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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건축가의 건축 이야기 X 광화문광장

제대로된 광장 하나 없는 서울의 소꿉장난

by Architect Y

볼때마다 느끼는 서울시 신청사와 함께 나오는 탄식... 창피하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광장 사면이 차로로 둘러싸인 광장은 없다.

고립된 섬


승효상이 세종문화회관 쪽에 붙여서 조성해야한다고하자 반대쪽 접근이 어렵단다.

양쪽 접근을 다 끊는 게 좋을까, 아님 한쪽이라도 살리는 게 나을까...

더군다나 여기는 조선의 정궁 경복궁의 앞마당이다.

육조의 거리고.

뉴욕도 파리도 아니다.


광화문광장 양 옆으로는 365m 길이의 ‘역사 물길’이 흐른다.

2cm 수심 아래로 1392년 조선 건국부터 지난해까지의 역사가 연도별로 새겨져 있고.

물길을 흐르는 물 수돗물이고 청계천에 흐르는 물도 수돗물이다.

가장 화려한 부분은

분수 12·23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에 키 작은 거품 분수와 18m까지 올 라가는 직사 분수 노즐 300여 개를 설치했다.

푸른색과 은백색의 조명이 이순신 장군이 활동하던 바다 무대를 연상시킨다.

‘분수 12·23’은 명량대첩에서 왜선 133척을 맞아 대승을 거 둔 12척의 배와 23전 23승이란 불패신화를 이룬 충무공의 기상을 상징한다.

광장엔 이런 시설이 필요치 않다.

광장은 말 그대로 비워져 있는 공간이다.


광화문광장의 또 다른 볼거리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플라워 카펫’.

광화문 바로 앞 광장 시작 지점에 가로 17.5m 세로 162m 규모로 조성된 직사각형의 꽃밭.

서울시는 이 공간에 조선의 한양 천도일인 1394년 10월 28 일부터 광화문광장 개장일인 2009년 8월 1일까지의 날짜 22만4537일을 상징해 그 숫자만큼의 꽃 화분을 심었다.

전체적인 모양은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진다는 뜻의 전통 문양인 ‘여의두문’을 응용.

한양의 중심 광화문광장에 꽃밭...

폭 34m, 길이 557m의 길쭉한 길. 광장 조성비는 475억.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가 광장의 효시다.

아고라는 말 그대로 자유토론의 장.

광화문 광장은 그저 고립된 폐쇄공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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