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아카이브를 만났을 때

디지털 아카이브와 AI 에이전트의 시너지

by 아키비스트J

최근 Dataiku가 발행한 보고서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목은 'AI 에이전트의 시대, 앞서가는 리더는 지금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입니다. C레벨 임원을 위한 가이드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지만, 아키비스트인 저의 시선은 역시 조금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습니다. 제 시각에서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필요한 것들을 추려봤습니다.




# 파편화된 기억은 판단을 흐리게 한다

보고서가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데이터 파편화입니다. 많은 기업이 데이터 사일로화와 일관성 없는 데이터 품질로 인해 AI 에이전트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에이전트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 품질을 신뢰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에이전트의 동작 또한 보장할 수 없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는 과정은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카이브 분야에서 수십 년간 반복되어온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업무의 맥락이 사라지고, 의사결정의 근거가 흐려지며, 책임 소재를 추적하기 어려워진다는 것. 기록관리 전문가들이 줄곧 강조해온 바로 그 논점입니다.


다만 한 가지가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이 문제가 인간의 검색과 해석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의 판단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 도서관과 수석 연구원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통합 AI 플랫폼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데이터 관리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분석과 모델과 에이전트를 하나로 묶어주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플랫폼은 도구와 데이터세트와 분석을 표준화하여 사일로를 깨뜨리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근거로 에이전트의 동작을 보장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비유가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가 인류의 지혜가 담긴 거대한 도서관이라면, 통합 플랫폼과 AI 에이전트의 결합은 그 도서관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사용자의 질문에 맞춰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수석 연구원 팀을 고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도서관이 파편화되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연구원이 아무리 뛰어나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자료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찾은 자료가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자료 간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AI 에이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데이터라는 도서관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강력한 언어 모델을 탑재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 어렵습니다.




# 기록의 운영화

보고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습니다. 데이터 품질을 별도의 이니셔티브로 여기지 말고,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로 품질을 운영화하는 수단으로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라는 제안입니다. AI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정제하고, 모니터링하는 거버넌스 환경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실시간 데이터 기반 결정에 대해 신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을 아카이브 맥락으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기록관리를 단순히 보존의 영역으로 한정하지 말고, AI 에이전트를 통해 기록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활용하는 운영의 영역으로 확장하라.


전통적인 아카이브 패러다임에서 기록은 생산되고, 평가되고, 보존되는 일련의 단계를 거칩니다. 활용은 그 이후에 발생하는 별개의 행위입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이 경계가 무너집니다. 에이전트가 기록을 지속적으로 참조하고 검증하고 연결하면서, 보존과 활용이 동시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 신뢰의 문제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이전트는 단순히 사용자와 컴퓨터 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으며, 명령어 입력에서 아이콘을 탭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던 변화 이후 가장 거대한 컴퓨팅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보고서가 강조하는 핵심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확장은 단순히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거버넌스 체계 밖에서 에이전트를 도입하면, 성능을 추적하거나 오류를 디버깅하거나 규제 준수를 보장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아카이브 전문가로서 이 대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기록관리의 본질도 결국 신뢰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록이 손상되지 않고 완전한가, 이 기록이 맥락을 잘 보존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기록은 증거로서의 가치를 갖습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아카이브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습니다. 에이전트가 참조하는 데이터의 출처와 맥락과 신뢰성을 보증하는 기반 인프라로서의 역할입니다. 에이전트가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 결정의 근거가 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이었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기업의 두뇌

결국 통합 AI 플랫폼은 과거의 기록을 보관하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기능에 더해, 그 기록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AI 에이전트의 지능을 결합한 기업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것은 정보를 찾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실행력으로 이어집니다. 아카이빙된 전사적 데이터에 입각하여 AI가 결정을 내림으로써, 직원의 업무 프로세스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전문성을 높이는 강력한 협업 도구가 됩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아카이브와 AI 에이전트가 결합했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라고 생각합니다.




# 아키비스트에게 던지는 질문

이 보고서를 읽으며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관리하는 기록은 AI 에이전트가 신뢰할 수 있는 단일 데이터 소스로 기능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기록의 메타데이터는 에이전트가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풍부한가. 기록 간의 관계는 에이전트가 연결고리를 추론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아카이브는 아직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보고서가 말했듯이, AI 에이전트는 완벽한 기초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기초를 쌓는 역할을 합니다. 준비라고 해서 예비 과정이라기보다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면서 각 요소를 조정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지금 데이터, 거버넌스, 기술, 인재라는 요소를 서로 맞춰 조정하는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나갈 것입니다. 아카이브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에이전트 시대를 준비하는 아카이브와 그렇지 않은 아카이브 사이의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입니다.


[참고]

- Dataiku, 'AI 에이전트의 시대, 앞서가는 리더는 지금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 (PDF Guide, 2025)

- Gartner, 'Capitalize on the AI Agent Opportunity' (Daniel Sun,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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