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Apr 14. 2018

일반인문 XCIX 회상성 기억조작

; 희망하며 기억하는 기억의 허구성에 대하여...

형형색색의 기억 구슬.

영화 Inside Out에서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갔다.

주인공 Riley라일리의 기억들은 구슬이 되어 뇌 속의 감정본부에 보관되어 있다가, Riley가 잠든 사이에 장기기억보관소로 옮겨진다. 

장기기억보관소에서는 의미 없는 기억들은 바로 버려지기도하고, 아주 중요한 기억들은 Riley의 성격을 형성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장기기억보관소에 저장되어 있는 구슬들은 기억처리반에 의해 깊은 곳에서 꺼내지기도 하고, 회색으로 변해 망각의 골짜기로 떨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며 뇌에 입력된 정보는 순간적으로 감각기억에 잠깐 머물며 선택된 정보만 단기기억으로 보내지고, 선택된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어떤 계기로 꺼내지는것이 바로 우리가 기억해낸다라고 말하는 프로세스다. 

오늘 이야기 하려는 것은 단기기억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영화 Inside Out에서처럼 기억보관장소에서 꺼내어지는 장기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기억은 여러 정보들이 상호 연결되어 저장돼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르면 그와 연결된 기억들도 같이 떠오른다.

여기에 정서도 기억하게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기억은 감정과 함께 저장되는 경우가 많아 기분이 좋을때의 기억은 기분을 더욱 좋게 하기도 하고 슬프거나 우울할때의 기억은 그 감정을 동반해 슬프거나 우울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context 맥락 또한 장기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정확한 기억만을 허용할까?

놀랍게도 인간은 장기기억공간에서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왜곡을 시키기 쉽다.

그래 같은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가 한쪽 기억이 혹은 양쪽모두의 부분적인 기억이 틀렸다는 것을 확인한 경우를 경험한 일이 있을것이다.

기억이 재구성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해 본인에게 유리하게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조작한다는 것이다.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형해 끄집어내는 것이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조작되어 스스로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9세기 말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용납 불가하거나 고통스러운 생각과 충동에 마음이 맞서는 자기방어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마음은 그런 생각과 충동을 의식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억압'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숨길 수 있다.

나중에 프로이트는 자기 견해를 억압된 욕망과 정서에 관한 더 일반적인 이론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외상적 사건의 기억이 억압돼 의식적 회상범위 너머에 저장될 수 있다는 생각은 여러 심리학자들에게 수용되었다.


Retrospective Falsification 회상성 기억조작


이 용어는 Donovan Hilton Rawcliffe 도노반 힐튼 로클리프가 만들어낸 용어로 사람은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할 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새로운 표현과 새로운 형태로 강조를 하게 되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부분은 빼 버리는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각색이나 변개가 일어난 왜곡된 이야기는 기억의 한부분이 되고 놀랄 만한 사건으로 확신하게 된다. 

심리학자 Elizabeth Loftus 엘리자베스 로프터스가 연구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장기기억이 더욱 매력적인 연구분야였는데, 

로프터스는 1970년대 초에 기억의 불확실성 연구를 시작하면서 일련의 간단한 실험을 고안해 목격자 증언의 진실성을 검사했다.

피험자들은 교통사고 영상을 본 다음 그 영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로프터스는 질문의 표현이 사람들의 사건 보고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질문자가 그 자동차들의 속도를 어림해보라고 할 때 '부딪혔다,' '충돌했다,' '격돌했다' 중 어떤 말로 충돌을 묘사하느냐에 따라 대답이 크게 달라졌다.

또 피험자들은 사고 후 깨진 유리가 있었느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그때도 대답은 속도 질문의 표현과 상관관계가 있었다.

나중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사고의 어떤 세부사항(사고현장 주변의 도로표지 등)에 대한 허위정보를 들었는데, 상당수가 그 정보를 기억한다고 보고했다.

기억이 사건 발생 이후의 암시와 유도심문에 왜곡될 수 있음은 로프터스에게 명백해졌다.

허위정보가 관찰자의 기억에 주입될 가능성이 밝혀진 것이다.


1980년대에는 세간의 이목을 끈 아동학대 사건들이 법정으로 가면서 억압된 기억과 회복된 기억이 뜨거운 주제가 되었다.

1990년대에 저희는 훨씬 더 극단적인 기억의 문제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


1995년 로프터스는 피험자들에게 각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족들에게서 들은 내용이라고 하면서 진짜 에피소드들과 함께 하나의 지어낸 이야기(쇼핑몰에서 길을 잃은 일)를 끼워 넣었다. 

피험자들이 앞서 들려준 어린 시절 이야기에 대해 얼마나 기억하는지 실험을 하였다.

놀랍게도 피험자의 25%가 쇼핑몰 사건을 기억한다고 답하였고, 심지어 실험 종료 후 에피소드 중 하나는 거짓이라고 말해줬을 때도 쇼핑몰 사건만은 진실이라 믿은 피험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는 연구 결과들이 실제로 많다.

희망하며 기억하는 인간


과거를 곡해하고 변조하면서 현재를 긍정하고 그리고 미래를 꿈꾸는 인간은 Eliade엘리아데적인 고대인의 모습이다. 

우리는 모두 명심해야 한다. 

자유와 마찬가지로 기억은 연약한 것이다.


인간의 기억은 비디오 녹화기나 영화 촬영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매거진의 이전글 일반인문 XCVIII 세배, 절의 모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