4순을 지내는 주말 새벽에 춘분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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