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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Oct 25. 2020

창의적인 것과 기괴한 것은 다르다.

에드 캣멀-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읽고

 한 때 저는 제가 창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의적인 것은 세상을 남들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고 사람들이 미쳐 파악하지 못한 부분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세상을 보면 느끼는 특이한 생각들이 표현되면 그것이 창의적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저의 생각에 크게 공감해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안목이 부족해서 나의 창의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최근 한 지인의 추천으로 픽사(Pixar)의 전 대표 에드 캣멀의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지인은 저에게 이 책은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을 아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책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최근 ''픽사 이야기' 책을 읽어 픽사에 많은 관심은 상태였고, 창의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터라 바로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온 저의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에드 캣멀이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컴퍼니인 픽사를 지속적으로 창의적이게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그는 그래픽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이루고 난 후,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게 꿈을 이룬 사람은 그동안 자신들을 계속해서 창의적이게 만들어주는 연료를 잃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해낸 방법이 정답이라고 믿고 문제를 창의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게 됩니다. 그는 이런 현상이 애니메이션 컴퍼니인 픽사에 큰 해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끊임없이 창의적이고 끊임없이 도전적일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합니다.


 책에는 이런저런 픽사의 창의성을 보존하고 기르는 방법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의 철학과 예시들을 들며 많은 상황들을 뒷받침해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게 가장 큰 인상을 준 것은 바로 '자신이 처음 만들어 낸 것은 형편없는 쓰레기'라는 말이었습니다.



 창의적인 것과 기괴한 것은 다릅니다. 기괴한 아이디어는 자기 자신만 이해할 수 있는 특이한 생각입니다. 창의적인 것은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특이한 생각입니다. 둘 다 어떤 개인이 해낸 특이한 생각이지만, 그것을 상대방이 공감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괴한 아이디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받을 것을 강조합니다. 그가 고안해낸 픽사의 대표적 회의 문화인 '브레인 트러스트'는 신뢰할 수 있는 7-8명의 사람들이 모여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회의입니다. 그곳에서 감독은 다른 각 부서의 사람들에게 작품에 대한 조언을 받습니다. 다만 회의는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으며 수평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회의에 나온 조언을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감독 스스로 결정합니다. 이 과정은 감독에게 꾸준한 생각 확장을 이루게 해 주고, 자신의 특이한 생각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기업 디즈니(Disney)도 스타워즈를 만든 루카스 필름(Lucas film)도 오랜 기간 기업을 운영해오면서 많은 실패작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픽사는 지금껏 한 번도 실패작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픽사가 이런 꾸준한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소통 문화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픽사의 예시는 창의성이 한 사람의 크리에이티브함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혼자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만큼이나,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 같습니다. 창의적이기 위해선 자신만의 특이함 외에도 사람들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제가 창의적일 수 없었던 이유는 제게 이러한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저의 기괴한 생각을 사람들이 창의적이게 봐주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작업하는 예술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 그런 사람들을 보며 창의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혼자 골똘히 생각하며 한 작업에는 분명 그것 나름의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창의적인 작품과는 다른 가치입니다. 창의적인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되는 작품입니다. 분명 창의성을 위해서 우리는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만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는 저에게 이런 생각을 일깨워준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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