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 채팅방을 열어봤습니다.
'성장은 같이 지켜보는 것이야'
'구글 스킬스 보기'
'브런치 마케팅 필요해'
'자동화하는 ai 팀장들'
'아이디어 조각모음'
노션에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어뒀는데도, 급할 때는 결국 여기에 던졌습니다. '일단 나한테 보내놓고 나중에 정리하지 뭐.' 그 '나중'은 오지 않았습니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이런 메시지들이 끝없이 나왔습니다. 분명 제가 저한테 보낸 메모입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알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구글 스킬스'가 뭐였더라. '자동화하는 ai 팀장들'은 어디서 본 거였지. 맥락 없이 던져놓은 키워드들이 수백 개 쌓여 있었습니다.
인스타그램 저장 목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제 저장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게시물들이 수백 개. 디자인 레퍼런스, 명언 카드뉴스, 맛집 정보, 여행지 사진. 분명 '나중에 볼 거야'라고 생각하며 저장했을 텐데, 정작 다시 본 건 거의 없었습니다.
유튜브 '나중에 볼 동영상'에는 300개가 넘는 영상이 쌓여 있었고, 그중 절반은 이미 비공개 처리되어 제목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저장은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돌이켜 본 적은 한 번도 없더라고요.
저장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는 묘한 만족감이 있습니다. '이건 나중에 꼭 봐야지.' 그 생각과 함께 버튼을 누르면 마치 이미 그 콘텐츠를 소화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저장은 학습이나 읽기가 아닙니다. 저장은 그냥 저장입니다. 어딘가에 링크가 하나 추가됐을 뿐, 내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일단 저장해뒀으니 괜찮아'라는 안도감에 다음 콘텐츠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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