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3일 차가 되면 몸이 귀신같이 ‘앗 삼일째네? 아~ 귀찮다!’ 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반항심이랄까, 승부욕 같은 게 생겨서 오기로 3일은 넘기고야 만다.
나흘째 포기해 버려서 문제지. ^^;
아무튼 ‘작심삼일’은 게으른 나 자신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자극이 되는 말인 것은 확실하다.
대표적인 작심삼일 목표는 영어공부가 아닐까 싶다.
나는 '영어 공부하기'를 새해 목표로 삼은지가 어언 10년은 족히 넘는다.
물론 올해도 실패다. 사실 이번엔 심지어 제대로 시작도 안 해본 것 같다.
의지가 약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뇌과학적으로도 몸에 밴 습관을 고치거나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이 뇌 구조상 쉽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신경회로의 활동, 뇌 기능의 한계, 호르몬 영향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목표, 예를 들면 '달리기'는 작심삼일이라는 고비도 없이 잘해오고 있다.
영어 공부와 무슨 차이점이 있을까?
운동은 조금만 게으르게 해도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진다. 어쩌면 나에게는 생존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힘든 시기에 달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더 빠르게 방전되었을 것이다.
또한 달리기를 하면 건강해지는 것이 눈에 바로바로 보이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계속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달리기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고, 그것이 '생존'과도 맞닿아 있고 '과정'또한 즐겁다고 느꼈기 때문에 습관으로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나에게 영어는 당장 급할 이유도 없고, 생존과도 그다지 관련이 없다. 게다가 마음 잡고 공부를 하다 보면 오히려 짜증, 답답함, 열등감 등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서 더 하기 싫어지고 결국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그냥 막연하게 잘하고는 싶으니까 고정값처럼 매년 TO DO LIST에 적혀 있을 뿐이다.
이참에 영어를 잘하고 싶은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봤다.
종종 해외여행을 가니 영어를 잘하면 편리하고, 외국인 고객이 자주 오니까 어느 정도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업무도 편할 것 같다.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은 가벼운 프리토킹이다.
심각하게 각 잡고 영어공부를 하기보다는 가볍게 일상적인 상황을 가정하여 접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목표를 '영어공부'로 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 30분 가벼운 프리토킹을 연습하고 암기하기' 이렇게 구체화하고 실천 가능할 정도로 정해야겠다.
모든 일에 있어서 이유를 제대로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우선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게 되며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그 행동들이 모여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To do 뿐만 아니라 The reason why 가 필요한 이유이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작심삼일 없이 꾸준히 해내리라고 보장할 순 없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접근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올해가 이제 단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올해 계획했던 소망들을 이루었는지 점검하고, 내년을 기대하며 또 새로운 목표들을 세울 시기이다. 어려운 일일수록 목적을 명확히 하고 과정을 구체화한다면 목표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삼일마다 작심하고 그걸 무한반복하는 한이 있어도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분명 쌓이는 것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