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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chitect Y Sep 14. 2017

육지것의 제주이야기 III 제주의 비경 오라동 메밀

여든. 9월의 메밀꽃이 흐드러진 메밀초원, 오라동

김진국 대감과 조진국 부인은 늦도록 자식이 없어 부처님께 빌고 빌어 원래의 정성과 달라 여자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자청비라 하고 사내 아이처럼 키웠고 자신감 넘치는 여장부로 성장했다.

하루는 자청비가 빨래하러 갔다가 하늘나라 문곡성의 아들 문도령을 만난다.

문도령이 글공부하러 가는 길이라고 하자 자청비는 그길로 남자 옷으로 갈아입고는 문도령을 따라가서 한방에서 공부하고, 한솥밥을 먹으며 지냈다.

공부를 한 지 삼 년쯤 지난 어느 날, 문도령이 돌아가겠다고 하자 자청비도 따라나섰다.

자청비는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그대로는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어 잎사귀에 글을 써서 문도령에게 띄워 보냈다


눈치 없는 문도령아!

멍청한 문도령아!

삼 년 동안 한방을 쓰고 남녀 구별도 못 한 문도령아!


그제야 문도령은 자청비가 여자란 것을 알고, 자청비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문도령이 하늘로 올라간 뒤 아무 소식도 없어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던 자청비는 문도령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온갖 어려운 일을 겪고 하늘에 올라가 결국 문도령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하늘 옥황의 선비들이 반란을 일으켜 문도령을 죽인다.

자청비는 서천 꽃밭으로 가서 환생꽃과 멸망꽃을 얻어다 문도령을 살리고 멸망꽃으로 선비들을 죽인다.

하늘 옥황에서는 자청비에게 하늘에서 살라고 했지만, 자청비는 여러 가지 곡식 종자를 얻어서 땅으로 내려온다.

그리고는 중세경(농경신)이 되어 농경신으로 사람들이 풍년 농사를 짓도록 도와준다.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통해 메밀밭이 알려지기전 허생원이라는 사람의 삶을 통해 떠돌이 생활의 애환을 그려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소설로 봉평은 대한민국 메밀재배지의 메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2015년 현재 경북이 408톤, 전북이 386톤으로 생상량 2,3위고 강원도는 이에 미치지 못하는 339톤으로 네번째다.

이에비해 제주의 생산량은 822톤으로 강원도생산량의 2배가 넘는다.

이처럼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전국 1위인 데다가 제주인의 삶과 역사, 문화가 담긴 작물임에도 제주가 메밀 주산지로 알려지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제주도에 체계적인 메밀 가공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생산된 메밀의 95%가 강원도 봉평으로 보내져 가공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 같은 농업의 여신, 자청비가 천상에서 가지고 내려온 오곡의 씨앗을 파종하고 보니 종자 한 가지가 부족하였는데 그게 바로 메밀이었다.

서둘러 다시 하늘로 가서 메밀 씨앗을 가져오다보니 파종시기는 늦어도 수확 시기는 다른 농작물과 비슷하게 되었다.

그래 제주에서 메밀꽃을 볼 수 있는 시기는 5~6월과 9~10월이다.

9월에 접어들면 제주시 오라동 산76번지 중산간 지역 82만6천여㎡에는 하얀 메밀꽃밭이 가득 피어 장관을 이룬다.

제주시, 그것도 도심지와 아주 가까운 연동의 중산간 지역 수십만 평의 대지위에 꽃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메밀밭이다.

너무 광활하다보니 메밀밭이라기보다는 메밀초원이라하는것이 옳을듯하다.

남쪽으로는 한라산과 오름이 병풍처럼 펼쳐진 모습이, 북쪽으로는 바다와 제주 시내 풍광이 메밀꽃 물결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마치 겨울의 한복판, 하늘에서 하얀 눈꽃이 초원에 내려앉은 듯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메밀초원지대.

꼬불꼬불 이어진 농로, 그 옆으로 눈부시게 피어 있는 메밀꽃, 화보가 따로 없다.

곳곳에 돌하르방과 해녀상 등이 세워져 포토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조명을 이용해 저녁에도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9월 말쯤이면 더욱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메밀 초원은 제주시 연동의 산간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차량 진입도도 협소하고 차량을 주차할 곳도 전혀 없다.

보고 싶다면 대 도로변 근처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3km정도라 걷기에 좋다.

보롬왓과 더불어 제주 최대의 메밀밭이다.

규모로는 보롬왓보다 넓다.


자청비가 전해준 메밀의 전국생산량 1위의 위상을 찾아오기위해 제주 메밀발전 5개년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조례를 만들고 2019년까지 36억원을 들여 총 5곳에 가공공장과 설비, 저온저장고 등을 구축한다.


당부할 말은 모두 개인 농장인지라 농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문하는것이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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