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
아카이브, 총체적 난국. 몇 년 간 아카이브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입니다. 아카이브에 관심이 있거나 사업화를 고려하고 있지만 어떻게 할 지 모르는 상황을 많이 접합니다. 아카이브를 ‘웹하드’나 ‘드라이브’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화려한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백업용 데이터베이스나 온라인 카페 게시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 잘못된 계획은 없지만, 꼭 하나씩 결여되기 때문에 아카이브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카이브는 뾰족한 기획이 없을 때, 사람이 없을 때, 기록화할 대상이 없거나 막연할 때, 예산이 없을 때 장벽에 부딪힙니다. 아카이브는 지식을 구조화한 정보 집합체입니다. 그렇기에 기준 없이 마구 자료를 업로드하면, 표준화되지 않은 정보들이 제각각 garbage화 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장차 정보를 구조화할 수 있는 기술이 더 발전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만, 디지털 형태로 만들어지지 않은 옛 기록은 여전히 사람이 데이터를 손수 입력해주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아카이브가 담은 정보 구조를 기획할 수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사람입니다. 특히 공익활동 특성상 한 사람이 일당백을 하거나, 다양한 활동을 동시에 하기도 합니다. 아카이브 업무는 찬찬히 기록을 들여다보고 또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일인데, 한 사람이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면 아카이브는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세번째는 아카이빙할 대상 기록물이 없거나, 너무 많아서 문제인 경우입니다. 기록물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정리해야 할 지 모르거나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아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차라리 기록물이 아예 없어서 어디서부터 수집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하는 경우가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아카이빙 할 대상을 명확히 하고, 이 정보의 홍수 시대 속에서 필요한 기록물을 선별하는 방법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를 압도하는 큰 장벽이 있습니다. 바로 예산입니다. 예산이 없다면 이 모든 일이 열정과 고단함으로 점철될 지도 모릅니다. 아카이빙은 실물과 데이터를 넘나들며 다루는 작업이기에 반드시 금전적, 시간적 비용이 소요됩니다. 이런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서 다양한 곳에서 ‘작은 아카이브’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은 아카이브를 만들어 의사결정자들에게 가시화된 결과물을 샘플로 보여주고, 이를 더 확장시켜나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해 나가면서 말이지요. 이 역시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11월~1월에 걸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희레터에서 연재한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를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