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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Apr 03. 2017

일반인문 LXXXVI 제주 4.3 추념

; 4월,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

역사를 보면 더러 선이 이기기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선의 승리는 얼마나 국소적이고 얼마나 일시적인 것인가! 

만약 역사책에 목소리가 있다면 그것은 긴 고통의 신음소리로 들릴 것이다. 

오, 아무도 들어주려 하지 않는 부당한 상황에서 고통받으며 죽어간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 죄 없이 고통을 겪은 이들은 무정하게 귀 먹은 하늘을 향해 무어라고 호소했을까?

- The Private Papers of Henry Ryecroft, George Robert Gissing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 (부제) 기싱의 고백, 조지 기싱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그대로 믿는다.

역사는 이긴자가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말을하는 이도 관제역사를 알고 믿는다.

지금의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승만을 국부로, 박정희를 경제대통령으로 따르는)기성세대들은 그 왜곡된 역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중국의 대 역사서 史記사기를 편찬한 司馬遷사마천은 역사가의 모범으로 추앙받지만, 비판도 많다. 

班彪반표는 사마천이 道도를 손상시켰다고 하였으며, 班固반고는 사마천이 성인의 뜻을 왜곡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반고 역시 그의 저서 漢書한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죽음으로 절개를 지킨 사람을 배척하고 정직한 사람을 부정하였다는 비난도 받았다. 


19세기 조선의 문인 尹愭윤기는 역사가들의 曲筆곡필을 논하며 자신의 경험도 털어놓았다.

소위 역사가라는 자들은 모두 돈이나 받고 쌀이나 요구하며 위세와 친분에 좌우될 뿐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도 몇이나 되겠는가. 

몰래 고쳐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으니, 그 선악과 시비, 치란의 진실을 어떻게 찾겠는가.


윤기가 언급한 역사책은 모두 국가의 감독 하에 편찬된 正史정사다. 

국가가 편찬한 역사책을 ‘올바른 역사’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본래 역사의 편찬은 국가의 할 일이다. 

역사를 편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이 국가이다. 

국가는 인력과 비용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반면,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장기간 집필에 몰두하는 일도 개인의 힘으로는 무리이다. 

확고한 의지만 있다면 누구보다 공정하고 정확하게 역사를 기술할 수 있는 것이 국가이다.

그러나 국가가 편찬한 역사책은 아무래도 권력을 잡은 쪽의 입장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역사의 진실이 체재의 정통성을 위협하거나 권력자의 치부를 드러낸다면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제주는 여전히 4.3의 진상을 모두 밝히지 못하고 있다.

1998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좌파정권 등장한다.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한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다. 


2003년 진상규명위는 4.3사건 55년 만에 정부차원의 <진상보고서> 채택된다.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 반대와 연계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하게 주민들이 희생됐다. 인명 피해는 3만여 명으로 추정한다.

2003년 3월까지 정부에 4.3 관련자로 접수된 사람은 1만 4천 28명 이며 이중 2천 778명을 처음으로 4.3 희생자로 지정하고 같은해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과 관련해 사건 발생 후 처 음으로 국가 차원의 잘못 공식 사과한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제주도는 2005년 주요 4·3유적지 19곳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했지만 정비가 완료된 곳은 7곳이다. 

하지만 다시 이명박정부가 들어서고 박근혜정부로 이어지자

2010년 이후 4·3유적지 정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지방비만으로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명백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한 사실임에도 이명박과 박근혜정부는 이를 무시한다.


그 아련함과 살아감 補遺, 4.3 항쟁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115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120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131


윤기는 이렇게 당부한다.


역사책을 읽는 사람이 

옛일을 살피고 널리 보는 자료로 삼는다면 괜찮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讀史者 독사자

苟以備故事資博覽則可也 구이비고사자박남즉가야

謂之皆實則未也 위지개실즉미야

- 無名子集 井上閒話 冊12 作史之法 무명자집 정상한화 역사책을 만드는 법

오늘은 4월 3일 이다.

우연히 출장과 맞물려 제주를 찾은 시기에 4.3 추념일과 맞아 떨어졌다.

그래 추념식에도 잠시 참석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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