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다듬다
햇살 좋은 날, 동네를 산책하다가 시에서 운영하는 문화회관을 지나게 되었다.
큰 극장 건물들 사이로 ‘다듬채’라는 별관이 눈에 띄었는데, 명칭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무용과 음악 예술인들을 위한 연습실이었다.
스스로 역량을 기르고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기예를 다듬는 공간의 이름이 다듬채라니.
누가 지었는지, 정말 적절하고도 울림이 있는 건물 이름이었다.
스스로를 다듬는 것은 본인의 못난 부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조용히 잘 들여다보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나름 잘 다져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모자란 구석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그것을 갈고닦을 인고의 시간과 인내심을 가지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고치고 다듬어가는 마음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듯하다.
굳어가는 몸처럼 마음과 생각도 유연함을 잃어가기 마련이니까.
무용수의 동작 중 의미 없는 손짓은 없을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을 떼어내고 핵심 동작을 중심으로 매끄럽게 깎아 다듬어 나갔으리라.
질투, 과욕, 불안함과 같은 쓸모없는 감정들을 떨쳐내고, 내면의 자아가 원하는 추구미를 중심으로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무용수의 기량이 높아지듯 우리도 밀도 있게 늙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자기 인생의 주인공일지언정 독무대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 넓게는 인류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숙련된 단원들이 짜임새 있는 공연을 하듯이, 사회인으로도 나를 잘 다듬어야 한다.
일상 속 소중한 인연들과 호흡을 맞추고 어려운 부분은 서로 돕고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삶이 더 따뜻해질 것 같다.
마침내 내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게 안팎으로 나를 끊임없이 다듬어 나가다 보면 스스로를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직접 가꾼 화단이 소중하듯이, 정성스레 다듬어 나가는 내 삶을 더 애정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