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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Nov 12. 2020

힘 빼는 법을 아시나요?

젠테라피 '싱잉 볼 리스토레이션 명상'체험 후기.

 요즘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 뇌가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뇌를 쉬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찾은 것이 바로 명상. 그동안 명상하면 가부좌 자세로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멍 때리는 이미지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체험한 젠 세러피-'싱잉 볼 리스토레이션 명상'은 이런 나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경험이었다.


 '싱잉 볼 리스토레이션 명상'은 먼저 자리에 누워 몸에 힘이 들어가는 부위에 쿠션이나 담요 등을 갖다 댄다. 그리고 눈을 감고 온 몸의 근육들에 힘을 빼는데, 이는 마치 몸 곳곳에 퍼져있는 의식들을 한 자리로 거두어들이는 의식 같다. 이런 과정을 마치고 나면 몸과 의식은 분리된 듯한 기분이 들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때 싱잉 볼 연주가 시작된다. 


 싱잉 그릇(bowl)의 타격과 함께 발생하는 진동이 한 자리에 모인 의식을 자극한다. 마치 물속에서 힘을 쭉 빼고 누워있는 것처럼 공간의 파동은 온몸을 타고 흐르며 '일렁임'을 만들어낸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파동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현실적 감각은 무뎌지고 싱잉 볼의 소리는 점점 명확해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현실에서의 자극들이 선명한 것에 반해 의식은 꿈속에 있는 것처럼 희미했다. 

 꿈과 같은 이미지들이 펼쳐지며 현실과 꿈의 경계 언저리를 헤매던 순간 갑자기 목에 침이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켁... 켁, 뭐야 잔 건가?' 잠시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둥~ 둥... 하지만 싱잉 볼의 소리는 끊김 없이 들리고 있었다. '잔 건 아닌 것 같은데...' 잠시 후 이내 다시 꿈과 같은 상태로 들어갔다. 이런 과정의 반복 이후 나는 나를 감싸던 의식의 표피, 현실의 욕구 등이 하나 둘 벗겨지는 것을 느꼈다. 


 하나 둘 표피를 벗고 점점 나의 무의식과 가까워질 때 즈음, 정말 눈치챌 새도 없이 체험 과정이 끝났음을 알리는 쨍한 볼 소리가 들렸다. '쨍-!' '뭐야? 벌써 끝났어?' 체감상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곗바늘은 어느덧 1시간을 넘게 달려와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온몸 곳 곳으로 의식을 보내고. 발가락 손가락 끝마디를 찬찬히 움직였다. 몸에 감각이 돌아오고 심장이 서서히 다시 뛰는 것이 느껴질 때쯤, 쨍한 볼 소리는 멈추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자리에 앉아주세요.' 자세를 추스르고 몸을 일으켜 자리를 마무리했는데 정말 그 시간 이후 몇 시간 동안 몸에 힘이 빠진 느낌이 계속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힘이 빠진 (하지만 가벼운) 상태의 몸을 이끌고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그동안 내가 몸에 힘을 빼는 방법에 대해 배웠던 적이 있었나?' 몸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살아갈 수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러한 힘 빼기에 대한 배움 없이, 너무 힘을 주며 살아갔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젠테라피 '싱잉 볼 리스토레이션 명상'은 몸의 안정뿐만 아니라 나에게 이런 큰 교훈도 함께 주는 좋은 체험이었다. 이 날 나는 뇌 아픔 없이 정말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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