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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으로 돌아보는 한옥

6/6. 마지막 온돌의 과학

by Architect Y

이제 마지막 이야기로 난방방식에서 조상의 지혜의 산물을 확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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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이라는 난방방식은 천하에 우리에게만 있는 독창적인 방식입니다.

기원전 3세기부터 구당서 동이(舊唐書 東夷)편 같은 기록에 나오는 고구려의 온돌구들은 취사와 난방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술로 발전하여 14세기에 건립된 지리산 칠불사(七佛寺)의 아자방(亞字房) 구들고래는 한 번 불을 때고 나면 한달동안 온기가 보존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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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로 열효율을 높이는 지혜뿐 아니라 중앙난방시스템으로 한 아궁이에서 불을 때서 방 세 개를 함께 덥히는 에너지 절감형에 이르기까지 소위 웰빙으로 말하자면 최선의 건강시스템입니다.

온돌 난방방식의 가장 지혜로운 점은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 차이를 인정하고 이를 이용하는 수법이죠.

온돌방엔 어쩔 수 없이 문간 쪽에 아궁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온도가 높은 아랫목이 문간에 있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윗목이 방의 안쪽에 있게 됩니다.

그 사이의 온도 차이가 실내에 대류작용을 일으켜 내부공기를 순환시키고 신선하게 유지합니다.

문 쪽에 생긴 따뜻한 상승기류는 문 밖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의 하강기류(cold draft)를 차단시키는 효과를 일으키게되고 이럴때 문 안쪽에 병풍을 두르면 하강기류는 차단되고 상승기류만 허용됩니다.

윗목은 방의 안쪽으로 방주인 어른의 차지가 됩니다.

윗목에 깔린 보료는 바닥의 온도를 오래 유지하고 노출된 아랫목에서는 계속해서 상승기류가 형성됩니다.

온돌은 대표적인 친환경 건강시설로「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말은 동의보감 이하 모든 전래 의서의 건강지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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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달궈진 화강석의 구둘돌은 사람에게 이로운 원적외선을 발생시키고 바닥과 벽에 발라진 황토흙은 습도를 조절해 줍니다.

온돌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 한증막이죠.

한증막은 치료시설로서 우리 조상들에게 오래 애용되었습니다.

연구개량에 의해 세계적으로 보급될 만한 지혜의 산물인것입니다.

온돌바닥에 발라진 황토를 좌식생활에 맞게 안정시키는 재료는 우리 민족만이 유일하게 발명하고 발전시켜 온 장판지입니다.

한지를 여러 겹으로 겹쳐 붙이고 식물기름을 매긴 장판지는 열전도율이 높으며 보기에 아름답고 단단하여 청소에 편리하고 위생적입니다.

분합문(分閤門)은 쪼개졌다가 합쳐지는 - 네 개가 되었다가 하나가 되는 - 마법의 문이죠.

이 역시 우리만의 발명품.

이 문으로 인해 하나의 방이 있다가 없어지고 없던 방이 생겨납니다.

당연히 문틈이 벌어지기 마련이지만 거기에 샛바람을 막기 위한 또 다른 발명품으로 문풍지라는 매력적이고 낭만적이고 과학적인 물건이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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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태사상에는 그러므로 특별히 친환경이나 지속발전 같은 개념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도 그 사상은 태생적으로 생태적입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은 근래 너무 흔히 쓰이지만 그 뜻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면서도 그러나 아주 정확한 말인것입니다.

우리들의 집에는 설사 그것이 세 칸짜리라 해도 땅에 대한 애정이 있고 대지와 일체가 된 생명이 있습니다.




* 구당서(舊唐書) 940년에 편찬을 시작하여 945년에 완성된 당나라의 왕조실록이다. <본기(本紀)> 20권을 비롯, 총계 200권으로 되어 있다.

우리에 관한 기록은 동이(東夷)편에 나와 있다.


* 칠불사는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자락에 있다.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10왕자 중 4남부터 막내인 10남까지 일곱 왕자가 외숙부 장유화상을 따라 속세를 떠나 현재의 칠불사 터에 운상원을 짓고 좌선한지 2년 후인 가락시조 62년 8월 보름밤에 각각 성불하였다고 하여 칠불사(七佛寺)라 한다.

신라 효공왕 때 담공선사가 아(亞)자형 온돌방을 축조하였는데 이 아자방(亞字房)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을 한 무익공계 건물로 1951년 소실되어 초가로 복원하였다가 최근에 중창했다.

스님들이 좌선을 하거나 불경을 읽는 곳으로 한꺼번에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한 번 불을 넣으면 바닥은 물론 사면 벽까지 한달 내내 따뜻하다고 하여 지금도 불가사의한 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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