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프카를 손에 들고..
내가 만약 知己지기를 얻는다면
10년 동안 뽕나무를 기르고, 1년 동안 누에를 쳐서 손수 오색실로 물들이리라.
열흘에 한 가지 빛깔을 물들인다면
오십 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물들일 수 있으리라. 따뜻한 봄볕에 말리고 아내에게 단단한 바늘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하여 귀한 비단으로 장식하고 좋은 옥으로 축을 만들리라.
산이 우뚝 솟아 있고 물이 넘실넘실 흐르는 곳에 이것을 펼쳐 두고 묵묵히 바라보다가 어스름 날이 저물면 돌아오리라
규장각 검서관으로 등용되었던 책벌레, 李德懋 이덕무가 남긴 글귀중 친구에 대한 내용이다.
청나라에까지 이름을 날린 시인인 이덕무는 경서와 사서, 奇文異書기문이서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하고 문장이 뛰어났으나, 조선사회에서 천대받던 서자로 태어나 설움도 많이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마음을 나눌 수만 있다면 사람뿐 아니라 책도, 구름과 노을도, 갈매기도, 나무도, 귀뚜라미도 모두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든 책이든 자연물이든 내 마음을 제 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인 것이라고 하는것이다.
不須歎無友 書帙堪輿遊 불수탄무우 서질감여유
無書帙 雲霞吾友也 무서권 운하오유야
無雲霞 空外飛鷗 可托吾心 무운하 공외비구 가탁오심
無飛鷗 南里槐樹 可望而親也 무비구 남리괴수 가망이친야
萱葉間促織 可玩而悅也 훤엽간촉직 가완이열야
凡吾所愛之 而渠不猜疑者 皆吾佳朋也 범오소애지 이거부시의자 개오가붕야
- 靑莊館全書 蟬橘堂濃笑 청장관전서 선귤당농소, 李德懋 이덕무
친구가 없다고 한탄할 것 없다. 책 속에서 천지를 유람할 수 있으니.
책이 없으면 구름과 노을을 벗 삼으면 된다.
구름과 노을이 없으면 저 하늘을 날아가는 갈매기에 내 마음을 건네면 된다.
날아가는 갈매기가 없으면 남쪽 마을 회화나무를 바라보며 정을 들이면 되고, 원추리 잎새 사이의 귀뚜라미를 감상하며 기뻐하면 된다.
좋은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것을 보면,
내가 사랑해도 나에 대해 의심쩍어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다.
오늘은 오랜만에 새로 재판된 카프카를 들었다.
현장미팅가는, 날 좋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