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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채록 Jul 10. 2023

관계에 미숙한 이들의 이야기

BIFAN2023 <네 명의 어른이들> 리뷰

<네 명의 어른이들>(2023, 셀마 빌후넨)은 남편 마티아스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줄리아, 그녀는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가족을 유지하기 위해 마티아스와 남편의 여자인 엔니에게 ‘폴리아모리*’를 제안한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 JTBC)의 명대사 “사랑이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가 떠오르며 매운맛이 예상되는데, 영화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차분하고 가벼운 멜로드라마에 가까웠다. 극 초반 충격과 분노를 표하는 줄리아의 모습이 그려지긴 하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를 위한 빌드업에 그친다.


‘폴리아모리’를 제안한 줄리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영화는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어?’ 뭐 이런 윤리적인 질문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기로 한 당신, 그로 인해 벌어질 일들도 극복할 자신이 있나요?’를 묻는다.

극을 이끄는 주된 감정은 바로 ‘질투’다. 줄리아는 마티아스와 엔니를 한 자리에 불러놓고, 바람 핀 당신들을 용서한다며 관계를 계속해도 된다며 괜찮은 척을 하며 ‘폴리아모리의 A to Z’라는 책까지 건넨다. 이어지는 장면에선 줄리아가 러닝머신 위에 올라 쉴새 없이 뛰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는데, 과연 그 누가 괜찮을 수 있을까? 관계의 양상이 변했다는 것은 자신이 버려질 수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줄리아는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며 관계를 이어가려 애쓴다. 이렇게 질투가 빚어내는 갈등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는데 이러한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낸다.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하던 이들은 책에도 없는 일들을 겪으며, 우왕좌왕하며 복잡하게 꼬인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한다. 관계에 미숙한 이들의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Four Little Adults’인 것 같다.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까 기대했는데, 그에 대한 해결은 다소 어정쩡하다. 이런 게 어른이들의 방식인 걸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으로 이야기를 이해보고자 한다. 인물들을 지켜보는 제삼자가 아닌 내가 저 상황에 놓인다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니 성숙한 결말 같은 것이 오히려 몸만 어른으로 자란 이가 꿈꾸고 바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폴리아모리(polyamory): 감정적·성적으로 끌리는 여러 명의 대상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경우 혹은 그러한 사랑의 형태를 일컫는 말로 다자연애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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