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오랜 기간, 오랜 시간 진득하게 앉아 읽은 도서이다. 두께도 두께지만, 등장인물들이 하는 말을 곱씹으며 지금의 시대와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느라 그랬던 것 같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태도에 대해, 부, 권력, 명예에 집착하는 현실에 대해, 그리고 미(美)와 같은 외적인 요소들에 열광하는 현상들에 대해 고민했고 [자본주의, 황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이러한 지금의 세상은 무척이나 병든 사회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는 곧 아름다운 것만을 사랑하고 사랑해온 인간에 의한, 소수에 의해 절대다수가 움직이는 사회인 셈이다. 그는 화려해보이는 것들에 오히려 환멸을 느끼는 인물을 내세워, 그것에 열광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하찮은지에 대해 말한다.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눈에 띄게 못생긴’ 한 여자를 오랫동안 사랑한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오랫동안 사랑한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병든 사회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서로에 대한 혐오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외적인 것에 가치를 두지 않고 타인을 온전히 사랑하는 것. 당신을 사랑한다고 진심을 다해 말하는 것. 그 둘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조금만 더 서로를 사랑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영화 ‘블라인드’와도 닮은 구석이 있다. 이 영화도 같이 보시길.
책과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사랑해라'라는 말을 떠올릴 것 같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소신껏 자기 갈 길을 가며, 주변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