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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Oct 12. 2016

일반인문 LXXVIII 사귐에 대하여, 벗(친구)

;  以文會友 以友輔仁 이문회우 이보우인

親舊 친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술 마시고 먹고 놀 때는 형이다 아우다 하는 사이가 수천 개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 가운데 위급하고 어려울 때 자신을 희생하며 도와주는 벗은 몇 사람이나 될까

진정한 사람도 드물지만 진정한 우정은 더욱 귀하다.  

사랑은 눈이 멀어 버리는 거지만 우정은 눈을 감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참된 친구는 나의 모든 약점과 치부 를 알면서도 그런 나를 좋아해준다. 

살짝 금이 간 걸 알면서도 좋은 달걀로 대해준다.  


炯庵형암(李德懋이덕무)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 북경의 명사들을 만났다. 

그들이 조선 학자 燕巖연암 (朴趾源 박지원)을 아느냐?고 묻자 형암은 그는 내 벗이라고 했다. 

그 다음엔 연암이 중국에 가자 역시 북경 학자들이 형암을 아십니까?라고 물었다. 

연암이 자랑스레 제 제자들입니다라고 답했다. 

연암과 형암은 4년 차이다. 

형암은 연암의 제자면서 친구고, 연암은 형암의 스승이면서 친구였다. 

언뜻 보면 형암이 불경한 듯하지만 연암은 그의 벗 발언을 문제삼지 않았다. 

고작 4년 아래 형암을 제자라 칭한 연암도 요즘 눈으로 보면 이상하지만, 형암은 실제로 연암을 스승으로 모셨다.

이것이 공자가 이야기한 벗이다.


만약에 나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의 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10 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 중략~     

끼니마다 밥을 먹고,    

밤마다 잠을 자며,    

껄껄대며 웃고,    

땔나무를 해다 팔고,    

보리밭을 김매느라 얼굴빛은 새까맣게 그을렸을지라도 천기가 천박하지 않은 자라면,    

나는 장차그와 사귈것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은 존경하고 사모하며    

나와같은 사람은 서로 아껴주고 격려해 주며,    

나만 못한 사람은 불쌍히 여겨 가르쳐 준다면    

이 세상은 당연히 태평해질 것이다.  


가장 절실하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에 만났던 이 사람... 책에 미친 바보 형암 이덕무... 를 바라보던 연암 

이덕무가 죽자,   

연암 박지원은 이리저리 방황하고 울먹이며 혹시라도 이덕무같은 사람을 만날수 없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라고 했던 이덕무와 박지원의 깊은 나눔...     

그의 글을 생각하며 읽다보면...    

늘 간구하던 그런 벗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 생각한다. 


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군자 이문회우 이보우인

- 論語 顔淵 논어 안연편

군자는 학문으로써 친구를 모으고, 벗을 통해 서로 권하고 격려하여 인(仁)에 힘쓰게 한다


올(2016년)1월에 돌아가신 申榮福신영복선생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단 사건인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20년 20일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88년에 전향서를 쓰고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하였다.(전향서 자체는 별 의미는 없다)

수감생활중 어떤 長期囚장기수에게서 한학을 배웠다고 한다.

신영복 선생님은 당신 스스로 공부하여도 될 터인데 굳이 누구에게서 배웠다고 하였다.

그 신비한 선비는 팔순(八旬)을 넘기고서도 여전히 감옥에 계셨다.


老村노촌 李九榮이구영(2006년 87세를 일기로 타개).


충북 제천의 6백석지기 지주이자 대제학을 배출해 낸 명문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난 노촌은 의병운동가의 후손이다. 

장편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영향으로 민족운동을 경험하며 사회주의자가 된 그는 6·25 전쟁 당시 월북했다가 다시 남파돼 검거됐으며 그로 인해 22년간 장기 복역했다. 

그를 검거한 경찰은, 일제치하 고향 제천의 지서를 습격했을 당시 자신을 체포했던 악명 높은 순사였단다.

신영복선생은 근대 이후의 세계를 간략한 관점(철학사)으로 정리함에 빈틈이 없었다. 

겨우 2편의 시로 시경 300편을 논함에도 적확하게 핵심을 짚어 시삼백 사무사를 들고는 사실성이라고 단칼로 정리하였다.

이런분이 굳이 누구에게서 배웠다 한다.


유학은 文과 知를 내세우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學과 德을 중히 여긴다. 

文이 學이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學과 文은 엄연히 다르다.

어떤 장기수가 내걸었던 以文會友이문회우.

스스로는 文으로 사람을 사귄다고 말하셨던 신영복선생의 스승과 벗으로서의 모습에서 또한 진정한  우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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