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를 시작할 때 저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내 기억은 어디에 있을까?"
12편의 글을 쓰면서 그 답을 찾아갔습니다. 흩어져 있던 기억들을 모으고, 연결하고, 되살리는 여정이었습니다. Re:call, 다시 불러온다는 제목 그대로의 경험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이제 저만의 시맨틱 아카이브를 운영합니다. 저장만 하고 못 찾던 자료들이 이제는 필요할 때 떠오릅니다. AI가 제 맥락을 이해하고 관련된 것을 찾아줍니다.
입력하는 사람이었던 저는 이제 설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반복 작업에 쏟던 시간을 프로젝트와 창작에 씁니다.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습니다.
도구의 사용자였던 저는 이제 시스템의 설계자가 됐습니다. 남이 만든 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제 방식대로 짓습니다. 주도권이 저에게 왔습니다.
하지만 이건 완성이 아닙니다.
시스템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구조를 실험하고, 새로운 연결을 발견하고, 효율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가꿔가는 정원 같은 것입니다.
AI 기술도 빠르게 발전합니다. 6개월 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지금은 됩니다. 앞으로 6개월 뒤에는 또 무엇이 가능해질지 모릅니다. 그 변화에 맞춰 시스템도 진화해야 합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저는 기록학을 공부한 사람이며, 근본적인 직(職)으로서의 정체성은 아키비스트입니다.
아키비스트의 일은 기록을 보존하고 정리하고 제공하는 것입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제 개인 기록은 엉망이었습니다. 남의 기록은 정리하면서 내 기록은 못 찾는 아이러니라니요. 이 실험은 그 아이러니를 해결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습니다. AI 시대에 아키비스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을요.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떻게 연결할지를 아는 것이 점점 가치 있어집니다.
아키비스트의 눈으로 시스템을 설계했기에 가능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말한 ‘나를 기억하는 시스템’은 이제 현실이 됐습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될까요?
저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더 많은 것을 할 계획입니다.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합니다. 이 시스템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시맨틱 아카이브가 활동의 기반이 됩니다. 쌓인 지식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디지털 호딩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 AI와 협업하고 싶은 분들, 자신만의 개인지식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분들. 그분들에게 제가 발견한 것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연재는 WHY를 담았습니다. 왜 이런 시스템이 필요한지, 왜 이런 방향인지, 왜 이게 의미 있는지. 하지만 HOW의 구체적인 부분은 담지 않았습니다.
어떤 코드를 썼는지, 어떤 프롬프트를 사용하는지, 정확히 어떻게 설정하는지. 이런 것들은 이 연재에 없습니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직접 만드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러나 개개인마다, 조직마다 그 형태가 다를 수밖에 없기에 매뉴얼을 만드는 게 아닌 WHY를 알리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판단 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내 기억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 저는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제 기억은 제 옵시디언 볼트에 있습니다. 마크다운 파일로 저장되어 있고, 메타데이터로 정리되어 있고,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필요할 때 불러올 수 있고, 맥락에 맞게 연결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기억은 어디에 있나요? 흩어져 있나요? 못 찾고 있나요? 저장은 했는데 활용은 못 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도구가 바뀌면 가능성도 바뀝니다. AI 시대는 이미 왔습니다.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집니다.
저는 제 방식을 찾았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방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연재가 그 첫걸음에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다시, 아키비스트로서. 기록을 남기고 기억을 지키는 일을 계속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call - 아키비스트의 실험노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