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2016) 리뷰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는 밤이다.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가, 대한민국의 해방을 지켜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마음아팠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분들의 무한한 투쟁에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로부터 100년 정도가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은, 당신들 덕에 국민과 국토와 완전한 주권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해드리고 싶다.
시인 윤동주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시인 ‘서시’로 가장 유명하지만, 나는 ‘별 헤는 밤’이라는 시를 가장 애정한다. ‘서시’만큼이나 좋다. 영화 속에서, 옥의 창살 사이로 내다보이는 별들을 비추며 ‘별 헤는 밤’이 낭송되는 장면에서 잠시나마 그가 되어볼 수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던 현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 것이며, ‘동주’가 아닌 ‘히라누마 도주’로 불려야했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은데, 그것들은 끝내 손에 닿지 않는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별 헤는 밤' 중
이 구절을 가만히 떠올리다보면 사무치는 그리움이 손에 닿을 것만 같다. 애써 잡으려해도 잡히지 않고, 잡게 되어도 다시 놓치기 일쑤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외는 그의 시는 왠지 모르게 하나의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중간중간에 그가 쓴 시들이 낭송되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괜히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촬영된 필름은 암울한 현실을 배가시킨다. 독립운동가 송몽규와 시인 윤동주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굳건한 신념으로 투쟁했다. 투옥되었을 당시, 생체실험을 한다는 일본인들의 말도 안되는 명분 하에 바닷물 주사를 강제로 맞은 결과, 결국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신 두 분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당신들은 정말 멋있는 분들이시라고,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실 필요가 없다고.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두 분의 연대기를 보는데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암흑기와도 같았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그 나잇대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한 채 ,
오로지 해방만을 꿈꾸며
한 번뿐인 생을 ‘살아내야’하셨을 분들께,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어릴 적 교과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시인 윤동주. 그때 갖게 된 열렬한 마음이 지금껏 이어져 온 것 같다. 교과서 활자나 시험지에서 윤동주 시인을 마주하기 전, 이러한 영화나 그의 생에 관한 책을 통해 그를 먼저 알게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 방 책꽂이 한 켠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필사책이 있고, 벽 한쪽에는 영화 ‘동주’의 일러스트 엽서가 자리하고 있다. 문학 속에서 희망을 찾고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려 한 그의 시 속에는 고뇌와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그가 쓴 시와 그를, 참 많이도 존경하고 동경했던 것 같다.
이제는 별이 되어버린 그 시대의 청춘들께.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