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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수술실이란 극장 (Operative theatre) 7 화

   텔레비전 정규 방송 중에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1998년부터 방영되었던 프로그램이니 20년 넘게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이라고 하겠다. 나는 지금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인지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데 과거 내가 텔레비전을 볼 수 있었던 상황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시청했었다.     


 가끔 헬스 센터에 가서 러닝머신 위에서 걷는 운동을 하면서 머신 앞쪽에 놓인 텔레비전을 켜고 시청할 만한 방송을 찾다가 이 프로그램이 나오면 이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고정하고 운동하는 동안 시청한다. 이 프로그램은 세상에 있을 법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람들을 포착하여 방송하는데 보고 있으면 참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환자분이 계신다.    


 환자분에 관한 의학적인 내용은 사실 10년도 지난 일인지라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나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었을 것 같은데 후두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보통 후두암의 경우 후두암 부위를 수술로 조직 검사하여 확진이 되면 때로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물론 환자의 암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환자분의 경우 진단 후 후두암 부위를 레이저로 수술받았고 항암 치료도 받았는데 후두암의 전이와 재발이 계속 반복되었다. 결국, 후두 부위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런 경우 후두 부위가 상실되니 폐, 기관지와 코, 입을 연결해 줄 통로가 상실되어 어쩔 수 없이 환자의 기도에 입과 코를 대신해서 공기가 들어올 경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영구적으로 목에 폐와 연결되는 기도 절개술 입구가 형성되어 그 부위로 호흡을 하는 것이다.     


 후두를 상실한 환자들은 공기가 기도 절개술 부위로 세고 성대도 없으니 목소리를 잃게 된다. 어느 정도 수술 후 상태에 익숙해지면 말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기구를 이 기도 절개술 부위에 삽입하여 말을 할 때 기구 부위를 막아 세는 공기를 막으면서 말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의 의사 표현은 가능해지기도 한다. 문제는 입이나 코의 경우 공기가 들어오면서 코의 점막에 있는 작은 섬모들이 이러한 먼지들을 어느 정도 걸러 주는 역할을 하는데 기관 절개술 부위로 호흡을 하게 되는 환자분의 경우 이런 우리 몸의 보호 시스템을 쓸 수 없으니 가래도 일반 사람보다 많이 생기고 그 가래가 기관 절개술 부위로 배출이 된다.     


 가래 배출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가래가 기도 절개술 부위에 쌓여 입구 부위나 그 근처가 좁아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자주 이 부위로 배출되는 가래를 제거하도록 신경 써야 하니 많은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대기 중에서는 이 기관 절개술 부위를 위한 특별한 마스크도 없으니 외출은 아예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외관상으로 볼 때 목에 눈에 띄는 기관 절개술 부위가 있어 이런 부분을 머플러나 기타 수건들을 둘러 가리시며 다니시는 경우를 보았다. 호흡을 해야 하는 부분을 가리시니 참 답답한 노릇 이리라...    


 환자분의 경우 후두 전절제술(total laryngectomy)을 받으신 후에도 경부에 계속 전이된 종양들이 발견되어 그때마다 수술을 받으셨다. 암 환자분들 중 오래된 투병 생활과 거쳐야 하는 수술이나 항암제, 방사선 치료에 따르는 고통 들로 인해 우울증이나 수면 장애를 갖게 되는 환자분들이 꽤 있는 편이다. 


 육체적, 심적 고통이 이러한 정신과 질환까지 불러오고 이러한 질환 또한 환자가 지니고 가야 할 또 다른 짐이 된다. 하지만, 이 환자분의 경우 수술실에 오실 때마다 느끼는 것은 본인의 질환에 대해 시종일관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항상 수술실에 도착하셔서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들어오시는데 자주 뵙는 우리 수술실 의료진들이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 회복실에 나오셔도 통증도 잘 참으셨고 아프시냐고 물으시면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는 정도로 표현하셨다.     


 보통 후두 전절제술을 받으신 환자분들은 의사 표현에 문제가 있으니 보통 회복실에 나오셔서 아프시거나 불편함이 있으시면 누워 계신 운반카의 낙상 보호대를 두들기시는 등 표현이 과격한 분들이 많으신데 이 분은 늘 예외였다.    


 어느 날 그 환자분의 수술 스케줄이 잡혀 있었는데 수술방으로 방송 촬영팀이 같이 수술실에 입실하여 환자분을 촬영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프로그램이냐고 물어보니 내가 늘 애청하는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이 환자분이 자신의 사연을 이 프로그램에 보내서 채택이 되었다고 했다. 환자분이 수술만 23번을 받으셨던 사연을 보냈는데 이 프로그램에서도 정말 드문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촬영을 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이비인후과 과장님께서는 이 환자분 덕분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셔서 환자분을 수술하는 모습, 또한 환자분의 예후나 경과에 대하여 설명하시는 모습 등이 방송을 타게 되셨다. 

 늘 챙겨 보는 이 프로그램, 아마도 늘 목요일에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환자분이 녹화 후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방영되었다. 환자분이 병실에서 늘 본인의 가래를 흡인해 내는 카테터를 삽입하여 직접 가래를 뽑아내는 모습, 가족분들도 나왔고 수술실 촬영 부분도 나왔다.  


 그 환자분은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수술을 받으셨고 그 와중에 여러 가지 치료에 따른 합병증과 체력적으로도 점점 쇠약해지셔서 결국 세상을 뜨셨다고 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을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암은 우리의 모든 장기나 기관에 발생하는 것 같다.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제외하고는 우리 신체 어느 부위에서든 암세포는 발생한다. 그 암 종류 중 얼굴 부위나 목 등 특히 외형적으로 남들의 시선을 받는 부위에 생기는 암(이 중 갑상선 암은 제외해도 되리라... 요즘 갑상선 수술은 내시경 수술 시에는 목에 흉터가 남지 않으니 제외한다)은 그 암의 종류나 예후와 상관없이 한 사람의 일상생활에 다른 암들에 비해 또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혀에 생기는 암이나 턱, 눈, 등 얼굴에 생기는 암이 흉터뿐 아니라 수술로 인한 기형적인 외형을 남기니 일상생활이 얼마나 힘들어질까? 그런데 이런 암의 원인에 흡연이 매우 연관성 높다는 것을 끽연가들은 아셔야 할 것이다. 

 담배의 유해한 성분들에 오랫동안 노출된 부위, 혀나 입안 점막, 후두, 식도, 위, 폐 등의 부위에서 암세포로의 변형이 생기고 그 암세포가 성장할 수 있음을 꼭 있지 마시길... 요즘 담배 포장에 이비인후과적 암을 가진 환자의 사진이 나와 있는 이유가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포장을 보고도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지금 그들은 한창 외모에 신경 쓰는 나이인데 그 아름다운 얼굴들을 유지하고 싶다면 담배부터 멀리하라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을 보면 붙잡고 이야기해주고 싶다가도... 주책 부리는 아줌마라고 취급당할까 봐 말도 못 하고 가슴만 끓이며 지나간다.    


 2017년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의 마술사라는 타이틀로 전시회가 열렸던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그림들은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특이한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화풍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방문한 뒤로 그 이전의 작품 중에 smoking warning이라는 작품이 있다.

 해골이 담배를 물고 있는 이 작품은 에셔의 화풍과 관계없는 듯해서 그리 유명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로 의상이나 모자 등에 많이 인용되어 누구나 한 번쯤은 보았을 듯하다. 상품에 이리 많이 사용된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담배의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서로에게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따른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흡연 가든 애연가든 모두 담배가 매우 안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하다. 다만, 얼마나 안 좋은지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수술실에서 흉강경 수술할 때 볼 수 있는 폐암 환자의 검은 반점이 가득한 폐를 보고 있다 보면 흡연가들에게도 보여드리고 싶다.                        



                 제목: Smoking warning( 흡연 경고,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 작품, 1917)    


  네덜란드 판화가 이자 드로잉 작가인 에셔 작품으로 에셔의 매우 초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에셔는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방문한 후 궁전의 평면 분할 양식에 영감을 얻고 1936년 이후는 패턴과 공간의 환영을 반복하는 작품을 창작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이후 미술계에서보다는 수학자와 물리학자 등 과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출처: Wik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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