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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원 Jun 18. 2020

여원의 작사 : 창작은 셀프상담

모두의 작사 2주 차


벌써 5분의 2를 지난 시점이다.


이번주 과제는 글을 한 편씩 써오는 것이었다.

나는 나의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써서 선생님께 제출했다. 퇴근하고 부랴부랴 수업에 도착하니 숙제가 프린트되어 책상에 놓여있었다. , 정말 저걸 다들 읽으시겠구나. 떨리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막상 읽고 나서 수강생 분들이 감동받았다는 말과 함께 좋았던 문장을 얘기하며 조언을 해주셔서 부끄러운 건 잊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랑 얘기로 감동을 주었다고요..? 이런 걸 보면 어쩌면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낭만적인 사람일지도.


나도 수강생분들의 글을 읽고 뭐가 좋은지, 가사가 되려면 어떤 부분이 중점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나눴다. 서로 오랜 시간 얘기한 것도 아닌데, 글을 나눠 읽으며 훨씬 더 마음이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뒤이어 선생님이 설명해주시는 이론 시간도 좋았다. 선생님이 글도 쓰시고 책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말씀하실 때 비유를 많이 쓰신다. 덕분에 매번 이해가 쏙쏙 잘 되는 중이다.


노래하는 화자 speaker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 보컬의 음색이 화자의 성격이 되기도 한다.

- 화자의 어투가 어떤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예를 들면 “~할 수 없었네”와 “없었소”, “없었어요”, “없다오”처럼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

- 꼭 화자를 ‘나’가 아닌 다른 대상으로 시점을 바꾸는 것, 그런 식의 접근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루시드폴의 ‘고등어’는 고등어가 화자다.


또 A-B-C-D-C 같은 노래의 구성에 대해 배웠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줄만 알았던 옛날 노래도 절과 후렴, 브릿지 등 구성이 아주 촘촘했다. 노래도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기본이 된다. 그 안에서 다양한 변형과 새로운 방식으로의 적용이 있을 뿐. 역시 예술은 어떤 제약 안에 있을 때 가장 창의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이론 수업 초반에 보여주신 김연수 작가의 글도 좋았다. 읽었던 내용 같아서 집에 와서 찾아보니 내가 <소설가의 일>을 읽으며 좋다고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 중 하나였다.


삼십 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드리죠. 봄에 대해서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쓰지 말고,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꼈는지를 쓰세요.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쓰지 마시고,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게 쓰세요. 다시 한번 더 걷고, 먹고, 보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은 언어로는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건 오직 감각적인 것들 뿐이에요. 이 사실이 이해된다면, 앞으로 봄이 되면 무조건 시간을 내어 좋아하는 사람과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잊지 못할 음식을 먹고, 그날의 날씨와 눈에 띈 일들을 일기장에 적어놓으세요. 우리 인생은 그런 것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이상 강의 끝.


이 태도를 글쓰기에 적용할 생각만 했는데 가사도 마찬가지구나, 오 하고 속으로 깨달았다.


흔한 인생을 살아가더라도 흔치 않은 사람이 되자. 미문을 쓰겠다면 먼저 미문의 인생을 살자. 이 말은 평범한 일상에 늘 감사하는 사람이 되자는 말이기도 하다. 그게 바로 미문의 인생이다. 소설 속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추잡한 문장은 주인공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자기 인생을 뻔한 것으로 묘사할 때 나온다.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진다.


이건 포스트잇 해놓은 또 다른 부분이다. 읽을 때마다 창작의 마음이 샘솟다니 마법 같은 말이다 정말. 미문의 인생을 살며 미문을 쓰겠다는 마음. 그 마음으로 나의 짧은 글도 반들반들 다듬어 가사로 만들어야지.


다음 주까지는 각자의 글을 행 단위로 나눠가기로 했다. 수업 사이 일주일은 평소보다 유심히 음악을 듣고 노랫말 만들기에 빠져보는 시간이다. 곰곰이 생각하는 혼자의 시간이 왠지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작사 수업 참여하는 게 상담받는 느낌이라고 말한 수강생에게 “창작이 곧 셀프 상담 self-counseling이에요”라고 했다는 선생님의 말이 그 얘기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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