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망미동에는 현대자동차에서 운영하는 '현대 모터스튜디오'라는 전시공간이 있다.
일 년에 두세 번 테마가 바뀌는데, 전시 주제가 늘 인상적이다. 주로 진보되는 미래 기술과 인류의 환경에 대한 내용인데,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친절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잘 풀어준다.
정확한 전달 메시지 속에 생각할 거리를 주기도 해서 아주 심도 있고 밀도가 높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에 대한 고찰이었다. 과거 혁신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환경 파괴의 중심에 서 있는 플라스틱의 양면성에 주목하여, 편의성 이면의 문제들을 반추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과 인간의 역할을 탐구하는 내용이었다.
전시의 시작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배경으로 한 영상이었는데, 리듬감 있는 왈츠가 엉망진창인 지구 속 플라스틱 대환장 파티를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는 듯했다.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진다는 믿을 수 없는 예측도 보여주었다.
플라스틱은 편리하고 가볍고 활용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실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심지어 저렴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저렴한 가격에는 우리 가족, 동물, 지구의 건강을 위한 비용이 배제되어 있다.
그 비용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의 가치는 더욱 무거워지는데, 우리는 그 가치를 모르고 너무 쉽게 쓰고 버린 것이다. 당장 내 손에 들려 있는 플라스틱이 갑자기 엄청 묵직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수거 및 재활용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근본적으로 플라스틱의 일회성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세계 곳곳에서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의 40%가 포장재인데, 영국의 '낫플라'라는 기업은 미역과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활용하여 섭취가능한 생분해 포장재를 개발하였다.
이것은 마라톤 대회에서 생수병을 대체하여 참가자들이 포장재 째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였다. 정말 신박하지 않은가! 다만 비용과 보관, 이동의 문제로 상용화는 아직 어렵다고 한다.
또한 스위스의 가방 브랜드인 '퀘스쳔'은 아바카 바나나 나무에서 뽑아낸 실로 가방과 종이를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사람들의 정성과 품이 참 인상적이었다.
비록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실수로 인해 이렇게 지구가 파괴되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부디 인간들의 깨달음이 늦지 않았기를, 이 노력들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이 전시회를 만나기 전에는 '나 하나가 텀블러 쓴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지겠나' 했는데,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기업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니 '나라도 실천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안 쓰겠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최대한 플라스틱을 일회용으로만 쓰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
대기업에서 훌륭한 취지의 전시 공간을 제공해 주고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와주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산업을 선도해 나가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봤으면, 아니 모두가 봐야 할 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