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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Oct 20. 2020

블루보틀을 가는 이유

이미지를 선사하라.

 최근 그 핫하디 핫하다는 성수동 블루보틀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오픈할 시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마셨다고 하는 블루보틀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나 궁금했습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되기 이전의 일입니다.ㅎㅎ) 주말이라 그런지 여전히 사람은 많았고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습니다. 내부에는 조그마한 탁자와 의자가 배치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쁜 옷을 입고 파란색 보틀 마크가 보이는 방향으로 컵을 두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에 질세라 저 역시도 멋지게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블루보틀은 한국에 2019년 5월에 첫 오픈을 했습니다. 오픈한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듯합니다. 한국에는 이미 차고 넘치는 카페들이 있지만 블루보틀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블루보틀이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큰 인기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블루보틀만이 가지는 장점에 대해 한 번 고민해 보았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블루보틀을 애플에 비유합니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이용 편리를 위해 각종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플의 스마트폰은 자신들이 중점으로 두고 있는 부분에만 집중적인 서비스를 합니다. 그 덕분에 애플은 아이폰의 깔끔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애플의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자연스레 아이폰만의 독보적인 이미지를 갖게 해 주었고 실제로 아이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른 스마트폰으로 대체 불가능합니다.(다만 삼성폰보다 불편하죠.)


 블루보틀은 처음부터 다른 서비스들보다 자신들의 커피맛에 집중한 브랜드입니다.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에 집중하는 스타벅스와는 달리 블루보틀은 맛있는 커피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그런 집중은 블루보틀에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집'이라는 이미지를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는 커피 맛에 민감한 서양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믹스커피의 역사가 더 깊은 한국에 있어서 커피의 맛은 서양에서 만큼 의 큰 메리트가 아닐 겁니다. 저 역시도 커피가 부드럽다, 텁텁하다 정도만 구분할 줄 알지 어느 집 커피가 맛있다, 맛없다에 대한 저만의 기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보틀은 한국에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블루보틀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블루보틀의 브랜드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커피라 하더라도 '더 맛있는 커피다.'라는 인식을 심어 줍니다. 몇몇 사람들이 비싼 메이커 표지가 붙은 물(비록 물은 맛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을 마시며 물맛이 더 좋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브랜드 이미지는 사람들의 미각에 영향을 미칩니다. 블루보틀의 '블루보틀 커피는 맛있는 커피'라는 이미지는 비싼 메이커의 물처럼 커피의 조미료가 됩니다. 이 조미료는 실제로 커피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해 줍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블루보틀 컵을 손에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나 커피 맛 좀 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블루보틀이 맛있는 커피만을 엄선해서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마치 커피 맛을 까다롭게 고르는 사람 같아 보입니다. 같은 커피라 할지라도 왠지 블루보틀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마치 '오 저 사람 커피 마실 줄 아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며 매우 까다롭게 와인을 고르는 사람처럼 블루보틀의 블루보틀 마크는 우리에게 이런 고급진 커피 선별사 이미지를 선사합니다.



 블루보틀은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는 이들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이미지는 그것과 맞지 않는 이용자들까지도(저처럼 커피 맛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그 브랜드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브랜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보일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선사할까?'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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