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offee break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Apr 09. 2018

coffee break...用之虛實 용지허실

; 실용만 따지면 정신이 피폐해 진다

들쭉날쭉한 봄날씨는 계절의 변덕스러움을 고스란히 담는다.

오락가락하는 비사이로 새벽공기는 더 없이 맑다.

깊은 숨을 들이키며 한주를 시작한다.


청년들과의 대화는 나를 돌아보고 다지기에는 충분하다.

한 없이 바쁜 그들은 정작 만들어가야하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현실의 수렁에서 지쳐간다.

얼마전 하바드 총장의 연설이 떠 오른다.

대학에서 대단한 무언가를 찾으려면 차라리 들어오지 말고 들어 왔다면 친구를 사귀라는 말...

입시기관으로 바뀐 고등교육 기관은 자신이 가진 역할을 조금도 수행 하지 못한다.

연꽃을 심는 것은 빌려 감상하는 데 지나지 않으나, 벼를 심는 것은 먹을거리를 제공해 줄 수가 있다. 

그 쓰임새의 허실(用之虛實용지허실)이 서로 현격하다. 

하지만 논을 넓혀 연을 심는 못을 만드는 사람은 그 집안이 반드시 번창하고, 연 심은 못을 돋워 논으로 만드는 사람은 그 집안이 반드시 쇠미해진다. 

이는 무엇 때문일까? 

이는 큰 형세가 쇠하고 일어나는 것이 인품의 빼어나고 잔약함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송곳이나 칼끝 같은 소소한 이해쯤은 깊이 따질 것이 못 된다


種蓮不過借玩賞, 種稻可以給餽餉. 종연불과차완상 종도가이급궤향

其用之虛實相懸也.기용지허실상현야

然廓稻田以爲蓮沼者, 其家必昌, 연곽도전이위연소자 기가필창

夷蓮沼以爲稻田者, 其家必衰.이연소이위도전자 기가필쇠

斯何故也. 사하고야

是知大勢衰旺, 繫乎人品之俊孱, 시지대세쇠왕 계호인품지준잔

小小錐刀之利害, 未足深爭也 소소추도지이해 미족심쟁야

贈言帖 증언첩


연을 심는 것은 감상을 위해서요, 벼를 심음은 먹을거리의 실용을 위한 것이라 당연히 벼를 심으라 할 줄 알았는데 다산은 반대로 말했다. 

벼 몇 포기 더 심어 얻는 몇 말쌀보다 연꽃을 감상하며 얻는 정신의 여유가 더 소중하다는 말씀이다.

다산이 1815년 5월에 황상을 위해 써준 11조목의 친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Break...70주년 제주 4.3을 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