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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Nov 04. 2020

죽음의 이미지

책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시체가 몇 주간 방치됐던 집, 구더기가 들끓고 파리가 날리는 집, 쓰레기 더미가 키보다 높이 쌓여있는 집. 여러분은 이런 집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공포영화의 소재로나 쓰일 법한 이런 집들은 듣기만 해도 음산하고 불길한 느낌을 줍니다. 동네에는 꼭 한 곳 씩 있는 흉가는 학창 시절 담력 테스트의 주된 장소였고, '이 곳에 살던 사람이 자살한 집'은 공포영화의 주된 소재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런 집들은 너무도 무섭고 불길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책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이런 저에게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특수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가 쓴 자전 에세이입니다. 특수 청소부는 사람이 죽고 난 후 남겨진 집을 치우는 직업입니다. 작가는 사람이 죽고 시체가 치워진 집에서 그 사람의 흔적을 지우고 그 사람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는 일을 합니다.


 작가의 상황 묘사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시인 경력이 있는 작가답게 자신이 마주한 많은 집들의 상황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줍니다. 그의 뛰어난 묘사 능력은 자연스레 저에게 공포영화의 흉가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저에게 불쾌감과 무서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 묘사들이 하나 둘 켜켜이 쌓여일수록 점점 그 공간의 무서움보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의 고단함이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편물 통 안에 가득 쌓여있는 체납고지서, 현관문 앞에 붙은 붉고 노란 딱지들, 집 안 곳곳에서 나뒹구는 음식물 쓰레기, 책장에 꽂혀 있는 각종 전문 서적들,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적어나간 일기장 등. 이루 짐작할 순 없는 한 사람의 삶의 무게가 너무도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는 이러한 공포, 두려움 등에 가려져 있던 한 사람의 고됨이 너무도 생생하게 묻어있었습니다. 


 그동안 봐왔던 많은 흉가들, 버려진 집들은 모두 이러한 한 사람의 사연이 담긴 공간이었습니다. 공포영화나 담력 테스트 등으로 소비되는 많은 공간들은 사실 이런 삶의 이면을 담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무서운 곳', '불길한 곳'등, 저는 그동안 그것이 주는 자극적인 외형에 치중해 이 공간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저의 인지는 저의 마음에 추가되어 책을 읽는 내내 저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종종 '그곳에서 귀신을 보나요?'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은 이 질문자처럼 '시체가 있던 공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귀신', '혼령'등과 같은 단어를 연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지금껏 이 공간들을 단순히 공포스러운 공간으로만 여겨왔을까요? 이 공간들에는 사실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귀신이나 혼령들이 아닌, 힘들게 살아갔던 한 사람의 사연이 담겨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책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죽은 자의 집을 공포스럽게만 바라보던 저에게 이 공간을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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