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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Feb 11. 2016

건축가의 주유천하 V 전라 소쇄원

하나. 담양의 삼승一洞之三勝과 溪山風流 계산풍류 01 瀟灑園소쇄원

전남 담양의 瀟灑園소쇄원은 그것 자체로 혼자 있지 않고 그 주변에 풍광 좋은 산세와 계류가 있어 이들 모두가 함께 이 지역의 인문학적 분위기를 흠뻑 느끼게 한다. 


소쇄원과 함께 삼승一洞之三勝이라고 불린 環碧堂환벽당과 息影亭식영정을 星山洞성산동의 四仙사선이라 한 奇大升기대승, 林億齡임억령, 高敬命고경명, 鄭澈정철이 식영정 주인 金成遠김성원과 번갈아 오가면서 시를 읊고 학문을 강론하였으므로 소쇄원 주인 梁山甫양산보도 이들과 교유하면서 소쇄원을 삼승의 하나로 완성시켜 나갔음을 추측할 수 있다.


환벽당은 紫薇灘자미탄 상류에 있는 강학당으로 김성원의 숙부 金允悌김윤제가 지었고 松江송강 정철이 星山別曲성산별곡을 쓴 息影亭식영정과는 이름 그대로 자미(紫薇: 백일홍)를 닮은 개울, 자미탄을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고 있어 이름 그대로 주위가 碧溪벽계로 둘러싸여 있다.

물가에 내려오면 醉歌亭취가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정자가 있고 더 아래 노송과 반석을 그대로 정원으로 만들어 止水石지수석이라고 이름 붙인 낙시자리가 있고 달필로 釣台 (조대: 낙시바위)라고 새겨놓았다.

식영정은 김성원이 시문을 배운 스승 林億齡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발아래 흐르는 자미탄을 굽어보며 멀리 지리산 연봉이 바라보이는 뛰어난 위치를 잡았다.

1510년 조광조는 진사시 장원급제.

1518년 홍문관(왕의 자문에 응하는 관청)의 부제학(종 3품)을 거쳐 대사헌(정 2품)이 된다.

조광조는 성균관 유생들을 중심으로 한 사림파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도학정치의 실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

기묘사화.

조광조는 전남 화순의 능주로 귀양가고 제자인 양산보가 모신다.

양산보는 고향 담양으로 낙향하고 가로로 기둥 4개, 세로로 기둥 3개...바람 잘 통하고 저 멀리 아름다운 풍광이 내려다보이는 소우주를 만든다.

가운데 한 칸에만 3면에 창을 걸었다.

3면이 다 다르고 밖에서 보이는 3면도 다르고 안에서 내다보이는 3면도 다르다.

게다가 사시사철 이 픽처레스크는 계속 변하고 비도 오고 눈도 오고 손바닥만 한 이 검박한 정자는 조선의 모든 건축을 넘어선다.

소쇄원 올라가는 오솔길은 산 모양 생긴 대로 구불구불한 인공미에 무관심한비포장 흙길이다.

담양. 깊은 연못이 많은 햇볕 잘 드는 동네.

대봉대 지나 담장 따라 난 자연스런 오솔길 따라 징검다리 건너면 광풍각과 제월당이다.

냇가위로 담장은 계속 되고.

1597년 왜놈들이 다 불 지른걸 1614년 중건한다.  

瀟灑園소쇄원 주인 梁山甫양산보는 은사 조광조의 영향으로 송나라 성리학의 開祖개조인 濂溪염계 周敦頤주돈이를 숭배하여 그 저서를 애독하였는데 송의 黃庭堅황정견이 주돈이의 인물됨을 평하여


胸懷灑落 如光風霽月 흉회쇄락 여광풍제월

(비가 갠 뒤의 바람과 달처럼, 마음결이 명쾌하고 집착이 없으며 시원하고 깨끗한 인품을 형용한 말)


이라고 한 것을 보고 자신 역시 그런 인물이 되겠다는 흠모의 뜻으로 소쇄원의 두 건물에 이름 붙인 光風閣광풍각과 霽月堂제월당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이것은 양산보의 도가(道家)적 은둔사상을 잘 나타내 보이고 자신의 영역 안에 구곡을 축소 재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인후가 지은 瀟灑園 四十八詠 소쇄원 48영을 읽으면 양산보가 소쇄원을 지을 때 송순과 김인후의 도움을 받았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宋純(송순ㆍ1493~1583)은 양산보와 이종사촌 사이이고 金麟厚(김인후 1510~1560)는 사돈간이며 지척에 살았다.

그들은 함께 돌과 나무와 물과 꽃으로 소쇄원이라는 풍경을 만들고 물소리ㆍ바람소리ㆍ거문고 소리를 즐겼다.

건축은 풍경 속에 한 요소로 존재하는 것이다.

別墅별서라는 정원양식은 구곡의 축소 형식이며 「별서의 경영」은 구곡의 경영 다음으로 선비들이 희구한 생활방식이었다.

심지어는 마당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가운데 石假山석가산을 만들거나 댓돌 앞에 기암괴석을 수집하거나 방 안에 수석을 수집하여 완상하는 취미까지가 같은 하나의 계열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축소되어도 우리는 해와 달, 구름과 바람을 삶 속에 불러들일 수 있고 먼 산의 경치를 끌어다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차경(借景)이라는 수법을 통해 그 심상의 풍경을 더 확대시켰다.

차경이란 풍경을 빌리는 것이다.

집 밖에 보이는 먼 산이나 수목 등을 정원 형성의 배경으로 이용하는 造園法 조원법이다.

정원 외부의 경관을 정원내의 경관과 융합시키려는 수법으로 동양3국에서 이용되었다.

첫째 공간이 좁은 정원을 조성할 때 본래보다 공간이 넓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둘째는 정원 외부의 경관을 정원내부의 경관과 융합시키거나 대비시킴으로서 경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차경을 했다.

일본조경에서는 세분된 개념이 없어 모든 차경수법을 하나의 개념으로 부른다.

차경은 중국조경에서 더욱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정원의 조성에서 활용된 사례가 많지는 않다.

중국은 대부분 평탄지인데다 성벽이 주위에 높이 둘러싸여 있어 차경이 의미가 없었으며 개인정원도 대부분 높은 토담으로 둘러싸여 주위의 수림대 조성도 차경보다는 오히려 정원을 외부와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전통조경에서는 정원 자체를 자연경관 속에 끼워넣는 방법을 썼기 때문에 주위 자연경관은 정원의 일부이다.

따라서 정원내부 경관과 연결시키기 위한 별도의 차경수법을 쓰지 않았다.

전통정원의 담장은 그것이 방범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과 밖을 구분하는 선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낮게 만들었다.

정원내의 정자나 건물 안 댓돌과 마루 위에서 담장 밖 주위경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것도 훌륭한 하나의 차경이다.

주위경관은 정원의 터를 잡을 때부터 미리 고려하여 그렇게 시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瀟灑園 四十八詠 소쇄원 48영

- 이흥우(李興雨) 번역


小亭憑欄 자그마한 정자에 난간을 의지하며

危巖展流 가파른 바위에 여울처럼 흐르는 물

枕溪文房 골물을 베고 누운 선비의 글방이라

負山鼇巖 산을 지고 앉은 자라같은 오암이라

石逕攀危 돌길을 가누며 위태로이 오르느니

刳木通流 홈을 판 물다리 물발이 흘러흘러

小塘魚泳 작은 못 맑은 물에 물고기 헤어놀다

舂雲水碓 봄구름 물안개가 물확에 어려돌다.

透竹危橋 대나무 사이로 가파른 위교 건너

池臺納凉 못 둔덕 잠간 쉬어 서늘한 바람 쐬고

千竿風響 우거진 대숲에 부는 바람소리

梅臺邀月 매화 둔덕 문득 올라 떠오르는 달을 맞다.

廣石臥月 널찍한 큰바위에 달빛이 와 가로 눕고

杏陰曲流 살구나무 그늘아래 굽어도는 흐름이요

垣竅透流 담밑 트인 곳을 물소리도 흘러흘러

假山草樹 쌓아 만든 가산에는 풀과 나무 갖은 모습

松石天成 소나무와 돌들은 천연의 그것이요.

榻巖靜坐 평상같은 탑암위에 고요히 앉아 있고

遍石蒼蘚 두루 깔린 돌에 이끼 한결 푸르르다.

玉湫橫琴 구슬같은 폭포 앞에 거문고를 가로 들며

洑流傳盃 빙글도는 물길따라 술잔을 돌려들고

脩階散步 길고 긴 층계길을 찾아서 거닐다가

床巖對棋 상같은 상암위에 바둑판을 마주하다

倚睡槐石 회나무 바윗가에 잠간 기대 졸다가

槽潭放浴 시원한 조담물에 미역이나 한번 감다.

散崖松菊 흩어진 벼랑에는 소나무와 국화 피며

斷橋雙松 건너지른 다리가에 쌍소나무 정정하고

石趺孤梅 돌두덕의 외로운 매화 한그루라

夾路脩篁 오솔길 이리 저리 긴 대나무 높이서서

絶崖巢禽 낭떠러지 저리 높이 큰새랑 깃들이고

迸石竹根 구르는 돌사이로 대뿌리가 서려 벋어

叢筠暮鳥 해저문 대밭 사이 저녁 새가 지저귀다.

壑底眠鴨 물확 속에는 조으는 오리 모습

斜簷四季 복사꽃 언덕의 봄날 새벽 밝고

激湍菖蒲 세찬 여울에는 창포도 한철이라

桃塢春曉 비스듬 처마가에 사철이 드나들다.

桐臺夏陰 오동나무 둔덕에 여름 그늘 드리우며

柳汀迎客 버드나무 물갓에 맞는 손님 반갑구나.

梧陰瀉瀑 나무그늘 아래로는 쏟아지는 물살이라.

隔澗芙蕖 시내를 건너서 물에 핀 연꽃하며

散池蓴芽 군데군데 뭇마다에 순나물싹 돋아있고

映壑丹楓 물확에 비치는 단풍이야 눈부시고

櫬澗紫薇 골짜기 시냇물에 다가드는 백일홍

杏亭鋪雪 살구나무 정자위에 흰눈도 소담하다.

带雪紅栬 눈을 인 붉은 치자나무 의젓하고

陽壇冬午 햇빛바른 언덕의 겨울 한낮 당양하고

滴雨芭蕉 빗방울이 두드리는 파초잎도 싱싱하다.

長垣題詠 긴 담에 걸려있는 이 노래가 또한 좋다.  


*借景차경

명나라 사람 계성(計成, 1582~?)의 「원야(園冶)」에 잘 설명되어 있다.

원(園)은 園林을 말하고 야(冶)는 설계ㆍ조성의 의미이므로 원야란 원림의 조성 설계를 뜻한다.

이 책은 1634년 간행된 조경학의 고전적 이론서이다.

「원야(園冶)」에는 차경수법을 원차(遠借, 먼 곳의 경치를 빌려옴), 인차(隣借, 가까운 경치를 빌려옴), 앙차(仰借, 올려다보는 것), 부차(俯借, 내려다보는 것), 응시이차(應時而借, 시절에 따라 다른 것을 빌려옴) 등으로 세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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