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춘 한파에 절기를 돌아보며
오늘은 봄이 들어서는 입춘이다.
한파가 닥쳐와 몸을 움츠리게 하고, 외투를 입고 목도리까지 둘러도 살갗을 파고들기는 하지만 해는 제법 높이 올라오고 있다.
강가의 나무들은 잎눈과 꽃눈을 틔울 준비를 하느라 조금씩 부풀고 들오리 떼도 얼지 않은 강물에서 더욱 활개를 친다.
옛 사람은 봄을 어떻게 맞이했고 어떻게 느꼈을까?
二十四番花信風 이십사번화신풍
꽃으로 절기를 가늠할수 있는 二十四番花信風 이십사번화신풍이라는 말이 있다.
小寒소한부터 穀雨곡우까지 스물네 번 꽃 소식을 전하는 바람이란 뜻이다.
小寒소한 소식은 매화, 동백꽃, 수선화가 전하고,
大寒대한 소식은 천리향, 난화, 산반화가 전하고,
立春입춘 소식은 개나리, 앵두꽃, 목련이 전하고,
雨水우수 소식은 유채꽃, 살구꽃, 자두꽃이 전하고,
驚蟄경칩 소식은 복숭아꽃, 산앵두꽃, 장미가 전하고,
春分춘분 소식은 해당화, 배꽃, 목란이 전하고,
清明청명 소식은 오동나무꽃, 보리꽃, 버드나무꽃이 전하고,
榖雨곡우 소식은 모란, 도미(장미과의 관목)ㆍ연화(멀구슬나무)가 전한다.
우리나라와는 기후가 다른 중국내륙의 내용이라 조금 비껴 나가긴 하지만 두절기 를 건넌다면 이와 견줄만 하다.
그래 입춘인 오늘은 매화, 동백꽃, 수선화가 시절을 준비하게 한다.
학창시절 漁父四時詞어부사시사, 五友歌오우가의 저자로 알고 있던 尹善道윤선도가 1628년 별시 문과의 과거시험에서 제출한 봄에 대한 대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태극이 쪼개지고 음양이 나뉜 뒤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어서 네 계절이 생기는데, 해는 황도의 별자리에서 운행이 끝나고 달은 열두 달 뒤 운행이 끝나서, 해와 달의 도수가 마감이 되면 한 해가 다시 시작되는데 이것을 봄이라고 한다.
무성하고 온화한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 피어 올라와 오로지 뭇 생명의 고동을 울려 만물을 이루어 자라나게 하는 것을 일삼기 때문에 봄의 작용은 ‘낳음’이다.
만물이 바탕으로 삼아 시작되며, 한 해의 머리가 되는 것이다.
이 봄은 사계절을 통틀어서 시작이 되고, 인은 사단을 통괄하여 근본이 된다.
이 봄은 만고에 변하지 않으니 인은 천 년을 흘러도 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시간의 봄을 알고자 한다면 마땅히 나에게 있는 인으로 돌이켜야 하고, 시간의 봄을 체득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나에게 있는 인을 다해야 한다.
만일 인으로써 도를 닦고 인으로써 정치를 행하여, 인을 행하는 공이 쉬지 않고 오래 지속되어서 온 사방에 푹 젖어 들고 두루 관통하면 온 세상이 인으로 돌아가니 한 나라가 인을 일으키고 백성이 화평하고 만물이 자라나며, 온 세상이 봄이어서 저마다 제자리를 얻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竊謂自太極旣判陰陽旣分之後절위자태극기판음양기분지후, 寒暑相推한서상추, 四時乃生사시내생,
日窮于次일궁우차, 月窮于紀월궁우기, 數將幾終수장기종, 歲且更始者세차경시자, 其名曰春也기명왈춘야.
沖和發揚충화발양, 藹藹融融애애융융, 專以鼓動群生전이고동군생, 化育萬物爲事화육만물위사, 則其爲德曰生也즉기위덕왈생야.
資始萬物자시만물 而爲歲之首者也이위세지수자야.
是春也貫四時而爲始시춘야관사시이위시, 則是仁也統四端而爲本칙시인야통사단이위본.
是春也亘萬古而不變시춘야긍만고이불변, 則是仁也歷千世而不異칙시인야력천세이불이.
然則欲知在時之春연칙욕지재시지춘, 當反在我之仁당반재아지인, 欲體在時之春욕체재시지춘, 當盡在我之仁당진재아지인.
苟能修道以仁구능수도이인, 發政以仁발정이인, 爲仁之功위인지공, 不息而久불식이구, 至於熏蒸透徹融液周遍지어훈증투철융액주편, 則天下歸仁칙천하귀인, 一國興仁일국흥인, 民和物育민화물육, 八區爲春팔구위춘, 各得其所각득기소.
- 對春策 孤山遺稿, 尹善道 대춘책 고산유고, 윤선도
아직은 한창인 한파가 익숙해 봄을 느끼기에 이르지만 한번쯤 집 밖에서 나와 큰 기기개를 켜고 봄기운을 만들어 봄도 좋은 날이 아닐까...
千字文천자문에 없는 봄(春)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350
入春(?)立春(!) 입춘
https://brunch.co.kr/@architect-shlee/670
立春大吉 입춘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