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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29. 2016

건축가의 주유천하 V 전라 군산 근대건축 히로스가옥

아홉. 근대건축의 보루…군산 03 히로스가옥

장미동臧米洞,

미원동米原洞,

미장동米場洞,

미룡동米龍洞,

미성동米星洞.


군산시 전체(59)동 중 5곳의 이름에 `쌀 미(米)' 자가 들어간다.

일본이 조선에서 우리의 쌀을 가져가기 위해 이 도시를 개발했던 것이라는걸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의 곡창지대인 호남 일대의 쌀을 일본으로 퍼나를 항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군산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사실, 군산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던 시절 금강 하구의 새로운 항구로 개발된 비교적 역사가 짧은 도시다.

이 새로운 도시에 농업에 부수적인 일본인 상공인들이 들어오게 되고 교역량이 늘면서 세관이 필요했고 항구의 입출항이 늘며 자연스레 더 많은 일본인이 유입이되고 은행의 숫자가 늘며 도시는 확대되었던것이다.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 배에 싣은 쌀가마.

이제 그들은 모두 떠났고, 그들이 짓고 쓰고 살던 집들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이 남았다.

그래서 군산은 근대 건축물들이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많은 곳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일본인 건축물은 바로 신흥동에 있는 `히로쓰 가옥'이란 집이다.

<장군의 아들> <타짜>의 촬영장소이고, 정식 명칭은 <군산 신흥동 일본식가옥>이다.


히로쓰 게이사부로(廣津)는 군산시 외곽인 옥구군 일대의 농지를 많이 소유한 지주였는데, 일본에서 포목을 들여와서 파는 포목상으로 전업하여 큰 재산을 모았다.

큰 돈을 번 뒤 군산부의회 의원을 지냈다.

대지주가 많았던 군산에서는 포목상으로 갑부가 된 것은 아주 보기 드믄 사례라고 하는데, 그는 1925년 일본에서 모든 건축자재를 들여와서 약80평가량 되는 대지에 1·2층 연건평 약100평의 전형적인 일본 武家무가의 屋敷やしき야시키형식의 집을 지었다.

やしき야시키란 실내외를 왕실처럼 갖춘 대저택이다.

푸른색 지붕에 노란 색의 벽, 붉은 빛 담장 등은 중국의 황제를 상징하며, 급경사진 지붕선과 실내의 복도와 2층 계단, 그리고 대나무를 휘어서 원형 창틀로 삼는 것 등에서 일본 전통 주택양식의 고급스러움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해방 후 히로쓰 주택은 국가에 귀속되었다가 호남제분(주)에 매각되었고, 지금도 호남제분을 승계한 한국제분(주)의 소유로 되어 있는데, 매일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고, 매주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건축물 보호를 위해 2015년 2월부터는 내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 신흥동 58-2. 등록문화재 제183호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처음엔 좀 답답하다.

바로 거무죽죽한 색깔의 건물이 코 앞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짙은 색깔의 나무가 건물 표면을 덮는 일본식 건물은 한옥보다 훨씬 어두워보인다.

빛바랜 나무들이 건물의 나이를 짐작케 한다.

마당을 비워놓는 한국과 달리 일본 집들은 마당 내부를 아기자기하게 꾸미길 좋아한다.

이곳 히로쓰 가옥의 마당은 정말 빈틈 없이 이것저것 잔뜩 꾸며놓아 일본 현지의 집들보다도 더 빽빽하게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편백과 향나무가 있고, 석등과 나지막한 5충 석탑까지 오밀조밀하게 꾸미는 것에서 일본인의 성격이 잘 드러나있다.

석등은 조선의 것이 분명하지만, 5층 석탑은 왜색이 짙은데, 정원 한 구석에는 작은 연못까지 만든 일본식 정원이 앙증맞다

뒷쪽 마당은 비어 있어 오히려 운치가 있다.

일본의 정원은 자연을 모사한 築山 林泉 つきやま りんせん쓰키야마린센식 정원

모래와 바위 등으로 바다와 섬 같은 형상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枯山水 かれさんすい 가레산스이식 정원,

다실과 함께 발달한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한 茶庭 ちゃてい 차테이로 구분한다.


우리 한옥은 일단 지면으로 부터 60cm 이상 띄워 집을 앉히지만 이 친구들은 지면에 바로 앉힌다.

미닫이로 된 현관문 안에 들어서면, 마루 안쪽에 방 혹은 방과 방 사이에 대청을 만든 한국식 주택과 달리 긴 복도에 유리창 미닫이로 정원을 바라보게 한 것이 이색적이다.

유리창을 통한 햇살이 복도며 다다미방까지 길게 스며들어서 실내가 밝고, 각 방은 물론 별채인 살림집까지 모두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복도 모서리 천장은 가는 나무들로 우산살처럼 모양을 냈다.

큼직한 나무로 시원시원하게 처리하는 한옥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오시이레.おしいれ

일본식 붙박이장이 있어 이사가 간편하다.


도코노마とこのま.

공간을 마련해 인형이나 꽃꽂이로 장식하거나 붓글씨를 걸어 놓기도 한다.


벽 쪽으로 움푹 패여있으며, 바닥이 방바닥보다 위로 올라가 있고, 집에 손님이 오면 손님은 도코노마를 등지고 앉고 주인은 그 맞은편에 앉는다.

돌을 데펴 놓고 온기를 발생시켜 난방한다.

일본인들은 방에서도 중무장한 채 앉아 추위를 즐긴다.

온돌을 쓰지 않는건 나무를 아끼기 위해서라고 한다.

방은 전부 12개.

1층에는 온돌방 구조로 부엌, 식당, 침실, 화장실 등이 있고, 방과 방 사이는 미닫이로 해서 일본식 분위기가 뭉클한데,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도 윤이 나서 반짝거린다.

꼼꼼하게 만든 나무계단과 장식들은 못 한개, 접착제 한 방울 바르지 않고 짜 맞춰 지었어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한 건축술이 돋보인다.

마루 모양은 긴 나무들을 한 방향으로 짠 `장마루'다.

우리나라는 보통 짧은 조각나무를 가로 세로 혼합해 짜는 우물마루.

일본과 중국에는 장마루가 일반적이다.

2층은 넓은 다다미방 2개가 중심이지만, 아마도 사교를 위한 연회장소로 사용했는지 다다미방의 미닫이를 열면 하나의 넓은 홀로 변한다.

이는 15세기 때 정립된 しょいんづくり쇼인주쿠리 양식의 전형이다.

왼쪽 살림집은 2층 건물의 1층에서 복도로 이어지는데, 살림집 뒤로 돌아가면 목재와 유리창으로 장식한 정면과 달리 붉은색 벽돌로 야무지게 지은 것을 알 수 있다.

굴뚝도 여느 주택과 달리 크고 높다랗고, 창고로 사용했던 작은 건물 서너 개가 담장과 다닥다닥 붙어있다.

창고와 주택 사이에는 우물과 1930년대에는 보기 드믄 야외수영장까지 있다.

작은 것 안에 모든 요소들을 통제하고 세심하게 배치해 절제되면서도 꽉 찬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식 미학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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