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카이브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맥락을 담은 아카이브: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

by 아키비스트J

일단 아카이브는 재미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시민들에게 재미없는 주제라는 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덕후나 연구자처럼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고 활용 방법을 잘 찾는 사람들에게는 기록 하나하나가 흥미로울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아카이브가 딱딱하고 거리감 있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이런 인식은 콘텐츠든, 프로그램이든, 사업이든,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생활에서의 여러 쓰임새에 아카이브를 연결짓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경험상 대다수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아카이브 사업은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입니다.


우리는 보통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 해결해야만 우리의 비전이나 업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우선순위로 설정합니다. 아카이브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단지 기록을 보존하는 공간, 가상의 창고로 여겨집니다. 활용보다는 보관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카이브를 만들겠다는 의견 또는 주장 역시도 보관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일단 만들어두었다 하더라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카이브를 기획할 때 반드시 활용가치와 실질적인 액션 플랜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질적인 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은 아카이브를 통해 얻을 수 있은 이익입니다. 저는 이익에 기반한 아카이브의 필요성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단순한 금전적 수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훨씬 더 넓은 ‘공공의 이익’까지 아우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익이란 경제적 이득보다 공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이익까지 포함한다면 아카이브의 유용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익활동은 국가나 정부가 미처 다루지 못했던 세부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진행하는 활동입니다. 사회적 변화와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러나 의미 있는 공익활동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거나 흔적이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연속성이 끊긴다는 문제도 함께 발생합니다. 공익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면서도, 이런 기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창구가 아카이브에 생긴다면 어떨까요?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공익활동 현장에서 아카이브가 문제 해결의 도구로 쓰이는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카이빙 활동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캠페인, 단기적 교육활동, 단순한 게시글에 쓰이는 데 그치기 때문입니다. 아카이빙 하는 일 자체는 분명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쌓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우리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활용할 콘텐츠를 연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입니다. 아카이브가 가진 가능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아직까지 전국의 다양한 공익활동에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아카이브가 쓰이는 사례는 많이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아카이빙 활동을 통해 지역을 취재하고 알리는 홍보의 역할을 제외하고서는 말입니다. 그러나 한 창업사례에서 기록 데이터를 활용한 솔루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업사이트라는 회사는 중소형 건설사가 가진 기록의 디지털화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실공사를 사전에 방지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소위 ‘순살 아파트’ 같은 부실 시공 문제를, 공사 과정에서 그때그때 확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입니다. 업사이트는 건설 현장의 기록, 설계도서, 이미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주거 환경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록을 쌓는 데 방점을 둔 게 아니라 쌓이는 기록을 현장에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 것입니다.


물론 거창한 기술이 갖춰진 복잡한 플랫폼이나 디지털 솔루션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인 아닙니다. 그러나 위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기록이 가진 증거성과 분명함이라는 특성을 갖고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공익활동 기록이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꾸준히, 오랜 시간 모아 낸 데이터는 반드시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공익활동 필드에서 모인 데이터는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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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가 2024년 11월~1월에 걸쳐 서울공익활동지원센터 공익희레터에서 연재한 <공익활동을 연결하고 확장하다>를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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