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것의 제주인문이야기 II 가슴 아픈 제주, 본향당

그 아련함과 살아감 여섯, 송당 본향당

by Architect Y

신화의 땅.

1만 8천 신들의 땅의 제주에서는, 아직도 무속신앙이 제주 대중들의 삶속엔 살아숨쉬고 있다.

그래 제주의 각 마을들은 입춘과 대보름 시기를 전후해서 마을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지내기 시작하고, 이 마을제는 1 년중 마을의 가장 큰 행사가 된다.

제주의 마을제는 포제, 동제, 해신제, 토신제, 당제 등 마을 마다 이름이 다른데, 이는 모시는 신들의 이름이 마을에 따 라 포신이 나 산신, 해신, 토신 등으로 다양하기 때문이다.


제주 구좌읍에 위치한 송당리라는 마을 역시 해마다 이 마을 내에 위치 한 '당오름'이란 곳에서 '송당리 마을제'를 지내고 있다.

이 송당리 마을제는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그 중 요성을 인정받아 국가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마을제이다.

제주의 마을마다엔 반드시 마을의 토지와 주민의 제반사항을 관할하며 마을을 수호해 주는 신을 모신 '본향당'이라는 곳이 있다.

본향당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주로 인가에서 떨어진 조용한 곳에 돌담을 두르고 나무를 모시거나, 나무와 당집을 함께 모신 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각 마을에서는 각 마을에 위치한 본향당에서 해마다 기일을 택해 마을 제를 지낸다.

그러나 본향당은 꼭 마을제를 지낼 때만 찾는 곳은 아니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다거나 축원을 할 일이 있으면 이곳으로 와 기도를 하는 아낙네를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다.

제주에 서 주된 신앙은 불교나 기독교가 아닌... 여전히 무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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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당리 마을은 당오름 본향당에서

음력 정월 13일(신 과세제),

음력 2 월 13일(영등굿),

음력 7월 13일(마풀림),

음력 10월 13일(신만곡대제 ) 이렇게 네번 마을제를 올린다 한다.

이 네번의 마을제중 가장 큰제는 '음력정월13일:신과세제'라 한다.


신과세제(神過歲祭)는 산사람에게 세배를 하듯 마을주민들이 정초에 본향신에게 바치는 의례이다.

본향당 앞에 차려진 상이 송당마을의 모든일을 관할하고 있는 송당마을 본향신을 위한 것이라면, 본향당 입구쪽에 놓인 상은 옥황상제를 위한 상이다.

옥황 상제상이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상은 옥황상 제를 비롯한 모든 큰 신을 위한 상인 것.

모든 마을에서 마을제를 지내고 있기는 하나,

제주도의 가장 전형적인 마을제로는 '송당리 마을제'와 '납읍리 마을제'가 유명하다.

둘다 제주 특별자치도 유형문화제로 지정되어 있는 마을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 형식과 제를 주관하는 성별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예로부터 납읍리에서는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유림들이 많이 배출되어 '납읍리 마을제'는 이렇듯 무속신앙적인 마을제가 아니라 유교적 제례 형식의 마을제를 지낸다.

유교적 제례 형식을 따르고 있는 만큼, 제를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들이다.

그러니 납읍리 마을제는 철저히 남 성중심적인 마을제인 셈이다.

이에 반해 송당리 마을제는 여성중심적인 마을제이다.

당매인 '심방'을 청해 우리의 전통신앙인 무속형식으로 마을제를 지내며, 마을제 한가 운데 자리를 잡은 인사들도 모두 여성들이다.

송당리 마을제는 궷문열림, 초감제, 군문열림, 새도림, 신청 궤, 풍니놀 이, 도산받음, 액막음, 도진 순으로 진행된다.

송당리 마을 본향당에 좌정한 신은 '벡주또' 여신~!


굿을 할 때, 무속신에 대한 이야기를 읊는 것을 본풀이라 한다.

제주에서 신과세제나 당굿등을 할 때 읊는 본풀이를 들어보면 송당리 본향당이 제주신들의 근원이 되는 곳임을 알 수 있다.

본풀이에 의하면 한라산에서 솟아난 토착신 '소로소천국'은 수렵과 목축의 신으로, 강남천자국(서울 남산 송악산)에서 온 산육과 농경의신 '벡주또'와 결혼해 아들 열여덟, 딸 스물여덟을 낳았다한다.

그리고 그 둘의 자손 들이 번창해 도내 368개 마을의 당신이 되어 각 본향당에 좌정하게 되었다 한다.

소로소천국과 벡주또는 제주 1만 8천 신들의 근원.

송당리 본향당에는 목축과 수렵의신 소로소천국은 없고, 벡주또 여신만 남게 되었다.

소로소천국은 아주 대식가였다 한다.

아내 벡주또는 매일 놀고만 있는 남편에게 농사짓기를 권하며 대식가인 소로소 천국을 위해 밭을 갈때 먹으라고 밥과국 열여덟 동이를 챙 겨준다.

소로소 천국이 밭을 갈다보니 어느 중이 밥좀 얻어먹자 청 하니,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나 싶어 알아 먹으라 했다.

역시 소로소천국 못지않은 대식가여서 그 많은 밥과 국을 다 먹고 도망쳐버린다.

밭갈기를 잠시 쉬고 밥을 먹으려 하니 밥이 없자, 배고픔을 참을 수 없던 소로소천국은 밭을 갈던 소를 잡아먹었다. 그러나 워낙 대식가였던 소로소천국은 그도 모자라 남의 소마저 잡아먹고 만다 벡주또가 점심그릇을 가지러 와보니 소는 온데 간데 없고 소로소천국이 배때기로 밭을 갈고 있기에 그 연유를 물으니, 소로소천국은 벡주또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주었다.

벡주 또는 그 이야기를 듣고 노발대발하며 소도둑하고는 살 수 없다고 하고 이혼해버린다.

이혼한 후, 벡주또는 이곳 웃손당(상송당마을) 당오름에 와서 좌정하였고, 소로소천국은 알송당(하송당마을) 고부니에 좌정하게 되었다 한다.

그러니 이곳 송당리 마을제가 열리는 본향당에 제주 무신(巫神)들의 어머니인 '벡주또'만 좌정해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본풀이에서도 알 수 있듯 송당리(상송당과 하송당)는 제주 무신들의 근원이 되는 곳으로, 송당리 마을제가 가정 전형적인 마을 제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 은 당연한 일이었다.

본향당 앞에 받쳐진 제물들은 기본적으로 마을에서 공동 추렴하여 마련하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바구니에 해산물, 메, 술, 과일등을 가득 채워 본향당 앞에 켜켜이 쌓아놓는다.

여기에 비록 조촐하지만 마을제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송당리 마을에서는 메밀국수와 간단한 반찬거리, 그리고 계피차를 준비해서 손님들을 맞았다.


강릉 단오제나 위도 띠뱃놀이 등에 비할 바 없을 정도로 정말 조촐한 송당리 마을제...

하지만 송당리 마을제에서 강릉단오제나 위도 띠뱃놀이 못지 않은 인상을 받는다.

그건 아마 마을제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과 진심 때문일 것이다.


송당리 마을제서는 이젠 그저 박물관의 박제처럼 그저 문화재로서, 그저 문화상품으로서만 기능하는 무속신앙이 아니라 살아있는 무속신앙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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