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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pr 07. 2024

coffee break...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아버지 기일 즈음에 先塋선영에서

청명, 한식 주변의 날은 참 좋습니다.

벚꽃들이 꽃비를 날리는 가족 나들이에 좋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때는 너무 일찍 떠나신 아버지를 기리는 시기라 낙엽지는 가을도 아닌데 상념에 빠져들곤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미묘한 감정들…

상고 이래, 모자와 다르게 부자는 그리 쉽지 않은 관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습니다.

미묘한 감정선이 얽힌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들어내듯 적대적 감정이 있는것도 아닌데 그 둘은 늘 평행선을 걷습니다.

엄마나 딸은 이해 못하는, 표현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선망의 대상으로 자신의 길을 보여 줄 선생으로, 

같은 길을 걸으며 경쟁을 해야하는 라이벌로, 

앞으로 있을 미시적 케어의 대상으로...


오이디푸스 왕 이야기에는 실제로 그럴만한 계기가 내포되어 있다. 

그의 운명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 될 수 있고, 출생 이전의 신탁이 우리에게도 똑같은 저주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최초의 성적 자극을, 아버지에게 최초의 증오심과 폭력적 희망을 품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프로이드, 꿈의 해석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늘 ‘불온한 안개’가 끼어 있습니다. 

소통이 어렵고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긴장이 흐르며 보이지 않는 장벽이 놓여 있습니다.


아비와 아들 사이의 비극은 역사 속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고 설화로도 이어져 내려올 만큼 흔하고 일반적이다. 

그만큼 부자지간의 갈등은 성장기 삶을 지배하는 원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것입니다. 


저의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쓰여졌습니다. 

글 속에서 저는 평소에 직접 아버지의 가슴에다 대고 토로할 수 없는 것만을 토로해댔지요. 

그건 오랫동안에 걸쳐 의도적으로 진행된 아버지와의 결별 과정이었습니다. 

-카프카,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하지만, 22년이 지나, 이제는 어렴풋하게 아버지를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두려우셨을것이라는 흐릿한 생각은 先塋(선영; 조상의 무덤. 또는 그 근처의 땅)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합니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면적인 경험이며, 사람마다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버지들이 공유하는 몇 가지 공통된 주제와 감정이 있을것입니다.


그 첫번째는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버지가 자녀에게 느끼는 강렬한 사랑은 상황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것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거대한 벽 아래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 이죠.


두번째가 책임감으로 아버지로서 두려움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일것입니다.

아버지는 자녀의 신체적, 정서적, 재정적 필요를 충족시킬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의 삶을 안내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감이 무겁게 어깨를 짖누른다는 것입니다.

이로인해 일과 가정의 책임을 병행해야 하고, 재정적 압박에 대처해야 하며, 복잡한 부모 노릇을 감당해야하는 아버지는 자녀의 필요를 우선시하기 위해 자신의 삶에서 희생을 감수해야 할것입니다.

재정적 안정, 경력 성공 또는 자녀에게 지도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은 자녀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봐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아버지들은 자신이 부모로서 잘하고 있는지, 자녀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자신의 기대나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자녀가 첫걸음을 내딛거나, 학교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거나,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엄청난 기쁨과 자부심이 세번째일것이고  가장 어렵게 느끼고 그 어색함에 실행치 못하는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공동 활동에 참여하며, 자녀의 삶에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함께하려고 생각만 가득한 유대감이 네번째 일것입니다.

유대감이 잘 형성된 관계가 아니라면 친절, 정직, 회복탄력성, 공감과 같은 중요한 가치를 자녀에게 심어주기를 원하는 자신의 행동, 가치관, 태도를 통해 긍정적인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역할은 더욱 힘들어 방향을 잃기 쉬울것입니다.

하지만 자녀가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거치면서 열린 소통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녀가 성장하고 독립심이 강해지면서 자녀와의 관계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가지게 됩니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결점과 실수가 자녀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봐 두렵습니다.

생각해보면 세상에는 수많은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작년(2023년) 작고한 Cormac McCarthy 코맥 맥카시의 로드(THE ROAD)는 대재앙이 일어난 지구에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자는 더 큰 고통을 겪기 전에 아들을 죽이고 자신 역시 목숨을 끊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고뇌에 휩싸이지만 온갖 역경과 회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 남쪽으로 묵묵히 길을 떠마는 아버지와 아들의 과묵한 종말론적 여행기에서 아버지의 두려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라는 진정한 존재를 찾기 위한 근원적 탐색에 관한 이야기인 이승우 작가의 한낮의 시선은 아버지를 신적 존재로 보는 긴 애증의 서사 입니다.

Ivan Sergeevich Turgenev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은 어떤 아버지와 어떤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구세대로서의 '아버지들'과 신세대로서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니힐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이 무렵 만들어질 시기라, 당시 사람들은 이 신세대들을 '허무주의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유럽과 러시아에서 19세기 초중반 수십 년을 풍미한것이 낭만주의로 소설 속의 아버지들은 귀족의 정신과 로맨틱한 몽상, 그리고 예술에 대한 숭배에 익숙한 세대로 예술적 교양이 넘쳤던 아버지에 대한 반작용으로, 아들은 거칠고 완강한 유물론자가 되기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 긴장과 갈등을 넘어서는 애증의 드라마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사랑과 인정을 원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밀어냅니다. 


지난 10년간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아버지가 되는 어려움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남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아버지가 된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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