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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Oct 23. 2020

험난한 세상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1)

겨울왕국 ost - Let it go를 들으며.

 최근 갑작스레 유튜브 알고리즘에 유명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ost  <Let it go>가 떴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 노래는 영화 개봉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은 대단한 명곡입니다. 사실 그때는 저는 이 노래의 강렬함과 애니메이션의 영상미, 엘사의 아름다움 때문에 이 노래를 좋아했었습니다. 영어 가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라 그저 '엘사가 변신을 하면서 부른 아름다운 노래.'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오랜만에 들은 이 노래에서 저는 크나큰 슬픔을 느꼈습니다.




 '너를 숨겨야 해, 너를 감춰야 해. 언제나 좋은 사람처럼 보여야 해.' 엘사는 오랜 시간 자신의 능력을 감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밖에 나가 노는 것, 여동생과 대화를 하는 것, 엘사는 무엇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정해준 'good girl'의 기준에 맞춰 자기 자신을 억제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오랜 시간을 견뎌옵니다.


 하지만 그녀는 왕국 모든 사람들이 초대되는 그녀의 제위식에서 실수를 하고 맙니다. 그 실수로 그동안 숨겨왔던 그녀의 능력이 모두에게 공개됐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다치기게까지 합니다. 자신의 실수에 놀란 엘사는 결국 왕국을 뛰쳐나오고, 얼음 설산을 오면서 그 유명한 <Let it go>를 부릅니다. 그리고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Be a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그들을 들이지 마, 그들이 알게 하지 마, 좋은 여자가 돼야 해 항상 그래 왔듯이)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Well, now they know
(감춰, 느끼지 마, 그들이 알게 하지 마... 그런데 이제 그들이 모두 알아버렸어..)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내버려 둬, 내버려 둬. 더 이상 그걸 가둬 둘 순 없어)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and slam the door
(내버려 둬, 내버려 둬. 돌아서서 문을 쌔게 닫아버려)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난 신경 안 써 그들이 뭐라 하건)
Let the storm rage on.
(폭풍아 강하게 휘몰아쳐라)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어차피 난 추위 따위 두렵지 않으니까.)




 실수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도망을 선택한 엘사. 험난한 세상에 도망쳐 고독을 선택한 엘사의 모습은 현대인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그동안 자신을 길러준 부모님의 요구에 맞춰 자신을 억제하고 통제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감춰, 느끼지 마'를 되뇌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왔습니다. 

 저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희생적인 어머니 밑에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말이 곧 율법, 공부만이 미덕이라 강조하는 초, 중, 고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놀고 싶고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욕망을 숨기고 감정을 지우며 스스로를 단련했습니다. '선생님 말만 믿어라',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공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 훌륭한 어른이 된다.' 주변의 온갖 주문과 세뇌에 저는 수긍하고 굳게 믿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심도 찰나의 실수로 인해 모두 무너집니다. 여태껏 정해진 규율대로 사는 것만이 'good girl'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 엘사에게 이 실수는 너무나도 큰 공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대 시절의 마지막 관문 '수능'을 잘 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동안 잘 이겨 내 왔는데...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나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변의 반응은 매우 싸늘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몰려왔습니다. '이제 어떡하지? 인생 끝난 거 아니야? 나는 이제 망했어... 평생 나락 속에 살아야 할 거야...' 

 결국 엘사가 선택한 것은 모든 것을 등지고 고독해지는 것. 세상 앞에 당당할 수 없는 자신을 탓하고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엘사는 '어차피 나는 추위에 익숙하니까'하며, 어떠한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설산에 자신을 가둡니다.  

 결국 저는 성적에 맞는 아무 학교나 들어갔습니다. 실패한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 주변과 담을 쌓고 친구들의 연락을 피했습니다. 스스로를 패배자라 생각하며 헤어 나올 수 없는 피해의식과 고독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습니다. 삶은 망가지고 정신인 피폐 해져 갔습니다. 


 이런 저의 스토리는 아마 저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만한 스토리입니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 속,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발을 헛딜까 조마조마해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혹여나 잠깐의 방심으로 실수를 하게 됐을 때,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대한 후한이 두려워 피하고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겨 버립니다.


 현재 한국의 자살률과 우울증이 그렇게 높은 것은 아마 이러한 사회 전반적 두려움과 고독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현재 Let it go를 부르는 엘사처럼 사람들의 눈초리보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택하고 있습니다. 문제를 직면하는 것보다 스스로 끙끙 앓는 법을 택합니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 해답을 찾기 디즈니의 겨울왕국 season 1을 다시 정주행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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