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영역에서의 아카이브

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

by 아키비스트J

아카이브(archives)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르케(arche)’라는 단어는 권위 또는 기원을 의미합니다. 과거에 기록을 보관하던 주체는 국가나 거대 기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상해보세요. 고대 그리스의 참주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서고를요. 경비병이 지키고 있는 서고 안에는 철학, 행정, 신화, 제사에 관한 양피지나 파피루스가 가득 차 있었을 것만 같습니다.


근대에 들어서 아카이브가 가진 공공성이 더욱 시민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흐름이 커졌습니다. 근대적인 아카이브는 프랑스혁명 이후 시민 주권의 하나로서 기록(=정보)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에서 대두되었습니다. 시민의 권리로서 기록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기록관리에 진심인 나라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각종 관청에서 남긴 공문서, 개인의 문집까지. 심지어 한국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가장 많이 등재된 순으로 세계 3위입니다. 오랜 시간 기록하는 행위와 보존의 가치를 문화로 간직한 지식 사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이런 문화가 많이 사라졌으며, 최근에서야 다방면에서 기록하기와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현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제정 이후로 행정기관 중심의 아카이빙이 이루어져 왔지만, 문헌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한 대시민 서비스의 확산, 대안적 역사쓰기 물결 속에서 아카이브가 존재가치를 드러내며 다양한 영역에서도 아카이빙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아카이브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아카이브는 좀 지루합니다. 데이터베이스의 아이템 유닛을 중심으로 서로 관계된 데이터들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부분의 아카이브들이 ‘한땀 한땀’ 데이터를 작성해 냅니다. 물론 사람의 힘으로요. 과거에 있던 자료들을 디지털화할 때에는 AI로 데이터를 생성해 내기가 어렵습니다. 생산된 날짜, 제목(특히 사진의 경우), 생산자 같은 기본 정보들은 그저 이 기록을 아는 사람 머릿속에 기억으로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수천, 수만 건을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씨줄과 날줄이 모여 만들어진 아카이브가 단장을 마치고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됩니다.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11월~1월에 걸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희레터에서 연재한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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