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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 아카이브 Dec 13. 2024

친구 딸 돌잔치

25년 지기 친구의 아기의 돌잔치에 다녀왔다. 

태어난 지 이제 12개월이 된 여자아기는 제 부모를 고루 닮아 그날도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예쁜 아기와 함께 있는 내 친구는 5년 전 그녀의 결혼식 날 보다 더 환하게 느껴졌다. 

안정감에서 묻어 나오는 여유로운 미소가 정말 아름다웠다. 비록 실상은 365일 육아에 시달리고 있을지언정 그 날 만큼은 내가 본 친구 모습 중에 제일 예뻤다.


25년 지기라고는 하지만 매일매일 연락을 하고 지내지는 않는다. 

드라마에 보면 주인공에게는 항상 오래된 친구가 있고 성인이 돼서도 같은 동네에 살며 일거수일투족을 다 공유하고 절친하게 지내던데, 누구나 다 그런 친구가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고향에서 먼 곳으로 대학진학을 했고, 대학 친구들은 졸업 후 취업하면서 또 뿔뿔이 흩어졌다. 

모두들 일 년에 한두 번 보기는 하지만, 연락을 자주 하진 않는다. 각자의 삶이 워낙 바쁘기도 하고, 자주 보니까 자연스레 연락도 뜸해졌다. 

아니, 어쩌면 내 성격 탓일 수도 있다. 매일 연락을 할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매일 보는 직장동료들과 더 일상적인 소통이 많았지.

아무튼 찐 소꿉친구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은 인생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돌잔치에 모인 고향 친구들은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어제 봤던 것 같이 편안하다. 

길에 낙엽만 굴러가도 꺄르르 배꼽 잡고 웃던 아이들이 훌쩍 커서 어른인 양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돌잔치도 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시간을 따라 모든 게 자연스럽게 흘러왔지만, 새삼스레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다. 

아무리 봐도 하는 짓은 아직 초딩 같은데, 사회에선 나름 자기 자리를 지키며 밥벌이를 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다.


모든 일상을 공유하며 지내진 않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진지하게 내 편에 서 줄 친구들이 있다는 게 든든하다. 

나를 그 시절의 천방지축 어린아이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건 친구들 밖에 없다. 

오랜만에 뵙는 친구 어머니의 눈에도 우리가 아직 철부지 아이들처럼 보이시는지 애정 어린 안부를 물으신다. 이렇게 다 모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3살로 돌아간 듯했다.

누구는 요즘 누가 돌잔치를 하느냐 하지만, 단조로운 일상에서 꼬물거리는 아가도 보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또 같이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함을 느꼈다. 

좋은 부모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친구들을 항상 응원하며, 나도 그들에게 든든한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잘 익어가야겠다. 언젠가 우리도 알록달록 등산복을 입고 산을 오르겠지? 그때까지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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