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을 다 떼어도 立春大吉도 못 쓴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
立春帖입춘첩을 보면 들입(入)자가 아닌 설립(立)자를 쓴다.
立春입춘이란 말은 중국 황제가 동쪽으로 나가 봄을 맞이하고 봄기운을 일으켜 제사를 지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立입에 ‘곧’,‘즉시’라는 뜻이 있어 이제 곧 봄이라는 걸 의미한다고도 한다.
立春입춘이 지난지 두달.
보름의 차이를 두고 이어지는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雨水우수,
대동강물이 풀리며 개구리가 깨어나는 驚蟄경칩,
음양이 서로 반인만큼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은 春分춘분,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淸明청명을 지나며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완숙해진 봄을 느끼며 잠시 잡담을 늘어놔 본다.
다시 돌아온 봄, 改春개춘, 新春신춘
봄이 시작되는 머리, 獻春헌춘
드디어 봄이 된 當春당춘
요 며칠처럼 꽃이 한창 핀 아름다운 봄, 芳春방춘
꽃놀이 다니며 봄을 느끼는 賞春상춘
그렇게 한창 무르녹은 봄, 酣春감춘
그러다 봄철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餞春전춘
지난 봄을 그리는 去春거춘
이렇게 봄에 대한 단어가 많다.
늘 긴겨울을 지나고 따사로운 봄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기다리고, 즐기고, 아쉬워하며 여름을 맞았던것 같다.
천자문을 다 떼어도 立春大吉도 못 쓴다
봄춘(春)자가 천자문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1500여년 전 중국 남조 梁양의 周興嗣주흥사(470?~521)가 짓고 왕희지 필체를 모아 만들었다고 하는 천자문은 한문 초보자의 필수교재 아닌가.(하룻밤 사이에 완성하고 머리가 허옇게 세었다 해서 白首文백수문이라고도 부른다)
이와 관련해서 이어령교수는 주흥사가 남쪽나라 사람이었기에 늘 따뜻한 곳에서는 봄을 특별히 언급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春춘은 본래 초목(艸)이 햇볕(日)을 받아 싹을 틔우려 애쓰는(屯) 모습이니 늘 그런 남국에서야 봄이 따로 없는 셈이긴 하다.
잡담으로 흘리는 봄의 기운을 아쉬워하며 성하의 계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