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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미융합소 Dec 04. 2020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에게

자유인으로서의 삶.

  고등학생 시절 수능을 생각하면 늘 불안했습니다. 주변에서는 항상 수능만이 살길이며, 수능을 잘 치지 못하면 인생이 망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은 19년을 살았고 앞으로 몇십 년을 더 살지 모를 한 청년의 모든 인생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너무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시험을 1년에 2번이라도 나누어 친다면 모를까, 일 년에 딱 한 번 치는 시험으로 내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지 너무도 억울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고 억울했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저는 정말 그때까지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평소 하던 만큼의 실력으로 수능을 치르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길다면 긴 시간이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수능이 끝난 후 제 삶에는 그렇게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일어났다 하더라도 결코 '수능점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를 지칭하는 타이틀, 껍데기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요소에는 그것이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람을 사귀는 방법, 내가 이성을 대하는 방법, 내가 지식을 쌓는 방법, 내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 등. 현재 내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무엇 하나도 '수능점수'로부터 오지 않았습니다. 수능은 그저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관문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 수능시험이 끝났습니다. 수능시험은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날이 마치 그 시험 하나를 위해 준비됐던 것처럼 묘사됩니다. 번식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죽어버리는 매미처럼, 학생들은 이 시험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학생의 모습을 죽여버립니다. 하지만 진짜 배움은 지금부터입니다. 그동안의 학습이 알려주지 않았던 인생에 관한 공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떻게 자기 자신을 표현할 것인지, 어떻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 이 모든 것은 수능 공부 밖에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지금까지 틀을 깨고 나온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어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여러분의 삶을 자유로이 누릴 수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어른들이 혹은 사회가 틀 안에 넣고 가뒀던 사회성을 마음껏 뽐내세요. 진정한 학생은 수능이 끝난 다음 죽는 것이 아니라, 수능이 끝나고서야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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