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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27. 2016

건축가의 주유천하 III 경상 겸암정사

여섯. 밀양을 중심으로 좌 안동 우 함양, 그 세번째 마을 안동

謙菴精舍 겸암정사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만 알려진 만큼 깊이를 생각지 못하는 하회마을의 시작을 유운룡과 유성룡형제의 에피소드.


어느 날 저녁.

모처럼 한산해진 틈을 내어 유성룡은 형을 만나기 위해 방문을 나서자 마침 형이 찾아왔다.

평소 사랑채에도 나오지 않은 형을 유성룡은 반가워 얼른 형의 손을 잡아끌며 방으로 안내한다.

두 형제는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 지경이라 다과를 들면서 실로 오랜만에 정답게 담소를 나누었다.

시간이 얼마쯤 흐르자 운룡이 아우에게 바둑을 한 판 두자고 제의를 했다.

유성룡은 나라 안에서도 국수의 칭호를 듣고 있는 대단한 실력가라 유성룡은 은근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형이 바둑 두는 것은 본 적도 없지만 민망하나 바보 소리를 듣는 사람이 바둑을 둔다는 것은 천만 뜻밖의 일이기에.

어쨌든 형의 제의가 놀랍기도 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 하인에게 일러 바둑판을 내오게 했다.

실력이 국수인 대감마님과 바보 형이 바둑을 두겠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

바둑이 시작되고 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유성룡은 되는 대로 판 위에 한 수 두 수 돌을 놓고 있다가 차츰 놀란다.

흑돌의 착지점이 허술한 듯하면서도 상대의 백돌과 조화를 이루면서 빈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어 바둑에 집중하게 되지만 전의를 불태우며 끝난 결과는 아우의 형편없는 불계패 당한다.

유성룡은 형에게 깨끗하게 승복하고 자세를 낮춘다.

유운룡은 아우와 차를 한 잔 나누면서 부드러운 말로 한 마디 한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으나 아우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한 마디 할까 하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자신을 돌아보고 남을 생각하며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네.

자신의 재주를 믿고 우쭐하여 권력을 누릴 형편에 있다고 교만 방자해서는 더욱 안 될 것이야.

아우가 국수 호칭을 듣는 처지로 어리석은 바보 형한테 바둑을 지리라고 꿈엔들 생각했는가.

바로 이런 것이 세상살이의 불가사의인즉, 아우께서는 명망이 높을수록 몸과 마음을 삼가도록 하시게.


유성룡은 형에게 진심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경의를 표했다.

柳雲龍 유운룡(1539~1601)

서애 유성룡의 형.

본관 풍산.

이퇴계의 제자.

호 謙菴겸암.

겸손하게 숨어 지내겠다.

1572년 음보로 전함사별좌.

음보.

동생이 워낙 대단하다 보니 공신 또는 현직 당상관의 자제로 과거에 의하지 않고 등용 된것이다.  

전함사는 말 그대로 군함 관리하는 관니이고 별좌는 5급공무원이다.

경학행의의 대가.

학문에 통달하고 의로움을 행한 선비.

1592년 임진왜란 때 사복시 첨정. 사복시는 군마 관리하는 관청이고 첨정은 4급공무원이다.

동생 유성룡은 좌의정.

1595년 원주목사가 된다.

안동 하회마을 겸암정사

하회마을 강 건너에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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