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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Oct 08. 2020

그동안 내가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란 없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사람 중 나와 딱 맞는 사람은 하나도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화로 서로를 알아갑니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가치관을 엿보고 상대의 생각을 익힙니다. 그래서 대화의 기본단위인 말하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있었던 일입니다. 최근 같은 동아리였던 한 고등학교 선배가 결혼식을 열었습니다. 장소는 부산이었는데 식은 야외에서 열리고 발열 체크 밑 qr체크인도 해서 꽤나 코로나 방역에 신경을 쓴 결혼식이었습니다. 그때 상황으로 부산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겨우 하루에 1,2명 정도만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고향집인 경주에 혼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다음 주가 추석이라 부모님께 전화도 드리고 하던 찰나, 이번 주에 고등학교 선배 결혼이라 결혼식을 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랬더니 어머니와 아버지는 큰 걱정을 하시며 결혼식을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이미 지인들과 함께 가기로 다 해놓은 상황에서 갑작스레 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사실 그렇게 큰 이슈도 아닐 것 같아 그냥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그래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지 말아라, 지금 시국에서는 가지 않아도 다 이해해줄 것이다. 이야기하셨습니다. 저는 더 이상 이야기가 길어지면 언쟁이 될 것 같아 그냥 '알겠어.'대답하고 대화를 회피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머니와 더 이상 언쟁하기 싫어 대충 상황을 무마한 후 몰래 결혼식을 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런 저의 태도에 이상함 눈치채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형에게 연락해 큰 걱정을 하시며 저에게 결혼식을 가지 말라고 당부해주길 부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의 이런 태도는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제삼자인 형에게 피해를 줬고 어머니께서는 더한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결국 저는 어머니께 다시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결혼식을 가기로 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어머니도 제게 자신이 어떤 점을 걱정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서로 간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나니 상호 간의 적절한 타협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해를 풀고 대화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사실 다툼이 두려워 문제를 회피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괜한 싸움을 막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결혼식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에 따른 적절한 정보와 상황을 알지 못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우선 드는 불안한 마음에 결혼식을 가지 말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입장이나 상황을 말하는 것이 언쟁의 불을 지피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상황을 숨기고 몰래 행동하는 것이 아무런 마찰 없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결국 잠깐의 대화였으면 끝났을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언쟁이 두려워 피한 것이 더 큰 화를 불러온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저에게 문제를 직면하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상호 간의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서로가 가진 정보와 이해가 달라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 차이와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이 격해지고 조금의 마찰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조금의 노력과 대화로 쉽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한 이야기 거부로 생긴 이해의 차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깊어지고 복잡해집니다. 이는 더욱더 큰 화를 발생시키고, 심할 경우 둘 사이의 벽을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결국 제가 겪던 '세대차이', '타인은 이해 못하는 내 마음'등은 모두 저의 이런 소극적이고 갈등을 두려워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가 좀 더 진솔하게 나의 정보와 이해를 공유했다면, 아마 이런 갈등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와 이해를 들어봤다면, 서로가 같은 뜻을 가지지는 못하더라도 관계가 상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해 '저 사람은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야.', '저 사람이랑 이야기해봤자 시간만 낭비할 뿐이야.'등과 같은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생각들이 저 자신을 '말이 안 통하고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는 나와 딱 맞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사건에 대해 같은 시각을 가지긴 힘듭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더 대화해야 하고 더욱더 정보를 교환해야 합니다. 상대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발생한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대화를 피하는 것보다 마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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