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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어디에나 있다.

by 쉼 아카이브

이유는 모르겠으나 나는 일출을 보는 것보다 일몰을 보는 것이 마음에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어쩌면 알 수 없는 미래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지나간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느껴서 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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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벅차오르기도 한다.

노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일몰 시간에 맞춰 해넘이 명소를 찾아다니기도 했었다.

하지만 업무에 지친 날, 하루가 일주일처럼 느껴지도록 버티고 있던 해는, 지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순식간에 도망치듯 내뺀다.

얼마나 약이 오르는지, 그 마음 달래듯이 슬며시 어여쁜 달이 얼굴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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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하늘이 좋다. 매일매일 조금씩 변하는 달 모양도 신비롭고,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빛을 내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면서도 아름답다.


도시에서는 별을 보기가 힘들다.

유년시절을 보낸 시골에서는 별이 쏟아져 밤하늘이 외롭다는 생각일랑은 들지 않았는데, 스무 살이 되고 도시로 나와서 밤하늘을 보니 달이 참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라고 느껴져서 더 애틋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달에게 위로를 받으며 버텨낸 숱한 밤들이 생각난다.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뜬다.

빛은 어디에나 있다는 소리다.

단지 마음에 구름이 끼고 폭풍우가 몰아치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어디 맑은 날만 있을 수가 있을까.

나에게 빛이 되는 소망, 희망, 사람, 꿈들이 항상 나를 비추고 응원하고 있다고 믿으며,

오늘 밤에도 모두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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