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전 伐草벌초를 시작하며
매미소리가 진하게 울리던 새벽시간이 가을을 재촉하는 한줄기의 비로 귀뚜라미 소리로 바뀌었다.
歲月세월이라는 놈은 자리를 내 줄것 같지 않던 성하의 뙤악볕 조차 자연스레 밀어 내 버린다.
음양오행의 원리대로 예전엔 改火개화(불씨를 바꿔주는 일)를 계절마다 바꾸었다.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계절이 움직이면서 나무를 선택하는 것이다.
봄에는 버드나무판에 느릅나무,
여름에는 살구나무 판에 대추나무,
季夏계하(늦여름)에는 산뽕나무 판에 뽕나무,
가을에는 졸참나무 판에 떡갈나무,
겨울에는 박달나무 판에 홰나무를 부시로 하여 불씨를 얻으니 역시 1년에 한 바퀴 도는 것이다.
1년이면 천체의 운행도 한 바퀴 돌고, 계절의 생산물도 모두 바뀌니 부모의 喪상도 이에 맞추는 좋다는 것이다.
상에 관하여 재야와 공자가 나눈 이야기가 있다.
삼 년의 상을 치르는 것은 기간이 너무 오래라 생각됩니다.
군자가 삼 년 동안 禮예의 활동에 참가하지 않으면 예는 필히 무너지고, 삼 년 동안 음악을 연습하지 않으면 악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묵은 양식이 다 떨어지고 새 곡식이 나고, 계절마다 바꾸어 불을 피워주는 나무도(鑽燧改火) 한 바퀴를 도는데 1년이오니, 부모님 喪상도 1년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재아문 삼년지상 기이구의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군자삼년불위례 예필괴
三年不爲樂 樂必崩 삼년불위악 악필붕
舊穀 旣沒 新穀 旣升 구곡 기몰 신곡 기승
鑽燧改火 期可已矣 찬수개화 기가이의
- 論語 陽貨 논어 양화
요즘도 그리 드물지 않게 3년 상(원래 3년상은 25개월)을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三虞祭삼우제가 끝나기가 무섭게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49일재齋(이건 불교의 개념이지 전통사상과는 관계가 없다)를 지내기도 전에 해외다, 국내다 해서 놀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누가 효고 누가 불효인지가 아니다.
형식과 격식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 지극 정성을 다하는 문제가 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계절의 변화가 있고 다시 찾아온 한가위 전 伐草벌초일정이 잡혔다.
흐르는 시간 속에 鑽燧改火찬수개화의 맘으로 부모님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